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요정을 믿는 나라…아이슬란드에선 바위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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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전설 품은 하프나르피외르뒤르부터 신화 속 아우스비르기 협곡까지
데티포스·셀포스 거쳐 북부 어촌 하우가네스서 대구잡이 현장 체험
아이슬란드에서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도 일상 속에 남아 있다. 엘프가 산다는 바위와 북유럽 신화가 깃든 협곡을 지나면, 거대한 폭포와 북부 어촌의 삶이 이어지며 전혀 다른 얼굴의 아이슬란드가 펼쳐진다.

9월 2일 방송되는 EBS1 ‘세계테마기행-캠핑은 아이슬란드野’ 3부 ‘요정과 신화의 땅’에서는 여행작가 태원준이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신화와 전설을 따라 북부 지역으로 향한다. 레이캬비크 인근에서 엘프 이야기를 듣고 후사비크와 아우스비르기 협곡, 데티포스, 셀포스를 거쳐 작은 어촌 하우가네스까지 이동한다.
바위에도 요정이 산다…아이슬란드의 오래된 믿음
여정은 아이슬란드에서 전해 내려오는 엘프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아이슬란드에는 엘프와 ‘숨은 사람들’로 불리는 훌두폴크에 대한 전설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태원준은 엘프 학교를 찾아 현지인들이 전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단순한 옛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생활문화 속에 어떻게 이런 믿음이 남아 있는지도 살펴본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바위나 언덕, 돌무더기와 관련된 요정 이야기가 여러 지역에 전해진다. 거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산과 바다, 화산과 빙하 같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특별한 존재로 받아들여온 문화가 반영된 셈이다.
이어 찾는 곳은 하프나르피외르뒤르다. 아이슬란드에서도 ‘엘프의 도시’로 알려진 곳으로, 마을 곳곳의 바위와 언덕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현지에서는 특정 바위나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사례가 소개되곤 한다. 실제 믿음의 정도와 상관없이 자연과 전설이 함께 지역 정체성을 만들어온 점은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빼놓기 어려운 요소다.
북쪽 끝 후사비크…고래와 영화로 알려진 마을
도심을 벗어난 태원준은 아이슬란드 북부의 항구도시 후사비크로 이동한다. 스캬울판디만을 끼고 있는 후사비크는 바다를 중심으로 성장한 작은 도시다.
이곳은 고래관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북대서양의 차가운 바다와 풍부한 먹이 환경 덕분에 다양한 고래가 출현하는 지역으로, 여름철이면 고래를 보기 위해 여행객들이 찾는다.
후사비크에는 또 다른 독특한 명소가 있다. 바로 후사비크 유로비전 전시관이다.
이 작은 마을은 영화와 유로비전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태원준은 전시관을 둘러보며 외딴 북부 도시가 음악과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관광지로 자리 잡은 과정을 살펴본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재미는 이처럼 자연과 문화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연결된다는 데 있다. 거대한 빙하와 화산만 있는 나라가 아니라 음악과 영화, 지역 축제까지 다양한 요소가 작은 마을의 이야기를 만든다.
오딘의 말발굽이 만든 협곡이라는 전설
후사비크를 떠난 여정은 다시 신화 속 세계로 이어진다. 이번 목적지는 북유럽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는 아우스비르기 협곡이다.
아우스비르기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말발굽 모양을 닮은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현지 전설에서는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이 타는 여덟 다리 말 ‘슬레이프니르’가 이곳에 발을 디디면서 협곡이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태원준은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따라 협곡 안쪽으로 들어간다. 높은 암벽에 둘러싸인 길을 걷다 보면 보트른스티외른이 모습을 드러내며 황량한 아이슬란드의 다른 지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신화로 설명되는 이 풍경은 실제로도 오랜 시간 동안 화산활동과 홍수, 침식 작용을 거치며 형성된 지형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오래된 신화가 나란히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여행자는 같은 풍경을 두 가지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지질학적 시간의 흔적이고, 다른 하나는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이 기억해온 이야기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폭포 중 하나…데티포스
신화의 협곡을 지나면 이번에는 물이 만든 압도적인 풍경이 기다린다. 태원준은 요퀼사우아피외틀룸강을 따라 데티포스와 셀포스를 차례로 찾는다.
데티포스는 거대한 수량과 강한 물살로 유명한 폭포다. 폭포 가까이 다가갈수록 땅이 울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회색빛 물줄기가 협곡 아래로 쏟아진다.
아이슬란드의 폭포는 빙하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빙하에서 녹아내린 물이 강을 이루고 오랜 시간 화산지형을 깎아내면서 곳곳에 깊은 협곡과 폭포를 만들었다.
데티포스와 가까운 셀포스는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한 지점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데티포스와 달리, 넓게 펼쳐진 절벽을 따라 여러 갈래의 물이 떨어지며 장대한 풍경을 만든다.
같은 강줄기 안에서도 폭포의 형태와 색, 주변 지형이 전혀 다르다. 아이슬란드의 자연이 짧은 거리 안에서도 계속 모습을 바꾸는 이유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장면이다.
북부 작은 어촌서 만난 ‘진짜 아이슬란드의 삶’
거대한 폭포를 지나 태원준은 북부의 작은 어촌 하우가네스로 향한다. 에이야피외르뒤르와 맞닿은 이 마을은 오랫동안 어업을 중심으로 살아온 곳이다.
아이슬란드는 국토 대부분이 화산과 빙하, 고원으로 이뤄져 농업에 적합한 땅이 많지 않다. 대신 북대서양의 풍부한 어장을 기반으로 수산업이 오랫동안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우가네스에서는 대구잡이 어선을 직접 만난다. 갓 잡아 올린 대구를 손질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바다에서 바로 건져 올린 신선한 대구도 맛본다.
대구는 아이슬란드 식문화와 경제에서 빼놓기 어려운 생선이다. 오랜 세월 말린 대구와 염장 생선 등 다양한 형태로 저장해 먹었고, 현재도 주요 수산물 가운데 하나로 취급된다.
차가운 북대서양에서 잡힌 대구는 살이 단단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현지 어촌에서는 잡은 생선을 곧바로 손질해 요리하거나 건조하는 방식으로 바다의 식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엘프 이야기에서 어부의 하루까지
이번 3부의 여정은 아이슬란드를 단순히 ‘풍경이 아름다운 나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 엘프와 숨은 사람들에 관한 전설, 북유럽 신화, 대자연이 만든 협곡과 폭포, 그리고 북부 어촌 사람들의 생활을 하나의 길 위에서 연결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자연을 두려워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방식 역시 곳곳에서 드러난다. 바위에 얽힌 엘프 이야기를 보존하고, 협곡에는 신화를 남기며, 거친 바다에서는 대구를 잡아 삶을 이어가는 모습이 서로 다른 듯 하나의 문화로 이어진다.
태원준은 오래된 이야기와 실제 삶이 공존하는 북부 아이슬란드를 지나며 이 나라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을 전한다. 불과 얼음의 압도적인 자연에 이어 이번에는 사람들의 상상과 역사, 생업이 더해진 아이슬란드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EBS1 ‘세계테마기행-캠핑은 아이슬란드野’ 3부 ‘요정과 신화의 땅’은 9월 2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