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XRP 레저 양자컴퓨터 대비 4단계 로드맵 공개…2028년 메인넷 전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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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XRP 레저 양자컴퓨터 대비 4단계 로드맵…2028년 메인넷 전환 목표
2026년 알파넷서 ML-DSA 테스트, 데브넷·테스트넷 병행 후 단계적 전환

리플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리플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리플(Ripple)이 XRP 레저(XRP Ledger)를 양자컴퓨터 위협에 대비시키기 위한 4단계 로드맵을 내놓았다. 코인데스크(CoinDesk)는 8월 29일(현지시각) 리플이 양자컴퓨터 발전으로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4단계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로드맵은 취약점 진단부터 시작해 양자 내성 알고리즘 테스트, 기존 시스템과의 병행 운영을 거쳐 2028년 메인넷 전환까지 이어진다. 리플의 아요 아킨예레(Ayo Akinyele) 엔지니어링 부문 시니어 디렉터가 작업을 이끌고 있으며, 응용암호팀이 실무를 맡고 있다. 리플 측은 양자컴퓨터가 아직 당장의 위협은 아니라고 보면서도, 이른 준비가 향후 전환을 매끄럽게 만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경: 양자컴퓨터가 왜 XRP 레저를 위협하나

블록체인 네트워크 대부분은 암호서명으로 자산 소유권을 증명하고 거래를 승인한다.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이런 서명 체계의 수학적 전제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개된 정보로부터 개인키를 역산할 수 있게 되면 공격자가 그 키로 보호되는 자산을 통제할 가능성이 생긴다. 업계는 양자컴퓨터가 이런 공격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시점을 ‘큐데이(Q-Day)’라고 부른다.

리플은 큐데이가 언제 올지 예측하기보다 그 전에 대응 체계를 갖추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공지능(AI) 발전도 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AI 시스템이 복잡한 연구를 자동화하고 암호체계의 약점을 탐색하는 능력이 커지면서, 어려운 암호 문제를 조사하는 데 필요한 인력 투입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시에 AI 에이전트가 결제 등 금융 활동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면서, 지속적으로 강력한 보안과 신뢰할 수 있는 거래 승인이 가능한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4단계 로드맵…2026년 테스트 거쳐 2028년 메인넷 전환 / AI 생성 이미지
4단계 로드맵…2026년 테스트 거쳐 2028년 메인넷 전환 / AI 생성 이미지

4단계 로드맵…2026년 테스트 거쳐 2028년 메인넷 전환

리플의 계획은 총 4단계다. 1단계는 XRP 레저와 주변 인프라 중 양자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취약점 진단 작업이다. 동시에 양자컴퓨터가 예상보다 일찍 기존 암호체계를 깨뜨릴 경우에 대비한 긴급 대응 체계도 함께 마련한다. 이 비상계획은 사용자가 개인키를 노출하지 않고 계정을 양자 안전 보안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단계는 2026년 상반기 진행된 양자 내성 알고리즘 테스트다. 리플은 프로젝트 일레븐(Project Eleven)과 함께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권고한 ML-DSA 서명 방식을 알파넷(AlphaNet)에서 시험했다. 서명 용량이 더 큰 양자 내성 방식이 XRP 레저의 처리 속도를 늦추거나 거래 비용을 늘리지 않고 작동할 수 있는지가 핵심 점검 대상이었다.

3단계는 2026년 하반기 데브넷(Devnet)과 테스트넷(Testnet)에서 기존 암호체계와 양자 안전 암호체계를 나란히 운영하는 병행 배포 단계다. 개발자들은 메인넷 변경에 앞서 두 네트워크에서 새 시스템을 시험할 수 있다. 4단계는 2028년을 목표로 하는 메인넷 전환이다. 리플은 네트워크 전체를 양자 내성 보안으로 옮기기 위한 XRP 레저 코드 개정안(amendment)을 이 단계에서 제출할 계획이다.

리플은 “로드맵에서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며 “포스트퀀텀 암호 전환을 진행하는 동안 XRP 레저의 현재 강점을 유지하고, 동시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XRP 레저의 강점…계정 유지한 채 키만 바꿀 수 있다

XRP 레저에는 미래의 암호 전환 작업을 수월하게 만들 수 있는 기능이 이미 있다. 사용자가 계정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계정을 통제하는 키를 바꿀 수 있는 키 로테이션 기능이다. 여기에 새로운 키 소재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시드 기반 키 생성 기능도 지원한다. 다만 이 두 기능이 그 자체로 포스트퀀텀 해법은 아니며, 향후 보안 업그레이드를 위한 기반 정도라는 게 리플 측 설명이다.

다만 네트워크 전체 차원의 전환에는 XRP 레저의 독립 검증인(validator)들 간 조율이 필요하다. 거래를 규정하는 암호 규칙 자체를 바꾸는 작업은 알고리즘 하나를 교체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지갑, 애플리케이션, 검증인, 거래소를 비롯해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인프라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킨예레는 목표가 양자컴퓨터가 즉각적인 위협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융 인프라가 의존하는 시스템과 자산, 사용자를 교란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앞서 진화하는 것이 목표라는 취지다. 그는 위기가 발생한 뒤 대응하기보다 신중하고 질서 있는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이더리움도 같은 과제…앞서 불거진 노출 비율 논쟁

양자컴퓨터 대비는 XRP 레저만의 과제가 아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개발자들도 취약한 전자서명 체계에서 벗어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새 암호 알고리즘을 고르는 일 자체보다, 그 알고리즘이 블록체인 규모에서 기존 인프라와 호환되며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 더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사용자들이 안전하게 이전할 시간도 충분히 필요하다.

앞서 비트코인 진영에서는 양자컴퓨터에 노출된 발행량 비율을 두고 30%대 수치가 제기됐고, XRP 레저 검증인 감사에서는 노출 비율이 전체 공급량의 0.03% 수준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두 네트워크의 위험도 격차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다만 리플의 이번 로드맵은 이 논쟁과는 별개로 마련된 XRP 레저 자체의 양자컴퓨터 대비 계획으로 전해졌다.

수십억 달러 규모 자산을 다루는 네트워크일수록 준비의 중요성은 커진다.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위협이 된 뒤 서둘러 전환에 나서는 것은 미리 계획적으로 준비한 이전보다 훨씬 큰 위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리플은 2026년까지 테스트를 이어가고, 2028년 전체 프로토콜 이전을 완료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