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 타이밍에… 하영 증조부 친일 논란 속 일본 넷플릭스, 돌연 '이런 영상'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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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활동 멈춘 와중 일본 넷플릭스, ‘하영 헌정 영상’ 공개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해외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일본 공식 채널에 하영 개인을 조명하는 특별 영상이 공개되며 국내 누리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넷플릭스 재팬 특별 영상 공개… 국내 냉담한 반응

넷플릭스 재팬은 지난달 28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비롯한 SNS 플랫폼을 통해 ‘하영이 연기하는, 자기답게 살아가는 강인하고 유연한 캐릭터들’이라는 제목의 약 4분 분량 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배우 하영이 지난달 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하영이 지난달 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해당 영상에서 넷플릭스 재팬 측은 하영에 대해 “당당한 모습이 인상적인 배우 하영. 자신의 인생을 자기답게 살아가는 강인함과 유연함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는 소개 문구를 덧붙였다. 영상 구성은 하영이 그동안 넷플릭스 플랫폼 및 주요 작품에서 선보여 온 연기 행보를 한데 모은 일종의 ‘배우 특별 헌정 영상’ 형태를 띠었다.

영상 내에는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을 비롯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월간남친’, ‘참교육’ 등 하영이 출연했던 주요 작품 속 주요 장면들이 차례대로 등장한다. 특히 제작진은 하영이 연기한 캐릭터들의 당당함과 주체적인 면모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도록 장면을 편집해 배치했다.

그러나 영상이 공개된 시점을 둘러싸고 국내 대중의 시선은 차갑다. 하영은 최근 증조부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 및 가문 관련 발언으로 심각한 역사인식 부재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국내에서는 논란의 여파로 하영이 모델로 활동하던 광고가 전격 중단되거나 내려갔으며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등 출연 회차의 VOD 및 다시보기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넷플릭스 코리아 역시 당초 예정돼 있던 주연작 ‘이런 엿같은 사랑’ 관련 배우 하영과 정해인의 인터뷰 일정을 전면 취소하는 등 작품 홍보 일정 전반에 큰 차질을 빚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처럼 국내 홍보와 공식 활동이 사실상 동결된 시국에 일본 현지 채널에서 개인의 주체성과 당당함을 칭송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국내 누리꾼 사이에서는 "국내 정서와 완전히 차단된 홍보 행태", "시국과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기획"이라는 냉소와 비판이 쏟아졌다.

하영 증조부 친일 논란의 시작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7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이었다. 당시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한 하영은 집안 배경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4대째 의사 가문’ 출신임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 하영이 지난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서울콘 에이판 스타 어워즈'(2025 SEOULCON APAN STAR AWARDS)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하영이 지난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서울콘 에이판 스타 어워즈'(2025 SEOULCON APAN STAR AWARDS)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하영은 방송에서 “증조부께서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신 뒤 한양에 서양식 의원을 개업하셨고 고종 황제를 직접 진료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영은 과거 인터뷰 및 공식 석상에서도 가문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여러 차례 표현해 온 바 있다. 실제 그는 지난해 1월 진행된 매체 인터뷰에서도 “한양 안에 첫 양방을 개업하신 의사였으며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라며 가문의 내력에 대해 깊은 애정을 나타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과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에 의해 하영이 언급한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당시 인물인 ‘안상호’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태는 180도 다른 방향으로 급변했다.

유튜브, 넷플릭스 재팬

조사된 사료에 따르면 안상호는 1916년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친일단체 중 하나로 분류되는 ‘대정친목회(大正親睦會)’의 평의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활동했던 인물이다. 대정친목회는 일제의 무단통치 시절 조선인 유력자들을 포섭해 내선융화와 일제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더욱이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의 기관지 역할을 했던 '매일신보'에는 안상호의 가정이 일본식 생활 양식을 적극적으로 따르는 ‘일선동화(日鮮同化)’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소개된 기록까지 발굴됐다. 안상호는 1918년 매일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일본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조선인들과는 거의 교류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긴 기록이 확연히 존재한다.

결국 대중 사이에서는 하영이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으로 가문의 부와 지위를 축적한 배경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공중파 방송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솔하게 자부심을 드러내고 자랑했다는 분노와 비판이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소속사의 성급한 대응과 입장 번복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하영의 소속사인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의 초기 대응 역시 화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소속사 측은 지난달 10일 첫 공식 입장을 통해 “증조부가 안상호 선생인 것은 맞으나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친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배우 하영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하영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하지만 이미 온라인상에는 대정친목회 회원 명단과 매일신보 기사 캡처본 등 구체적인 사료와 명확한 물증이 유포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명확한 문헌적 증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나온 소속사의 무조건적인 부인과 방어적 태도는 대중의 분노를 더 부채질했고 "역사적 사실마저 무책임하게 부정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소속사 측은 결국 “자세한 내용을 다시 확인해 성실히 재입장을 밝히겠다”며 하루 만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논란 사흘째 되던 날 소속사는 기존 입장을 전면 번복하는 2차 입장문을 냈다. 소속사 측은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올라 있는 기록을 실제로 확인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이어 “충분한 사료 검증 없이 성급하게 ‘사실무근’이라 답변해 대중과 팬들에게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증조부 안상호의 행적을 둘러싸고 역사학계에서도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재조명받고 있다.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층위가 복합적인 만큼 시각의 차이도 존재한다.

과거 친일인명사전 편찬 작업에 깊이 참여했던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안상호의 행적에 대해 엄중한 평가를 내렸다. 이 전 관장은 “대정친목회는 일제 무단통치기에 조선인 유력자들을 포섭해 내선융화를 선전하기 위해 설립된 대표적 친일단체”라며 “안상호가 해당 단체의 평의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활동했다면 역사적으로 친일 행위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역사학자 심용환은 사안을 보다 다각도로 바라볼 필요성을 언급했다. 심용환은 “안상호가 대정친목회에 참여하고 그의 가정이 일제의 동화정책 선전에 이용된 점은 역사적으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다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친일 부역 행위가 추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단체 가입 기록만으로 인물 전체를 곧바로 ‘친일파’로 단정하고 매도하는 데는 학술적인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분별 있는 시각을 제시했다.

배우 하영, 자필 사과문 발표

소속사의 공식 사과에 이어 배우 하영 역시 지난달 12일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게재하며 직접 고개를 숙였다.

배우 하영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61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하영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61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하영은 사과문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자료를 직접 찾아보는 과정에서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문의 역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지나간 행동을 깊이 반성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집안 어른들을 통해 들은 단편적인 이야기만 믿고 무지한 상태에서 여러 공식 석상과 방송을 통해 증조부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왔다”고 인정하며, “미처 몰랐다는 사실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긴 핑계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후손으로서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특히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 이 같은 부족함으로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