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앞둔 직장인들 비상...서울 시내버스 '파업'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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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기준 176시간 vs 209시간, 버스기사 임금 판단 갈린다
1월 파업 재현 우려, 정기상여금 반영 방식으로 또 충돌하는 노사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통상임금 산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을 끝내 풀지 못하면서 올해 두 번째 파업 가능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실제 파업까지 벌어졌던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갈등이 이번에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와 ‘월 몇 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계산할 것인지’를 놓고 재점화한 것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31일 2026년도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오는 9월 3일 지부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향후 단체행동의 종류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직 파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노동위원회의 조정이 성립되지 않고 이후 노조가 쟁의행위를 결정하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 1월에도 멈췄던 서울 버스…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불씨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 갈등은 올해 초 이미 한 차례 대규모 파업으로 번졌다. 지난 1월 13일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노사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서울 시내버스회사 64곳의 조합원 약 1만8700명이 파업에 참여했고, 서울에서 운행되는 버스 약 7400대가 멈춰 시민들의 출근길에 큰 불편이 발생했다.
당시에도 핵심 쟁점은 통상임금이었다.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하면서 서울 시내버스 회사들이 기존 임금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사측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되 임금체계를 다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실질적인 임금 증가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결국 올해 1월 파업 당시에도 양측은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충돌했다. 이후 교섭과 법원 판단이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같은 문제가 다시 단체교섭의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통상임금’이 대체 뭐길래…월급 계산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통상임금은 쉽게 말해 연장근로수당이나 야간근로수당 등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임금이다. 따라서 어떤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느냐에 따라 근로자가 받게 되는 각종 법정수당의 금액도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갈등의 출발점은 정기상여금이다. 버스회사 측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되, 기존 임금체계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버스사업자조합은 정기상여금을 연봉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정기상여금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 임금체계를 제안했으며, 사측 설명대로라면 연봉 자체는 약 10.3%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사실상 임금 동결로 보고 있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넣는 데 따른 수당 증가분뿐 아니라 별도의 임금 인상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사측은 “법원 판결에 맞춰 임금체계를 바꾸자”는 입장이고, 노조는 “통상임금이 올라가는 만큼 실제 임금도 추가로 올라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복잡한 문제가 붙었다. 바로 ‘기준 시간’이다
176시간이냐 209시간이냐…숫자 하나가 임금에 영향을 준다
월급을 받는 버스기사의 통상임금을 시간당 금액으로 계산하려면 월 단위로 몇 시간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정해야 한다. 기준 시간이 작아지면 같은 월급을 더 적은 시간으로 나누게 되기 때문에 시간당 통상임금은 높아지고,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연장·야간근로수당도 커질 수 있다.
현재 노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숫자가 바로 176시간과 209시간이다. 노조는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월 176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한 만큼 서울 시내버스에도 이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해당 판결에서 일부 부분이 파기환송됐기 때문에 기준 시간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209시간 또는 230시간을 적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숫자 하나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통상임금을 시간당 금액으로 환산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버스기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각종 수당과 회사의 인건비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시버스사업자조합은 우선 209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한 뒤 향후 소송 결과가 176시간으로 확정되면 그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무엇을 판단했나…동아운수 판결이 핵심
양측의 주장이 맞서는 배경에는 지난 4월 대법원이 내놓은 동아운수 임금소송 판결이 있다. 대법원 3부는 4월 30일 서울 시내버스 회사 동아운수의 전·현직 근로자와 유족 등 9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동아운수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즉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야간근로수당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부분은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다만 수당을 계산할 때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노사가 미리 정해놓은 ‘보장시간’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을 일부 뒤집었다. 대법원은 실제 연장·야간근로시간이 노사가 합의한 보장시간에 미치지 않더라도 수당을 보장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하게 됐다.
따라서 현재 서울 버스 노사가 ‘176시간이 이미 확정된 기준인지’를 놓고 다투는 것은 이 판결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파기환송심의 판단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와도 연결돼 있다.
노조는 대법원 판결에서 176시간 기준이 사실상 인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해당 사건이 일부 파기환송된 만큼 임금 산정의 모든 부분이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서울고법에서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정기간 15일…당장 버스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31일 노동쟁의 조정신청이 접수됐다고 해서 곧바로 서울 시내버스가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노동쟁의 조정은 노사가 임금과 근로조건 등에 합의하지 못했을 때 노동위원회가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절차다.
현재 법정 조정기간은 15일이며, 노사 합의에 따라 최장 15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 기간에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노조가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이 마련될 수 있고, 이후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실제 파업 여부가 결정된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오는 9월 3일 지부위원회를 열고 단체행동의 종류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파업 확정’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노사가 조정 절차를 거치면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서울시도 부담…임금 문제 넘어 시민 교통비와 재정으로 연결
서울 시내버스 임금 갈등은 노사 양측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시내버스는 시민들의 일상적인 이동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출퇴근길 교통 불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파업 당시에도 약 7400대의 버스가 운행을 멈추면서 서울시는 지하철 증회 운행과 무료 셔틀버스 투입 등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다. 당시 서울 지하철에는 평소보다 많은 승객이 몰리면서 출근길 혼잡이 크게 증가했다.
또 서울 시내버스는 준공영제 아래 서울시 재정 지원과도 연결돼 있다. 버스기사 임금이 올라가면 단순히 개별 버스회사의 비용 증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서울시가 부담해야 하는 재정 규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이번 교섭에서 노사가 다투는 것은 단순한 ‘월급 인상률’ 하나가 아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는 방식, 이를 바탕으로 수당을 계산하는 기준 시간, 대법원 판결의 적용 범위, 그리고 그에 따른 회사의 인건비와 서울시 재정 부담까지 서로 얽혀 있다.
현재 노조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임금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판결을 반영하면서도 급격한 인건비 증가를 막을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버스가 다시 멈출지는 결국 노동위원회의 조정 과정과 이후 노사 협상에서 양측이 ‘176시간’과 ‘209시간’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