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각] 부동산·주식 문제 최대 책임자는 그대로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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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정책실장 유임... 부동산·주식 정책 책임자는 왜 그대로?

청와대가 6개 부처 장관을 새로 임명하는 개각을 단행하면서 정작 부동산과 주식 정책의 최대 책임자를 교체하지 않은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오른쪽) 대통령과 김용범 정책실장. / 뉴스1
이재명(오른쪽) 대통령과 김용범 정책실장.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중폭 개각을 발표했다. 재경부 장관 후보자에는 이형일 현 재경부 1차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는 홍지선 현 국토부 2차관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는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지명됐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낙점됐다.

이형일 후보자는 경제 정책 요직을 두루 거친 관료다. 중동발 고유가 국면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을 주도한 이력이 있다. 군 출신인 강신철 후보자는 한·미 연합방위 역량이 고려된 인선으로 평가된다. 용혜인 후보자는 1990년생이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첫 1990년대생 장관이 된다. 이소영 후보자는 소상공인 보호 입법에 적극 나선 재선 의원이다.

이번 개각은 취임 이후 국정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집권 2년 차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적 쇄신으로 풀이된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구윤철 전 부총리는 취임 1년여 만에 물러나게 됐다. 구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인천국제공항까지 이동했다가 출국 직전 일정을 돌연 취소해 교체설이 불거진 바 있다.

청와대 정책 라인은 전원 유임

부동산 세제와 증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번 교체 대상에서 빠졌다. 김 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고위직은 전원 유임됐다. 부동산·주식 정책을 실제로 주도해 온 축은 부처 장관이 아니라 청와대라는 것이 비판론의 핵심이다. 실패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그대로 둔 채 그 아래에서 정책을 집행하던 차관들을 승진시켜 장관 간판만 바꿨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범 정책실장. / 뉴스1
김용범 정책실장. / 뉴스1

실제로 재경부 장관 후보자와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기존 장관 밑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한 차관 출신이다. 이형일 후보자는 재경부 1차관, 홍 후보자는 국토부 2차관을 지냈다.

김 실장을 둘러싼 논란의 출발점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지난 7월 말 국내 시장에 등장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에 두 배로 투자하는 고위험 상품이 상장된 뒤 국내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야당은 충분한 검토 없이 상품이 상장돼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김 실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ETF 3인방'으로 지목해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김 실장은 증시를 낙관하는 발언도 여러 차례 내놨다.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는 상장회사 이익이 800조~9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근거로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이 2~3년 뒤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3강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이후 증시가 출렁이자 다른 나라 시장도 비슷하다는 취지로 대응해 이른바 '개미 탓' 논란을 빚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였다며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김 실장의 발언은 논란을 낳았다. 그는 반도체 호황을 근거로 낙관론을 폈다. 반도체가 벌어들인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면 호황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논리였다. 김 실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방송에서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보유세를 올리는 대신 양도세는 한시적으로 낮춰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이런 방향이 오히려 매물 잠김을 부추긴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김 실장은 초고가 1주택은 실거주용이라도 일반 주택과 달리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정부 세법 개정안의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졌다. 매매가와 전·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현상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초고가 주택 보유세 인상 기조는 유지했다. 기업 초과이익을 나누는 이른바 '국민 배당금' 구상도 시장에 혼선을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차관 임명 8개월 만에 장관?... '경기도 인맥’ 논란

주택 공급 대책도 도마에 올랐다. 김윤덕 전 국토부 장관 재임 기간에만 공급 대책이 세 차례 나왔다. 이 가운데 8·13 대책은 신규 택지 10만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23만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대책이 나올 때마다 곧바로 보완책이 뒤따랐다.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홍 후보자의 첫 과제는 이미 나온 공급 계획을 실제 착공으로 연결하는 일로 꼽힌다. 정부는 수도권에 150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신규 공공택지 7만3000가구 공급을 비롯한 후속 절차도 홍 후보자의 몫으로 남았다. 김윤덕 전 장관의 교체설은 6·3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 전면 수정론과 맞물려 이어져 왔다. 김윤덕 전 장관이 진행하던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용산 부지 협상도 홍 후보자가 넘겨받게 됐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장관 지명에 관한 소외를 밝히고 있다. / 뉴스1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장관 지명에 관한 소외를 밝히고 있다. / 뉴스1

새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경기도 인맥' 논란도 겹쳤다. 홍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을 지냈다. 당시 이 대통령의 핵심 주거 공약이던 '기본주택' 정책 실무에 참여했다. 홍 후보자는 1996년 지방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경기도에서 건설국장과 철도항만물류국장, 도시주택실장을 거쳤다. 남양주시 부시장을 지낸 뒤 지난해 12월 국토부 2차관에 임명됐다. 차관 임명 8개월 만에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셈이다.

홍 후보자는 1970년 강원 동해에서 태어나 성남고와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버밍엄대에서 도시·지역계획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국토부 첫 지방관료 출신 장관이 된다.

앞서 올해 초 부동산 정책 라인 곳곳에 경기도 인맥이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장에 이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이 임명된 것을 두고서다. 이 원장은 GH 사장 시절 기본주택 모델을 설계한 인물이다. 부동산 통계와 공시가격을 담당하는 기관장에 이어 국토부 장관 후보자까지 경기도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이를 두고 부동산 라인을 특정 인맥이 독식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꼬리 자르기’ 야당 반발... 정국 주도권 대치 예고

국민의힘은 개각 전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김 실장을 그대로 둔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 개각'이라고 규정했다. 나 의원은 실패한 부동산·주식 정책에 집착하는 '아집 개각'이라고 평가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내 주식시장 혼란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도 제안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도 공방이 예상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김 후보자가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이자 '공소취소모임' 공동대표를 맡았던 점을 문제 삼았다. 장 대표는 김 후보자가 이 대통령의 배임죄를 없애는 법안을 발의하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축소를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대북 불법 송금 사건을 겨냥한 공소취소 특검법 발의에도 앞장섰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본인의 재판 취소에 총대를 멜 법무장관을 앉히려는 인사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의 법사위 불출석 사유서 제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의 법사위 불출석 사유서 제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청와대는 이번 인선이 전임 장관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실질적 변화를 빠르게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역동성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으로 실질적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높은 인사 검증 기준과 인물난 속에서 정책 이해도가 높은 관료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쇄신보다 보강에 무게를 뒀다. 정무특보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에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기용됐다. 6·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났던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다시 발탁됐다.

후보자 6명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정기국회 일정과 맞물려 여야는 장관 후보자 검증을 놓고 정면 대치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