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남편의 정체가... 한국 정당사에 유례 없는 '부부 요직 독점'
작성일
정당보조금 문제와 맞물려 논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남편이 용 후보자 소속 정당인 기본소득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것은 물론 최고위원 선거에까지 출마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군소정당이라도 부부가 당의 요직을 함께 맡는 것은 한국 정당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용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기본소득당이 과연 정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용 후보자 남편은 박기홍 기본소득당 전략기획부총장이다. 31일 기본소득당에 따르면 박 부총장은 최근 5기 전국동시당직선거에서 최고위원 후보 기호 1번으로 등록을 마쳤다. 총 셋을 뽑는 이번 선거에선 박 부총장을 비롯해 신지혜 최고위원, 노서영 청년최고위원, 노치혜 여성위원장까지 총 4명이 경쟁한다. 청년최고위원 후보로는 김진서 청년위원장이 단독으로 나섰다.
용 후보자는 장관에 임명되면 당직을 맡지 못한다. 다만 당의 유일한 현역 의원이자 사실상 구심점인 용 후보자가 정부에 입각하고 배우자인 박 부총장이 당 지도부에 진입하는 구도 자체가 문제로 꼽힌다. 당 지도부가 장관의 남편인 상황에서 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가 붙는 것이다.
박 부총장은 2020년 1월 기본소득당 창당 때부터 함께한 핵심 인사다.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후 전략기획실장과 기획조정실장을 두루 맡았다. 용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에 합류하기 위해 당대표직을 잠시 비웠을 때는 당대표 권한대행도 맡았다. 부부가 번갈아 당의 요직을 쥐어 온 셈이다. 박 부총장은 2021년 육아휴직을 쓰기도 했다. 용 후보자가 자녀를 출산하면서다.

박 부총장은 출마선언문에서 ‘대체불가 기본소득당’을 전면에 내걸며 화두로 인공지능(AI) 혁명을 꺼냈다. 박 부총장은 "AI 혁명은 이미 우리의 삶을 온통 바꾸고 있다"며 올여름 가족 여행 일화를 소개했다.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여행 계획을 단번에 세워주더라"는 경험을 들어 "내 손안에 들어온 AI는 이미 전과는 차원이 다른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박 부총장은 "'안정적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인 상황에 AI 혁명까지 겹치면서 불안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런 세상에서 "누구나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식시장, 코인시장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새로운 세대가 자유도, 평등도, 연대도 아닌 '공정'이란 단어에 가장 크게 공감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여섯 살 아들을 키우는 아빠"라는 점을 앞세운 박 부총장은 아이가 마주할 세상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고용, 임금, 노동시간, 세대 간의 정의, 가족을 비롯한 사회 공동체의 여러 관계까지" 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는 것이다. 이에 "위기를 관리하는 봉합의 정치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열어나가는 국민주권의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 부총장이 제시한 기본소득당의 과제는 두 갈래다. "기술 혁신과 문화를 선도하며 성장하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이뤄내는" 동시에 "국민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모두의 자유와 연대가 증진되는 더 나은 사회의 기본 질서"를 세우는 것이다. 박 부총장은 "'대체불가 대한민국'이 '대체불가 대한국민'의 삶으로 직접 연결되는 그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당을 창당한 이유"라고 밝혔다.
박 부총장은 "지금부터 2030년까지 약 3년의 시간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이 시기에 크게 승리하지 못하면 "극단의 갈등만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은 소수정당에 머물지 않는 "대체불가 진보정치, 대체불가 기본소득당으로서 국민의 마음에 분명한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총선 승리 전략을 두고는 "미약한 조직력은 현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단순한 정치공학적 계산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봤다.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는 정치로 나아가야만 그제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해법으로 새로운 전략 수립과 과감한 외연 확대를 꼽은 박 부총장은 "'기본소득 중심의 진보정치 재구성'이란 구호"를 구체적 계획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박 부총장은 "20대 중반,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가치와 철학에 매료됐다"며 15년간 정진해 온 자신을 "자타공인 기본소득당 전략통"이라고 소개했다. "'대체불가 기본소득당'을 만드는 과업을 직접 책임지고 최전선에서 해내겠다"는 것이 출마의 뜻이라고 했다. 이어 "급변하는 시대를 마주한 국민의 마음, 그 마음을 이해하는 진정한 소통의 정치"를 펼치는 한편 "민주진보진영의 역학관계를 온전히 바꿔낼 '기본소득 중심의 진보정치 재구성'에 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박 부총장은 선거운동과 함께 다섯 가지 공약을 하나씩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공약은 기본소득 정치전략 2.0을 통한 10년 준비, AI 혁명 시대의 기본소득 개헌, 공격적인 조직 확대, 상설위원회 확대를 통한 '1당원 1상설위' 시대, 연합정치 제도화 중심의 정치개혁이다.
이번 당직선거에서 당대표 후보로는 오준호 전 기본소득당 공동대표가 단독 출마했다. 오 후보는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22대 총선에 당 후보로 나선 바 있다. 오 후보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당원과 함께 2028년 총선 승리의 문을 열고 기본소득당을 선명한 대안 야당으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유세는 27일 강원·충청·제주를 시작으로 28일 영남권, 29일 호남권, 30일 수도권과 노동위원회로 이어진다. 후보자 합동 온라인 토론회는 다음달 2일 열린다. 투표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박 부총장의 최고위원 당선 여부는 다음달 6일 투표가 끝난 뒤 가려진다. 새 지도부 임기는 다음달 7일 시작된다.
3기와 4기 당대표를 지낸 용 후보자는 이번에는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고 원내대표 역할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장관이 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국무위원으로 입각하면 다음 순번 후보에게 의석을 넘기려고 사퇴하는 것이 관례로 통했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당에 현역 의원이 사라져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이 된다. 이 경우 정당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다. 기본소득당은 올해 3분기 보조금으로 약 2억7709만원을 받았다. 당이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박 부총장을 비롯한 당직자들의 수입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국무위원으로 지명되면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는데 11억원을 못 받을까 봐 사퇴를 안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강동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대행은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남편이 육아휴직으로 경력단절을 걱정한다더니 결국 본인 대표 체제에서 핵심 요직을 거쳤다"며 "국가 지원을 받는 정당에 남편을 당직자로 두고 월급을 받게 했다면 장관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