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랜드캐니언 덮친 돌발 홍수…20여 명 연락 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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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 명 헬기 등으로 긴급 대피
다리·등산로 파손…추가 홍수 우려

미국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에서 돌발 홍수가 발생해 20여 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 그랜드캐니언 브라이트 앤젤 크리크 일대에서 돌발 홍수가 발생해 거센 흙탕물이 협곡을 따라 빠르게 흘러내리고 있다. / 엑스(X) 캡처
미국 그랜드캐니언 브라이트 앤젤 크리크 일대에서 돌발 홍수가 발생해 거센 흙탕물이 협곡을 따라 빠르게 흘러내리고 있다. / 엑스(X) 캡처

AP통신과 CNN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2시 30분쯤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북쪽 협곡 지역에서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사고 당시 협곡 안에 있던 등산객과 배낭여행객 가운데 20여 명의 행방을 확인하고 있다.

공원 측은 그랜드캐니언 북쪽에서 협곡 바닥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등산로인 노스 카이밥 트레일과 협곡 안쪽 숙박·캠핑 지역인 팬텀 랜치 일대를 중심으로 방문객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사고 당시 해당 지역을 찾았던 사람을 알고 있는 가족이나 지인에게도 이름과 이동 경로,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 등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초기에는 20명 넘는 인원이 연락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구조와 확인 작업이 진행되면서 실종·연락 두절 인원은 계속 변하고 있다. 현지 당국은 연락이 닿지 않는 방문객들의 명단을 대조하며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홍수는 짧은 시간 쏟아진 강한 비로 발생했다. 협곡 안을 흐르는 브라이트 앤젤 크리크의 수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주변 캠핑장과 숙박시설이 있는 팬텀 랜치 일대에 급류가 밀려들었고 협곡 안에 있던 등산객들은 긴급 대피했다.

60여 명 긴급 구조…헬기 투입

미국 그랜드캐니언 브라이트 앤젤 크리크에서 발생한 돌발 홍수로 보행자용 다리 교각이 파손돼 있다. /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이 제공
미국 그랜드캐니언 브라이트 앤젤 크리크에서 발생한 돌발 홍수로 보행자용 다리 교각이 파손돼 있다. /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이 제공

국립공원관리청은 팬텀 랜치와 노스 카이밥 트레일 하부에 있던 60여 명을 대피시켰다. 구조 과정에는 헬리콥터도 투입됐다.

갑작스럽게 물이 불어나면서 걸어서 이동하기 어려운 구간이 생겼고 등산객들이 협곡 안에 고립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구조 당국은 남아 있는 방문객들을 차례로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대피한 방문객들은 그랜드캐니언 남쪽 관광 거점 지역에 마련된 임시 대피 장소로 이동했다. 미국 적십자도 현장에 나와 대피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폭우로 협곡 안 시설물 피해도 컸다. 브라이트 앤젤 크리크를 가로지르는 보행용 다리 대부분이 파손됐고 일부 구간에서는 다리가 완전히 무너졌다.

거센 물살은 바위와 금속 구조물 등 각종 잔해도 휩쓸고 내려갔다. 잔해 일부는 협곡을 흐르는 브라이트 앤젤 크리크를 따라 콜로라도강까지 떠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리 대부분 파손…등산로·숙박시설도 폐쇄

그랜드캐니언 팬텀 레인저 스테이션 인근 브라이트 앤젤 크리크에 돌발 홍수로 불어난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홈페이지 캡처
그랜드캐니언 팬텀 레인저 스테이션 인근 브라이트 앤젤 크리크에 돌발 홍수로 불어난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홈페이지 캡처

공원 측은 안전을 위해 협곡 안쪽 숙박시설인 팬텀 랜치와 인근 캠프장을 폐쇄했다. 팬텀 랜치의 숙박시설과 매점도 운영을 중단했다.

그랜드캐니언 북쪽에서 협곡 바닥으로 내려가는 노스 카이밥 트레일도 전 구간이 통제됐다. 콜로라도강을 건너는 일부 교량과 수상 이동 역시 중단됐다.

공원 당국은 현재 등산로와 교량, 수도시설 등 기반시설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홍수로 다리가 끊긴 구간이 많아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브라이트 앤젤 캐니언은 그랜드캐니언 북쪽에서 협곡 바닥과 콜로라도강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트레킹 지역이다. 팬텀 랜치와 캠프장 등이 있어 장거리 등산객과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산불 피해 지역에 폭우…추가 홍수 우려

이번 홍수가 발생한 지역은 앞서 대형 산불 피해를 입었던 곳이기도 하다. 브라이트 앤젤 크리크 주변은 최근 산불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 포함된다.

산불이 지나간 곳은 나무와 식생이 줄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양이 감소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강한 비가 내리면 빗물이 지표면을 따라 빠르게 흘러내리면서 돌발 홍수나 토사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그랜드캐니언처럼 경사가 가파른 협곡에서는 상류에 내린 비가 짧은 시간 안에 아래쪽으로 몰릴 수 있다. 등산객이 있는 곳에 직접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상류 지역의 폭우로 갑자기 급류가 발생할 수 있다.

현지에는 추가 비도 예보된 상태다. 당국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와 추가 돌발 홍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청과 현지 구조 당국은 연락이 닿지 않는 방문객들의 소재를 계속 확인하면서 남아 있는 인원의 대피와 시설 피해 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