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탁구에 계속 공들이는 이유…故 조양호 선대회장과의 ‘오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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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등학생 선수 500여 명 참가…학년별 개인전으로 실력 겨뤄
우수선수 장학금 넘어 국외훈련·국제대회 출전까지 성장 과정 지원

전국에서 모인 초등학생 탁구 선수 500여 명이 이틀 동안 인천에서 라켓을 맞댔다. 단순히 순위를 가리는 대회를 넘어 우수 선수에게 장학금과 해외 경험까지 연결해 주는 유소년 육성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5회 일우배 전국탁구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모습 / 한진그룹 제공
'제5회 일우배 전국탁구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모습 / 한진그룹 제공

유소년 500명 모였다…초등 저학년부터 6학년까지 경쟁

한진그룹이 후원하는 ‘제5회 일우배 전국탁구대회’가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고 30일 밝혔다. ‘일우(一宇)’는 2019년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호다.

2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제5회 일우배 전국탁구대회' 주요 관계자들과 참가 선수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한진그룹 제공
2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제5회 일우배 전국탁구대회' 주요 관계자들과 참가 선수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한진그룹 제공

대한탁구협회가 주최·주관한 올해 대회에는 전국 초등학교 1~6학년 남녀 선수 약 500명이 참가했다. 선수들의 신체 발달과 경기 경험 차이를 고려해 1~2학년, 3~4학년, 5~6학년 등 세 부문으로 구분하고 개인전 리그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일우배는 2022년 첫 대회를 시작한 뒤 매년 이어져 올해 다섯 번째를 맞았다. 프로나 국가대표 선수가 아닌 초등학생 선수가 중심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경기 결과만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성을 보인 선수가 다음 훈련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후속 지원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다.

대한탁구협회는 성적이 우수한 선수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선수 소속 지도자에게도 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일부 선수에게는 국외 훈련이나 국제대회 참가 기회도 제공한다. 어린 선수가 국내 대회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선수와 맞붙으며 경기 감각을 넓힐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왜 초등학생 대회에 ‘해외 경험’까지 붙이나

'제5회 일우배 전국탁구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모습 / 한진그룹 제공
'제5회 일우배 전국탁구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모습 / 한진그룹 제공

탁구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 종목 가운데 하나다. 기술 숙련뿐 아니라 상대의 회전과 구질을 짧은 순간에 판단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유형의 선수를 상대해 본 경험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국제탁구연맹(ITTF)도 성인과 별도로 유소년 세계랭킹 체계를 운영한다. 2026년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 출전 경쟁 역시 U-19와 U-15 남녀 개인·단체 부문으로 세분화돼 진행되고 있다. 8월 24일 기준 순위도 별도로 집계되고 있다. 유소년 시기부터 국제대회 성적과 경험이 선수 성장 과정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국내에서도 유소년과 학생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대회가 연중 이어진다. 대한탁구협회가 공개한 2026년 일정을 보면 지난 21~27일 전남 해남에서 전국남녀학생종별탁구대회가 열렸고,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와 대통령기 전국탁구대회 등도 진행됐다. 협회는 이달 WTT 유스 컨텐더 및 유스 스타 컨텐더 강릉 국제탁구대회 개최 계획도 알렸다.

이 때문에 일우배처럼 어린 선수에게 국외 훈련과 국제대회 출전까지 연결하는 지원은 단순한 상금 지급과 성격이 다르다. 국내에서 기량을 확인한 선수가 국제 경기 경험을 쌓는 다음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2008년부터 10년 넘게 탁구협회 이끈 조양호

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이 불우이웃돕기 자선탁구대회에서 경기를 하는 모습
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이 불우이웃돕기 자선탁구대회에서 경기를 하는 모습

대회 이름에 조양호 선대회장의 호가 붙은 배경에는 그의 탁구계 활동이 있다. 조 선대회장은 2008년 7월 대한탁구협회장에 취임해 2019년 별세할 때까지 10년 넘게 협회를 이끌었다. 재임 기간 선수 지원뿐 아니라 지도자와 심판 양성 등 경기 외적인 제도 정비에도 관여했다. 2013년에는 대한탁구협회장 연임이 결정됐다.

국제 스포츠 외교에도 힘을 쏟았다. 2009년부터 아시아탁구연맹 부회장으로 활동했으며, 국제 스포츠 평화교류 단체인 ‘피스 앤 스포츠’ 대사도 맡았다. 201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피스 앤 스포츠컵에서 남북 탁구 단일팀이 구성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그의 재임 기간 한국 탁구는 올림픽에서도 성과를 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도 관여했다. 대회는 코로나19 여파로 한 차례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거쳐 2024년 부산에서 개최됐다.

탁구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된 뒤 올림픽 무대를 지켜오고 있다. 국제탁구연맹에 따르면 2028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은 탁구가 정식 종목으로 치러지는 11번째 올림픽이다. LA올림픽에서는 모두 6개의 메달 종목이 운영될 예정이다.

추모행사보다 ‘선수 육성’에 무게

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이 런던올림픽 탁구 남자단체전 은메달 시상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한진그룹 제공
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이 런던올림픽 탁구 남자단체전 은메달 시상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한진그룹 제공

올해 일우배에서는 조 선대회장의 활동을 소개하는 추모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됐다. 계양체육관으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조 선대회장이 국내외 탁구계에서 활동했던 모습을 담은 사진 약 20점이 전시됐다. 개회식에서는 추모영상도 상영됐다. 선수와 학부모가 고인의 탁구계 활동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만 대회의 중심은 추모 자체보다 유소년 선수 육성에 맞춰져 있다. 초등학생들이 실제 경기를 치르고, 우수 선수를 선발해 장학금과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가 매년 반복되면서 일회성 기념행사와는 다른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한탁구협회에도 현재 ‘미래국가대표 육성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국가대표뿐 아니라 후보선수·청소년선수·꿈나무선수로 이어지는 선수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어린 선수 발굴과 육성은 국가대표 경쟁력과도 직접 연결되는 분야다.

특히 국제탁구 무대가 성인과 유소년 모두 촘촘한 랭킹·대회 체계로 바뀌면서 재능 있는 선수가 얼마나 일찍 다양한 실전 경험을 확보하느냐도 중요해지고 있다.

한진그룹과 대한탁구협회는 앞으로도 일우배를 매년 이어가며 유소년 선수의 경기 경험을 넓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2022년 추모사업으로 출발한 대회가 5회째를 맞으면서 이제는 고인을 기억하는 행사를 넘어 어린 선수들에게 다음 무대를 제공하는 유소년 대회로 성격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