누적 폐사량 500만마리 넘겨…충격의 '날벼락' 소식 전해진 '한국 수산물'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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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 재해 작년의 3배, 양식업 생존 기로에 서다

올여름 경남 남해안 양식장이 고수온 재해로 초토화되고 있다.

경남 통영시 앞바다에서 한 양식어가 관계자들이 양식어류가 고수온에 폐사하는 것을 우려해 긴급방류하고 있다. / 경남도 제공-뉴스1
경남 통영시 앞바다에서 한 양식어가 관계자들이 양식어류가 고수온에 폐사하는 것을 우려해 긴급방류하고 있다. / 경남도 제공-뉴스1

1일 경남도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양식어류 52만1천마리, 전복 12만마리, 양식멍게 98줄이 추가로 폐사했다. 지난 7월 말 시작된 올여름 고수온 피해 누적 규모는 양식어류 521만2천마리, 전복 12만마리, 멍게 1천296줄에 달한다. 재산 피해액은 119억4천700만원으로 집계됐다.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남해군, 하동군, 통영시, 거제시 등 4개 시군 224개 해상가두리와 육상 양식장이다. 남해안 전역이 사실상 양식업 재난 지대로 변했다. 문제는 이 수치가 작년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경남 남해안 고수온 폐사량은 383만8천마리, 재산 피해는 37억3천만원이었다. 폐사량은 약 36퍼센트, 재산 피해액은 3배 이상 늘었다. 여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작년 전체 피해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남은 폭염 기간을 감안하면 최종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사상 처음 전복까지 떼죽음, 무엇이 달라졌나

해당 사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전복 폐사다. 올여름 전복이 고수온으로 폐사했다는 신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고수온 피해는 주로 우럭(조피볼락)이나 멍게 같은 종에 집중됐고, 전복은 상대적으로 고수온에 잘 버티는 종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전복마저 대량 폐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남해안 바닷물이 이미 생물학적 한계선을 넘어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립수산과학원 기준으로 바닷물 수온이 28도에 도달하면 고수온 주의보가, 28도가 3일 이상 지속하면 고수온 경보가 발령된다. 현재 경남 남해안 전 해역이 고수온 경보 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전날 속보 기준 사천만과 강진만 해역 수온은 27.7도에서 29.6도, 진해만 해역은 28.0도에서 29.0도를 기록했다. 전복이 견딜 수 있는 한계 수온을 이미 넘어선 구간에서 장기간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양식 전복 자료 이미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양식 전복 자료 이미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왜 하필 전복까지 죽는가, 4가지 복합 원인

전복은 수온 변화에 민감한 냉혈동물이다. 28도 이상 고수온에 장기간 노출되면 먹이 활동을 멈추고 생리활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면역력이 바닥까지 추락한다.

두 번째 원인은 용존산소 부족이다. 바닷물이 따뜻해질수록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량은 급격히 줄어든다. 반면 수온이 오르면 전복의 대사 속도는 빨라져 호흡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필요한 산소는 늘어나는데 공급되는 산소는 줄어드는 이중고 속에서, 가두리 안 전복은 사실상 질식 상태에 놓이게 된다.

세 번째는 자연 방어막 역할을 해온 냉수대의 약화다. 원래 남해 해역은 여름철 심해에서 차가운 물이 솟아오르는 냉수대가 수온을 낮춰주는 완충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해류 변화로 냉수대 세력이 크게 약해지면서, 뜨거운 바닷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장기간 그대로 갇혀 있는 구조가 됐다.

네 번째는 밀식과 적조 등 복합 요인이다. 좁은 가두리에 많은 개체를 모아 키우는 밀집 사육 환경은 산소 고갈과 수질 악화를 가속한다. 여기에 고수온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유해성 적조 생물이나 병원균이 아가미에 달라붙어 호흡을 더 방해하면서 집단 폐사 속도를 앞당긴다. 결국 여름철 바다 수온이 예년보다 높아지고 그 기간마저 길어지면서, 해양 생물이 바뀐 환경에 적응할 최소한의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온에 가두리양식장 우럭 폐사. 자료사진. / 뉴스1
고온에 가두리양식장 우럭 폐사. 자료사진. / 뉴스1

양식장 현장의 응급조치, 지금 당장 무엇을 하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장에서는 단기 응급조치와 중장기 기술 대응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단기 처방으로는 우선 차광막 설치와 액화산소 공급이 꼽힌다. 직사광선을 차단해 수면 온도 상승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액화산소나 산소발생기를 가동해 질식을 막는 방식이다.

가두리 그물망의 수하심, 즉 깊이를 조절하는 방법도 병행된다. 뜨거운 표층수를 피해 상대적으로 수온이 1~2도 낮은 깊은 바다로 그물을 내려 피난처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먹이 공급을 아예 중단하는 단식 조치도 이뤄진다. 수온이 오르면 소화력과 면역력이 함께 떨어지는데, 이 상태에서 사료를 주면 소화 불량으로 폐사하거나 남은 사료가 부패해 수질을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대사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먹이 공급을 멈추는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폐사 위험이 커지기 전에 상품성 있는 개체를 서둘러 수확하는 조기 출하도 손실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대응으로 활용되고 있다.

근본 해법은 중장기 기술 전환에 있다

단기 처방만으로는 매년 반복되는 고수온 재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중장기 대응 기술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대표적인 방향이 스마트 순환여과식 양식, 이른바 RAS 전환이다. 바다 환경에 직접 노출되는 해상 가두리 대신 실내에서 수온과 수질을 센서로 정밀 제어하고, 사용한 물을 정화해 재사용하는 육상 양식장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고수온 내성 신품종 육성도 중장기 대책으로 거론된다. 유전자 연구와 교배를 통해 28도 이상 고수온에서도 생리활성이 떨어지지 않는 품종을 개발해 보급하는 방향이다. 외해 양식장 이동 역시 대안으로 제시된다. 지형이 갇혀 있어 수온 변동이 심한 얕은 연안을 벗어나, 수온이 안정적이고 조류가 빨라 용존산소가 풍부한 먼바다로 양식장 위치 자체를 옮기는 방안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환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당장 올여름 피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고, 재산 피해가 이미 120억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양식 어가의 경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남은 여름 기간 고수온 경보가 얼마나 더 이어지느냐에 따라 폐사량과 피해액 규모는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