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통로에 젊은이들 바글바글… 2030의 지갑을 열게 만든 '뜻밖의 도매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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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열풍에 휩싸인 남대문, 2030의 쇼핑 성지로 부활

최근 SNS에서는 '남대문시장 총정리 코스', '남대문 가성비 쇼핑' 등 남대문시장의 놀거리를 소개하는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이유로, 중장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전통시장이 다시 젊은 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서울 남대문 시장 자료사진. / VTT Studio-shutterstock.com
서울 남대문 시장 자료사진. / VTT Studio-shutterstock.com

그릇 도매상가, 손님 절반 이상이 2030으로

이런 유행의 시작으로 꼽히는 곳은 그릇 도매 상가다.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 그릇도매상가는 평일 낮에도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통로를 오가며 겹겹이 쌓인 접시와 그릇을 구경하는 인파 절반 이상이 20·30대다. 과거 이곳은 혼수를 준비하는 예비부부의 발길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데이트나 1인 가구 살림을 위해 찾는 2030 손님이 크게 늘었다. 상인들은 올해 들어 소비자층이 180도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에서 원하는 제품을 즉시 구매하기보다 직접 발품을 팔며 예상치 못한 물건을 발견하는 경험 자체를 놀이처럼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목욕용품점도 2030 성지로

그릇 상가뿐 아니라 목욕용품점도 새로운 2030 성지로 떠올랐다. 목욕 타월과 사우나 모자, 때비누가 쌓인 남대문 생활용품점 가판대 앞에는 젊은 여성들이 몰려 입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한때 '할머니 쇼핑템'으로 여겨졌던 목욕용품이 2030 사이에서 웰니스 아이템으로 재조명받으면서 벌어진 변화다. 일부 상인은 이제 주된 소비자층이 중장년층에서 2030으로 완전히 뒤집혔다고 전했다. SNS에서 남대문 목욕용품점을 접한 뒤 호기심에 찾아오는 젊은 손님이 늘면서 생긴 변화라는 설명이다.

이런 훈풍은 상가 공실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대문시장 내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9.6%에서 6.1%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대문' 해시태그 27만 건…"가성비에서 가심비로"

남대문 시장 관련 콘텐츠. / 유튜브 캡처
남대문 시장 관련 콘텐츠. / 유튜브 캡처

SNS에서 남대문시장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남대문' 관련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27만 건을 넘어섰다. 2030 소비자들은 단순히 저렴한 물건을 찾기보다, 온라인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개성 있는 상품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이자 놀이로 즐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은 단순한 저가 소비를 넘어선 '스마트 소비'로도 풀이된다. 가격뿐 아니라 직접 돌아다니며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욕구까지 복합적으로 해결하려는 소비 행태라는 것이다. 이른바 '가성비'를 넘어 취향과 개성을 반영한 상품에 만족감을 느끼는 '가심비' 소비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품샵 대신 도매시장…2030의 새로운 놀이터

서울 성수동이나 연남동의 소품샵과 편집숍을 즐겨 찾던 2030세대의 발걸음이 도매시장으로 향하는 현상은 인터넷 쇼핑에 익숙한 이 세대에게 도매시장이 새로운 소비 경험의 통로로 떠올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건을 빠르게 검색하고 클릭 몇 번으로 구매하는 온라인 쇼핑과 달리, 좁은 통로를 오가며 우연히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놀이가 되는 셈이다. 고물가 시대에 큰돈 들이지 않고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데다, SNS에 올리기 좋은 볼거리까지 갖춘 남대문시장이 당분간 2030세대의 발길을 계속 끌어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