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후임 뽑혔다…한국 축구 새 사령탑 모레노, 알고 보니 '이 사람' 오른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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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스페인 출신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낙점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 새 사령탑이 정해졌다. 스페인 출신 로베르토 모레노(48) 감독이다.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 로베르토 모레노 인스타그램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 로베르토 모레노 인스타그램

대한축구협회는 1일 오전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이사회를 열고 모레노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6명의 임시 대표팀 지휘봉 선임안을 의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스페인 출신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선임은 지난 6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책임을 지고 홍명보 전 감독이 물러난 지 두 달여 만에 이뤄졌다. 축구협회는 9월부터 11월까지 예정된 A매치 6경기를 이끌 임시 감독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 채용 방식으로 뽑았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거스 포옛 전 전북 현대 감독이 서류 심사 단계에서 탈락하는 등 절차의 공정성을 놓고 관심이 집중된 채용이었다.

모레노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계약 기간은 오는 11월 27일까지다. 다만 A매치 6경기를 치른 뒤 평가를 거쳐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이어갈 수 있는 조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과 코칭스태프 /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과 코칭스태프 / 대한축구협회

■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모레노 감독은 누구? 명장 엔리케 감독 오른팔로 눈도장

모레노 감독은 정작 선수 시절 프로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스페인 카탈루냐주 로스피탈레트 데 료브레가트 출신인 그는 고향 팀 라 플로리다에서 아마추어 수비수로 뛴 게 전부다. 대신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14세에 축구 지도에 관심을 보이며 체육 교사를 돕기 시작했고, 16세에는 라 플로리다 유소년팀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경력은 영상분석가로 출발했다. 이후 2010∼2011시즌 바르셀로나 스카우트를 거쳐, 2011년 AS로마에서 루이스 엔리케 현 파리생제르맹(PSG) 감독의 수석코치로 합류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셀타비고, 바르셀로나, 스페인 대표팀까지 엔리케 감독이 옮기는 팀마다 함께하며 오른팔 역할을 했다. 특히 2014∼2015시즌 바르셀로나가 라리가·코파델레이·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석권하는 트레블을 달성할 당시에도 수석코치로 힘을 보탰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그의 오른팔로 활약한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 루이스 엔리케 인스타그램, 로베르토 모레노 인스타그램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그의 오른팔로 활약한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 루이스 엔리케 인스타그램, 로베르토 모레노 인스타그램

■ 감독대행으로 유로 예선 통과…엔리케 복귀 후 결별

전환점은 2019년 찾아왔다. 엔리케 감독이 골육종을 앓던 딸을 간호하기 위해 스페인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자, 수석코치였던 모레노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그는 9경기에서 7승 2무를 기록하며 유로 2020 조 1위로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

하지만 순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딸의 투병이 마무리된 뒤 엔리케 감독이 대표팀에 복귀하려 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모레노는 스페인 대표팀을 떠나 독자 노선을 걷게 됐다. 이후 AS모나코(프랑스), 그라나다(스페인), FC소치(러시아)를 차례로 맡았지만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모나코에서 5승 3무 5패, 그라나다에서는 6승 10무 13패에 그쳤다. 데이터 분석과 전술 설계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수비 조직력 등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2024∼2025시즌 소치를 이끌던 시기에는 "경기 준비를 AI 챗GPT에만 의존했다"는 현지 비판 기사가 나오기도 했는데, 모레노 감독 본인은 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 로베르토 모레노 인스타그램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 로베르토 모레노 인스타그램

■ 모레노 감독, 재도전 끝에 이룬 한국행

모레노 감독은 사실 한국 축구와 인연이 깊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직후 파울루 벤투 감독이 물러났을 당시에도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했지만, 그때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후에도 관심을 거두지 않고 한국행 의지를 꾸준히 내비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시 감독 공개 채용에도 다시 지원장을 냈다. 최종 후보 5인에는 모레노를 비롯해 펩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코치로 활동했던 도메네크 토렌트, 이라크 대표팀을 이끌었던 헤수스 카사스 등 스페인 출신 지도자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협회는 온라인 면접에 이어 현영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직접 유럽으로 출국해 후보자들과 대면 협상을 진행했고, 지난 주말 최종적으로 모레노와 합의를 마쳤다. 협회 안팎에서는 모레노 감독이 꼼꼼한 자료 준비와 다양한 전술적 대안 제시로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모레노 사단은 전원 스페인 출신으로 꾸려졌다. FC소치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에두아르도 도캄포가 수석코치를 맡고, 분석·훈련 방법론 전문가인 하신트 마그리냐, 스페인 하부리그 감독 출신인 빅토르 브라보 데 소토가 코치진에 합류한다. 여기에 유럽 여러 리그에서 활동해 온 하비에르 초카로 피지컬 코치와, 스페인 라리가에서 10년 넘게 경력을 쌓은 니코 보쉬 골키퍼 코치까지 힘을 보탠다.

스페인 출신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 로베르토 모레노 인스타그램
스페인 출신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 로베르토 모레노 인스타그램

■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부임한 모레노…"데이터 활용 강점인 젊은 감독"

대한축구협회는 모레노 감독 선임 배경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명실상부 세계 최강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이끈 경험과 뛰어난 데이터 활용 능력을 기반으로 한 전술 설계 및 상대팀 분석이 장점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이번 임시 감독 선임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체육회 기준에 맞춰 이를 준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모레노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해 이미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다양한 전술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열의가 인상깊었다.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선임된 모레노 사단이 국가대표팀의 분위기 전환과 경기력향상에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미켈 아르테타(아스널), 사비 알론소(첼시), 안도니 이라올라(리버풀) 감독 등 스페인 출신 지도자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모레노 감독의 한국 대표팀 부임까지 더해지면서 스페인 축구 지도자들의 영향력이 세계 축구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다만 임시 감독이라는 신분과 짧은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모레노 감독은 실제 경기력으로 이를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 뉴스1

■ 첫 시험대는 홈 4연전…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로 데뷔

모레노 감독의 데뷔 무대는 9~10월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다. 대표팀은 이 기간 국내에서만 4경기를 소화한다. 오는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에콰도르와 첫 경기를 치른 뒤, 28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를 상대한다. 이어 10월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베네수엘라와, 6일에는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맞붙는다. 네 경기 모두 밤 8시 킥오프로 예정돼 있다.

모레노 감독은 이후 11월에도 원정 2연전을 앞두고 있어, 계약 기간인 11월 27일까지 총 A매치 6경기를 지휘하게 된다. 이 6경기 성적에 따라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이어갈지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