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백 구씩 시신 수습…참혹한 네팔 대홍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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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미상 시신 잇따라 임시 매장
30일 기준 사망 804명·실종 3048명
네팔 대홍수로 수습되는 시신이 급증하면서 현지 당국이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희생자들을 집단 매장하기 시작했다. 전국 병원과 시신 안치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냉동보관 시설에 들어가지 못한 시신의 부패까지 빠르게 진행되자 공중보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팔 당국은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신원 미상 희생자 시신 96구를 임시 매장한 데 이어 30일에도 100여 구를 추가로 매장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암리트 바하두르 라이 네팔 외교부 차관은 부패가 진행되는 시신을 계속 방치할 수 없다며 공중보건을 위해 매장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네팔 정부는 국제사회에 시신 보관용 냉동시설 1000개 이상과 DNA 검사키트, 법의학 장비와 전문 인력 지원도 요청했다.
669구 중 신원 확인 고작 20구…안치실도 포화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에 따르면 29일 오후 기준 수습된 시신과 시신 일부는 669구에 달했지만 유족이 신원을 확인한 경우는 20구에 그쳤다. 이 가운데 211구는 시신 일부만 발견됐거나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상당수 시신은 진흙과 물속에 이틀에서 사흘가량 묻혀 있어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수에 휩쓸린 시신이 라수와와 누와콧 등 피해 중심지에서 수십㎞ 이상 떨어진 하류까지 떠내려간 점도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시신은 치트완과 타나훈, 나왈파라시 등 트리슐리강과 나라야니강 하류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신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다른 지역 병원으로 옮기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상황이 특히 심각한 치트완에서는 233구가 수습됐지만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4구에 불과했다. 나머지 229구는 병원과 임시 보관시설에 분산돼 있었다. 그러나 치트완 지역 공공·민간 병원이 정상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시신은 모두 합쳐 약 50구 수준에 그쳐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훨씬 넘어섰다. 결국 당국은 바라트푸르시 데브갓 지역의 공개 부지를 임시 매장 장소로 정했다.
DNA 남기고 매장…신원 확인되면 다시 유족에게

당국은 신원 미상 시신을 곧바로 묻는 방식이 아니라 향후 신원 확인을 위한 자료를 최대한 남긴 뒤 임시 매장하고 있다. 시신에서 DNA 시료를 채취하고 얼굴과 신체 특징을 촬영하며 지문과 치아 정보, 소지품 등을 함께 기록한다. 각 시신에는 고유 식별번호가 부여되고 옷과 귀금속, 신분증 등 유류품도 같은 번호로 별도 보관된다.
매장된 위치 역시 정확하게 기록된다. 시신별 사진과 DNA 정보, 부검 자료, 매장 날짜와 정확한 위치 등을 보관해 추후 가족이 나타나 DNA가 일치하면 해당 시신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지 당국은 시신에 금속 재질의 식별표를 부착해 향후 신원이 확인될 경우 다시 수습할 수 있도록 했다. 네팔 정부는 신원이 확인된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해 힌두교 전통에 따라 화장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대규모 매장을 둘러싼 논란도 나오고 있다. 네팔에서는 힌두교 전통에 따라 시신을 화장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일부 유족과 정치권에서는 매장을 서두르기보다 임시 시신 안치 시설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면 당국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시신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장기간 보관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망 804명·실종 3048명
홍수 인명 피해는 계속 늘고 있다. 홍수 발생 닷새째인 30일 기준 네팔 재난 당국이 집계한 사망자는 최소 788명, 실종자는 2502명이다. 실종자 가운데 외국인은 592명이다. 중국 당국이 같은 날 집계한 시짱 티베트자치구 사망자 16명과 실종자 546명을 합치면 네팔과 중국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최소 804명, 실종자는 3048명에 이른다.
피해는 수력발전소가 몰린 네팔 중부 바그마티주에도 집중됐다. 네팔 당국은 수력발전소 현장 11곳 이상에서 작업자 최소 933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라수와 지역의 트리슐리 3A·3B 발전소에서는 100여 명이 터널 안에 고립된 채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두 발전소에 갇힌 인원이 약 35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정보도 당국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터널 뚫고 구조대 진입…내부 응답은 없어

네팔 군 구조대는 29일 밤 트리슐리 3A 발전소의 토사에 파묻힌 터널 상부를 드릴로 뚫고 파이프를 설치해 공기를 주입했다. 이어 30일에는 드릴과 굴착기, 유압 절단기 등 중장비와 폭발물을 동원해 터널에 구멍 4개를 낸 뒤 밧줄을 타고 내부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구조대는 터널 안에 갇힌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러 반응을 확인했지만 별다른 응답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산소 장비와 카메라를 갖춘 구조대원을 약 180m 떨어진 터널 내 공사 공간까지 투입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구조대가 해당 지점에 도달하면 고립된 인원의 실제 규모와 상태를 보다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시 쏟아진 폭우…추가 범람 우려
구조 작업은 계속되는 악천후 때문에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30일 오전 2시쯤부터 다시 폭우가 쏟아지면서 트리슐리강 수위가 상승했고 굴착 작업 구역까지 물이 차오르자 작업이 한때 중단됐다. 네팔 재난 당국은 트리슐리강 상류인 보테코시강 유량도 다시 늘고 있다며 구조대와 강변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홍수로 진흙과 바위가 강을 막으면서 만들어진 자연댐도 2차 피해 위험을 키우고 있다. 중국에서는 29일 밤 드론 감시 과정에서 기존 자연댐 호수에서 약 2.8㎞ 떨어진 곳에 산사태로 새로운 자연댐이 형성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에 시짱 티베트자치구 지룽 통상구 인근 구조 인력이 대피했고 중국 당국은 추가 붕괴와 범람 가능성을 감시하고 있다.
군·경 1만 5000명 투입…한국인 9명도 실종

네팔 당국은 30일 피해가 큰 계곡 지역에 군과 경찰 등 약 1만 5000명을 투입해 수색과 구조 작업을 벌였다. 이날 중국인 4명을 포함해 183명을 구조해 헬기 등으로 이송했다. 인도는 히말라야 고난도 터널 구조 경험을 가진 전문 구조대원 11명을 지원했고 중국도 터널 전문 구조팀 9명을 네팔에 파견했다.
국제사회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각각 약 36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고 유럽연합은 250만 달러, 영국은 500만 파운드, 말레이시아는 1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유엔은 250만 달러의 긴급 지원 자금을 집행했으며 국제적십자·적신월사연맹은 100만 달러 이상을 네팔 지원에 배정하고 3100만 달러 규모의 긴급 모금에 들어갔다.
네팔 정부는 이번 대홍수 복구에 약 40억~5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대 추정액인 50억 달러는 네팔 전체 경제 규모의 약 10%에 해당한다.
한국인 실종자 9명에 대한 수색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정부합동 신속대응팀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0일 임차 헬기 2대를 투입해 실종자를 수색할 계획이었지만 네팔군 당국이 안전과 항공 혼잡 우려 등을 이유로 운항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계획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