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때 욕 제일 많이 먹었는데… 독일 데뷔하자마자 미친 '활약' 보인 한국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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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터치가 쐐기골 도움” 설영우, 분데스리가 화려한 데뷔
국가대표 측면 수비수 설영우(28·FC 아우크스부르크)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무대에 등판하자마자 존재감을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독일 전장에서 처음으로 발끝에 닿은 공이 그대로 팀의 쐐기골을 돕는 '1호 도움'으로 연결됐다. 피치에 들어서서 첫 터치를 기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분이었다.
첫 터치가 '도움'으로… WWK 아레나에 쏘아 올린 눈부신 총성
설영우는 31일(한국시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WWK 아레나에서 열린 샬케04와의 '2026-27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라운드 개막전 홈경기에서 후반 막판 교체 투입돼 경기 종료 직전 팀의 세 번째 골을 도왔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승격팀 샬케04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개막전 승리를 챙겼다.

올여름 세르비아 명문 츠르베나 즈베즈다를 떠나 아우크스부르크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설영우는 이날 처음으로 분데스리가 공식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선발 라인업에는 오른쪽 측면을 전담해 온 기존 주전 라이트백 마리우스 볼프가 먼저 이름을 올렸다. 설영우는 벤치에서 출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설영우에게 꿈에 그리던 분데스리가 데뷔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정규시간 90분이 모두 흐른 후반 45분이었다. 마누엘 바움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은 볼프를 불러들이고 설영우를 그라운드 위로 투입했다. 추가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수 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다. 신입생이 무언가를 보여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조건이었으나 설영우에게는 단 한 번의 순간으로도 충분했다.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설영우는 수비에만 치중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전진했다. 풀백이 아닌 전문 윙어를 연상시킬 정도로 상대 오른쪽 측면 깊숙한 지역까지 치고 올라가는 적극성을 보였다.
곧바로 기회가 찾아왔다.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바깥에서 동료의 횡패스를 받은 설영우는 매끄럽게 몸을 돌린 뒤 머뭇거림 없이 왼발 전진 패스를 박스 안으로 찔러 넣었다. 아우크스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그의 첫 번째 볼 터치였다.
설영우의 정교한 패스는 후반 38분 교체 투입됐던 공격수 호드리구 히베이루에게 정확히 배달됐다. 박스 오른쪽 구석에서 공을 잡은 히베이루는 각도가 거의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망설임 없이 오른발 강슛을 때렸고 공은 원정팀 골문 우측 상단 골망을 빨랫줄처럼 꿰뚫었다. 스코어 3-0을 만드는 확실한 쐐기포였다.
사흘 만의 데뷔, 550만 유로와 수비수의 '7번'… 감독 눈도장 찍다
설영우에게 이번 데뷔전은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27일 아우크스부르크와 2030년 6월까지 4년 장기 계약을 체결한 그는 팀에 합류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분데스리가 무대를 밟는 쾌거를 이뤘다.

팀 내에서 설영우에게 거는 기대감은 이적 조건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전 소속팀 즈베즈다가 받게 되는 이적료는 옵션을 포함해 최대 550만 유로(약 88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비수 이적료로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더욱이 등번호 역시 축구계에서 수비수에게는 매우 다소 낯선 '7번'을 부여받으며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7번은 팀의 핵심 공격수나 측면 에이스 윙어들이 달아온 번호라는 점에서 아우크스부르크 구단이 설영우의 공격적인 재능과 측면 영향력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설영우는 이번 출전으로 아우크스부르크 구단 역사에도 이름을 새겼다. 과거 구단에서 맹활약하며 '아우크스부르크의 전설'로 자리 잡았던 구자철을 비롯해 지동원, 홍정호에 이어 이 구단에서 뛰는 역대 네 번째 한국인 선수가 됐다.
입단 당시 설영우는 "아우크스부르크라는 훌륭한 구단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돼 가슴이 뛴다"며 "경쟁 수준이 훨씬 더 높은 분데스리가에서 내 기량을 증명하고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싶다"는 당찬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물론 주전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은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이다. 개막전 선발 출전권이 볼프에게 돌아갔듯, 설영우가 당장 입단하자마자 확실한 주전 라이트백 자리를 꿰찬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짧은 출전 시간 속에서도 보여준 오프 더 볼 무브먼트의 날카로움, 주저함 없는 판단력, 왼쪽과 오른쪽 측면 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독보적인 '멀티성'은 마누엘 바움 감독의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수비적 안정감에 더해 높은 지역까지 전진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공격적 본능까지 입증하면서 향후 바움 감독의 카드 선택 폭을 넓혀줄 핵심 자원으로 부상했다.
팀적으로도 완벽한 스타트였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전반 18분 미카엘 그레고리치의 선제골로 앞서 나간 뒤 후반 34분 안톤 카데의 추가골로 승기를 잡았다. 후반 막판 설영우와 히베이루라는 교체 자원 조합이 합작한 쐐기골로 샬케04의 추격 의지를 완벽히 꺾었다.
대표팀 월드컵 잔상과 SNS '고소 공지' 논란… 팬들의 차가운 시선
이처럼 독일 현지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국내 축구 팬들의 여론은 여전히 서늘한 온도가 감돌고 있다. 그 배경에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당시 발생했던 불미스러운 사건과 매끄럽지 못했던 대처가 자리 잡고 있다.

상황은 월드컵 본선 무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조별리그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1로 허망하게 패배하며 큰 충격을 안겼던 직후 설영우의 에이전트 측은 SNS를 통해 공식 공지글을 올렸다. 내용인즉슨 선수와 관련된 악의적인 비방, 인신공격, 허위사실 유포 등 위법 행위급 악성 댓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선처 없이 강경한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공지는 즉각 축구 팬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대표팀이 조별리그 핵심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온 국민이 실망감에 젖어 있는 엄중한 시국에 국가대표 선수의 대리인이 팬들을 향해 법적 고소를 운운하며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축구 팬들이 지적한 비판의 핵심은 '대응 시기와 방식'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선수의 고소 권리 자체는 인정하지만 월드컵 무대에서 최악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도 반성이나 자성보다 법적 대응 선전포고를 앞세운 이유를 모르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소속사 차원의 악플러 대응은 SNS에 대대적인 공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내부적으로 조용히 법적 절차를 밟아나갈 수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대표팀 전체가 침통함에 빠진 상황에서 굳이 전면에 강경 대응을 선언한 것은 팬들로 하여금 "자신이 받는 비판을 악플로 치부하고 국민적 지지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감정적 반발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선수 본인의 실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지극히 부적절하고 조급했던 매니지먼트의 미숙함이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물론 법적 대응을 검토할 만큼 설영우와 그의 가족들이 받아야 했던 악성 댓글의 수위가 선을 넘었던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아무리 스포츠 스타라 할지라도 개인과 가족을 향한 무차별적인 인신공격과 패륜적 모욕까지 감내해야 할 의무는 없다.
설영우 본인 역시 월드컵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국가대표 선수라면 당연히 팬들의 응원과 정당한 비판을 모두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비판에 흔들리기보다는 경기장 위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며 팬들의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성숙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