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 로봇폰 직접 써보니…2.6g 짐벌은 놀랍고 AI 로봇 기능은 볼거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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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 로봇폰 실사용기, 2.6g 초소형 짐벌로 200MP 촬영 흔들림 잡는다
가격은 9,999위안부터, AI 로봇 기능은 아직 볼거리 수준이라는 평가

아너 로봇폰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아너 로봇폰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아너(Honor)의 실험적 플래그십 ‘로봇폰(Robot Phone)’을 실제로 체험해본 외신들의 후기가 나왔다. 엔가젯(Engadget)과 트러스티드 리뷰(Trusted Reviews) 기자들은 최근 중국에서 판매 중인 로봇폰을 직접 써본 소감을 각각 공개했다. 카메라 뒤에 초소형 짐벌(흔들림 보정 장치)을 그대로 넣은 이 폰은 올해 초 MWC 2026에서 처음 공개됐다. 중국에서는 8월 12일(현지시각) 광저우에서 정식 공개된 뒤 8월 18일(현지시각)부터 판매를 시작했지만, 아너는 중국 밖 출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두 매체 모두 짐벌의 안정화 성능에는 놀랐다는 평가를 남겼다. 다만 AI 로봇 기능은 아직 볼거리 수준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가격은 기본형이 9,999위안, 최상위 모델이 12,999위안으로 책정됐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짐벌, 어떻게 폰 안에 들어갔나

아너는 2.6그램(g)짜리 짐벌 모터를 자체 제작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짐벌이라고 설명한다. 이 짐벌은 폰 뒷면의 작은 홈 안에 접혀 들어가 있다가, 커버를 손으로 밀어 열고 카메라 앱이나 AI 비서 앱 속 실행 버튼을 누르면 팔이 펼쳐진다. 엔가젯은 짐벌 팔이 펼쳐지는 과정을 화면에 엑스레이(X-ray)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순데이 가디언(Sunday Guardian)에 따르면 이 짐벌은 4자유도(four degree of freedom) 티타늄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100개가 넘는 정밀 부품이 들어간다. 짐벌은 200MP 메인 카메라에 3축(three-axis) 안정화를 제공한다고 엔가젯은 설명했다. 짐벌을 펼치지 않고 접어둔 상태에서도 같은 센서로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촬영할 수 있는데, 이때는 f/1.6 조리개와 광학식 이미지 안정화(OIS)를 지원한다. 후면에는 2억 화소 망원(페리스코프) 카메라와 5,0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도 있다. 망원은 OIS를 지원하며 최대 2.7배 광학 줌이 가능하고, 초광각은 화각 122도다. 전면 카메라는 5,000만 화소다.

두께는 카메라 유닛을 제외하고 9.6mm, 무게는 약 248그램이다. 화면은 6.31인치이며,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젠 5(Snapdragon 8 Elite Gen 5)에 아너 자체 개발 H1 칩을 더했다. 배터리는 7,060mAh로 유선 120W, 무선 50W 충전을 지원한다.

흔들리는 런던 지하철역에서 써보니 / AI 생성 이미지
흔들리는 런던 지하철역에서 써보니 / AI 생성 이미지

흔들리는 런던 지하철역에서 써보니

엔가젯의 매트 스미스(Mat Smith) 기자는 런던 킹스크로스 역 주변을 뛰어다니며 짐벌의 초강력 안정화 모드(super-steady mode)를 시험했다. 촬영 영상은 움직임 속에서도 놀랍도록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그는 “미니어처 짐벌 팔의 크기를 보면 다소 약한 보정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뛰어다니는 상황에서도 잘 버텨줬다”고 전했다.

다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짐벌이 원치 않는 순간에도 낯선 사람의 얼굴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경우가 있었다. 기자는 곧 촬영 대상을 우선시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고 덧붙였다. 짐벌은 수동으로 화면 속 스틱을 조작해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추적 속도도 조절 가능하다. 사람뿐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사물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은 일반 스마트폰용 짐벌보다 나은 부분으로 꼽혔다.

트러스티드 리뷰 역시 짐벌이 기대만큼 잘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 시장만을 겨냥해 만들어진 탓에 몇 가지 소소한 문제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촬영 화질은 폰 화면으로만 확인했음에도 결과물이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영상 촬영 기능은 영화 카메라 업체 아리(ARRI)와 협업한 결과물이다. 아리의 로그(Log) 포맷인 로그C3(LogC3)로 촬영할 수 있고, 촬영 중 미리보기(프리뷰) 화면에서 색보정 LUT(색상 참조표)를 적용해 결과물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트러스티드 리뷰는 14비트(bit) RAW 처리와 실시간 아리 룩(ARRI Looks) 프리뷰도 지원한다고 전했다. 아리 측은 로봇폰을 자사와 아너의 시네마 이미징 협업이 만들어낸 첫 상업적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AI 로봇 기능엔 “아직 볼거리 수준”이라는 냉정한 평가

로봇폰이라는 이름과 달리, 아너의 AI 비서 ‘요요(YOYO)’가 담당하는 로봇 모드는 두 매체 모두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트러스티드 리뷰는 짐벌이 춤을 추거나 사람 얼굴을 마주 보며 질문에 답하는 기능을 두고 “이런 것들은 순전히 볼거리일 뿐, 누구도 이 폰을 사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순데이 가디언에 따르면 요요 로봇 모드에서는 짐벌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고, 회전하거나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시연이 소개된 바 있다.

엔가젯 역시 요요 AI 비서의 상당 부분 기능이 중국 내에서만 제대로 작동한다고 지적하며, 카메라 성능에 더 관심이 쏠렸다고 밝혔다. GSM아레나(GSMArena)가 진행한 독자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로봇폰에 관심을 보인 응답자 대부분은 짐벌이 열어주는 촬영 가능성, 즉 카메라 기능을 이유로 꼽았다. AI가 폰을 로봇처럼 만들어주는 기능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 수준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같은 설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확인됐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부품이 고장 나면 수리비가 비쌀 것이라는 걱정, 가격에 대한 부담, AI 기능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뒤섞여 있었다. 실제로 로봇폰은 짐벌이 접혀 들어간 상태에서만 방진·방수 등급 IP54를 인정받는다. 짐벌 관련 부품의 마모나 고장까지 보호해주지는 않는다.

9,999위안부터, 중국 밖 출시는 안갯속

로봇폰은 12GB 램(RAM)+512GB 저장공간 모델이 9,999위안, 16GB 램+1TB 저장공간 모델이 12,999위안이다. 엔가젯은 기본형 가격을 달러로 환산하면 약 1,500달러 수준이라고 전했고, 순데이 가디언은 환율에 따라 두 모델 모두 대략 1,400~1,900달러 사이로 추산했다.

엔가젯은 아너가 삼성 갤럭시 Z 트리폴드(Galaxy Z TriFold)처럼 한정 생산으로 시장 반응을 시험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아너의 최근 폴더블 폰 매직 V6(Magic V6)도 중국에서는 로봇폰보다 낮은 가격에 팔렸지만, 영국에서는 2,000파운드(약 2,700달러 이상)에 판매됐다. 로봇폰이 서구권에 출시된다면 가격이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아너 관계자는 엔가젯에 회사가 이미 중국 밖에서 출시할 수 있는 후속 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GSM아레나는 다음 달 출시될 매직9(Magic9) 시리즈에도 로봇폰과 같은 아리 관련 기능, 즉 로그C3 영상 녹화와 LUT 색보정, 시네마 모드가 탑재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매직9에는 짐벌이 들어가지 않는다. GSM아레나는 짐벌 없이도 DJI 오스모 모바일(Osmo Mobile) 같은 액세서리로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