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행위 우려 있다”…대법이 청소년 출입 막은 ‘이곳’

작성일

밀폐 구조 룸카페,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로 판단
2심 무죄 뒤집고 파기환송…“신체 접촉·성행위 우려”

밀폐된 구조의 룸카페는 내부에서 신체 접촉이나 성행위가 이뤄질 우려가 있는 만큼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기도의 한 룸카페에서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과 경기도 청소년과, 시군 청소년과 관계자들이 도내 룸카페에 대한 단속·점검를 진행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경기도의 한 룸카페에서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과 경기도 청소년과, 시군 청소년과 관계자들이 도내 룸카페에 대한 단속·점검를 진행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대법원이 룸카페의 실제 구조와 이용 형태를 기준으로 청소년 출입 제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관련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일부 룸카페를 둘러싸고 청소년 출입과 성범죄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가운데, 외부에서 내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밀폐형 공간 자체가 청소년보호법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룸카페 업주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22년 3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경기 수원시에서 룸카페를 운영하며 14~17세 청소년 8명을 출입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6개 방 중 14개가 밀폐형…매트·베개·TV까지

A 씨가 운영한 룸카페에는 모두 16개의 방이 설치돼 있었다. 이 가운데 2개 방은 문에 투명한 유리창이 있어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있었지만 나머지 14개 방은 밖에서 내부를 사실상 확인하기 어려운 폐쇄형 구조였다. 각 방에는 이용객이 눕거나 앉을 수 있는 매트와 베개, TV 등이 마련돼 있었다.

해당 업소는 출입구에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 표시를 붙이지 않은 채 청소년들을 출입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보호법은 일정한 형태의 영업 가운데 신체 접촉이나 성적 행위 등이 이뤄질 우려가 있는 업소에 청소년을 출입시키거나 고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1심은 해당 룸카페가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외부에서 내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방에 매트와 베개 등이 갖춰져 있어 현실적으로 신체 접촉이나 성행위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보고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청소년보호법에서 규정한 '불특정한 사람 사이의 신체적 접촉 등'을 유흥접객원과 고객 사이에서 이뤄지는 경우나 서로 모르는 고객들을 업주가 연결해 신체 접촉 등이 이뤄지는 경우로 좁게 해석했다. A 씨가 유흥접객원을 고용하거나 서로 모르는 고객을 연결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 “서로 모르는 사람 연결해야만 적용되는 것 아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 뉴스1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의 범위를 반드시 유흥접객원과 고객 또는 서로 모르는 고객 사이에서 신체 접촉 등이 이뤄지는 영업으로만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룸카페가 불특정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이면서 각 방 내부를 밖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이런 공간에서는 입맞춤을 비롯한 신체적 접촉이나 성행위 등이 이뤄질 우려가 있어 청소년보호법이 정한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의 영업 형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관련 법리를 잘못 해석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수원지법에서 다시 심리하게 됐으며,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따라 A씨의 유무죄를 다시 가리게 된다.

청소년 출입 둘러싼 논란 반복…실제 성범죄 장소로도 등장

룸카페를 둘러싼 청소년 보호 문제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일반 카페와 달리 개별 공간이 칸막이나 문으로 분리돼 있고 외부 시선이 차단되는 업소가 등장하면서 청소년들이 장시간 머무를 수 있는 밀폐 공간으로 이용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룸카페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도 잇따라 발생했다. 경기 평택에서는 20대 남성이 룸카페에서 10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피해자의 가족이 룸카페를 찾아 현장을 발견한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기도에서는 40대 남성이 온라인 오픈채팅을 통해 알게 된 12세 초등학생을 룸카페로 데려가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해당 남성은 자신의 나이를 속이고 피해 아동에게 별도의 휴대전화까지 마련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룸카페의 밀폐된 구조가 청소년 대상 범죄에 악용된 사례가 나오면서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정부는 2023년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관련 고시를 개정해 밀폐 구조의 변종 룸카페에 대한 청소년 출입 제한 기준을 강화했다. 가림막이나 잠금장치가 없고 통로에 접한 면이 투명창으로 돼 있거나 개방돼 외부에서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형태 등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청소년 출입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정비했다.

서울시도 룸카페 특별 단속…위법 제보 포상금 최대 2억원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인근 룸카페에서 북구청 등 관계기관이 밀폐 공간 등 청소년 유해 환경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연합뉴스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인근 룸카페에서 북구청 등 관계기관이 밀폐 공간 등 청소년 유해 환경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도 청소년의 룸카페 이용을 둘러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다음 달 3일부터 28일까지 서울시교육청, 경찰과 함께 룸카페와 홀덤펍을 대상으로 특별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 학교 주변 200m 이내 교육환경보호구역과 대학가, 번화가 등 청소년 접근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단속에서는 청소년을 실제로 출입시키거나 종사자로 고용했는지, 출입·고용 금지 표시를 제대로 부착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 등 유해 약물을 판매했는지도 함께 점검한다.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에 청소년을 출입시키거나 고용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서울시는 관련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와 함께 위법 행위를 신고하거나 제보할 경우 최대 2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단순한 의심이나 정황 전달이 아니라 실제 범죄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가 포상금 지급의 핵심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