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창릉·탄현 '도시다운 도시' 건설…민경선 시장, LH와 실무협의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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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족용지·공업물량·벌말마을 편입 등
고양시 부담에 상응하는 지원방안 마련
대규모 주택공급에만 매몰된 신도시 개발은 곤란하다는 고양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잇따라 만나 고양창릉·고양탄현 공공주택지구의 자족기능과 주민 안전, 기반시설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주택을 짓는 도시’에서 ‘일자리와 생활이 함께하는 도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은 지난 28일 LH 신도시사업1처장과 면담을 갖고 고양창릉·고양탄현 공공주택지구의 주요 현안과 향후 사업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만남은 지난 8월 6일 LH 고양사업본부장 접견에 이은 후속 협의다. 당시 양측은 주요 현안을 신속하게 조정하고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협력체계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현안별 추진 상황과 쟁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향후 조치계획까지 논의했다.
고양시는 이날 협의에서 단순한 주택 공급 확대보다 신도시가 지역경제와 생활권의 새로운 중심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자족기반과 생활 인프라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우선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은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따른 개발계획 조정 문제였다. 최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신도시 사업 속도전이 강조되는 가운데 개발계획이 바뀔 경우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고양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민경선 시장은 고양시가 일방적으로 사업의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계획 변경이나 사업 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지방정부와 충분히 협의하고, 그에 상응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족용지와 공업물량 확보는 고양시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핵심 과제다.
신도시 개발이 성공하려면 주택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소비할 수 있는 산업·업무 기반을 갖춰야 한다. 고양시가 창릉지구를 단순한 주거지로 만들지 않고 첨단산업과 기업이 모이는 자족도시로 키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양시 산하 고양연구원 자료에서도 창릉지구의 자족용지 확보 필요성이 제기됐다. 연구원은 유보지 약 40만㎡를 주택용지가 아닌 자족용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창릉의 자족기능을 높이기 위해 해당 부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미 고양시가 창릉 개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순한 주택 공급 논리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주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인구가 증가한 만큼 지역의 일자리와 세수가 따라오는 자족도시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창릉지구는 이미 본청약이 시작되는 등 사업이 현실적인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LH는 지난해 고양창릉에서 3개 블록 1,792가구의 본청약을 시작했고, 올해 6월에는 S-3블록 1,282가구에 대한 이익공유형 분양주택 입주자모집공고도 냈다.
주택 공급이 가시화될수록 고양시가 자족용지와 교통, 생활 인프라를 강조하는 이유도 분명해진다. 실제 주민 입장에서 신도시의 완성도는 아파트 단지 숫자가 아니라 직장과 학교, 상업시설, 교통시설, 공공서비스가 얼마나 함께 갖춰지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공업물량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산업 기능을 확보하지 못한 신도시는 출퇴근 인구가 외부로 빠져나가 교통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주거와 산업을 적절히 배치해 지역 내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교통난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 안전 역시 이번 협의의 핵심이었다.
고양시는 창릉·탄현지구 개발 과정에서 벌말마을 편입 문제를 비롯해 기존 주민들의 생활 안전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다. 대규모 개발이 진행될수록 기존 마을과 신도시 사이의 경계에서 도로, 생활권,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개발 편의보다 주민들의 실제 생활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반시설 조성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선 뒤 도로와 공원, 생활편의시설을 뒤늦게 보완하는 방식으로는 주민 불편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3기 신도시에서도 교통과 자족시설 확보 시점이 실제 입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주민 불편이 발생하는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LH는 3기 신도시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부지조성공사와 주택공급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고양창릉 역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여 왔다.
고양시가 이번 협의에서 ‘속도’보다 ‘지역과의 균형’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개발사업이 빨라질수록 지방정부와 주민이 감당해야 하는 교통·생활 인프라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창릉의 기업 이전 문제 역시 중요한 배경이다. LH는 창릉지구 내 공장·제조업과 물류·유통업 등 약 300개 기업의 이전을 위한 기업이전단지를 추진해 왔다. 이는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기존 산업과 기업의 재정착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지역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고양시는 이런 기업 이전과 자족용지 확보가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창릉의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하나의 축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 기업의 안정적인 이전과 신규 첨단산업 유치가 함께 이뤄져야 신도시가 장기적으로 일자리와 세원을 만들어내는 자족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경선 시장은 이번 면담에서 “지난 8월 6일 LH 고양사업본부장 접견에 이어 이번 면담을 통해 창릉·탄현 공공주택지구의 주요 현안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며 “단순한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안별 추진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과 사업 여건에 따라 계획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고양시와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고양시가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안거나 양보하는 구조가 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LH와 함께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지역 여건과 시민 요구를 반영한 지원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준엽 LH 신도시사업1처장은 “고양시가 제시한 현안과 건의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정부 정책에 맞춘 창릉지구의 신속한 주택공급 확대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고양시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