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재무부, 영란은행에 스테이블코인 혁신지원 법정 의무 부과…보유한도는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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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은행에 스테이블코인 혁신 의무 부여, 보유한도 폐지·400억 파운드 상한
재무부 8월27일 발표…파운드 스테이블코인 비중은 세계시장 0.5% 미만

영란은행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영란은행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영국 재무부(HM Treasury)가 8월 27일(현지시각) 영란은행(Bank of England)에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결제·디지털 화폐 혁신을 지원하는 새로운 법정 의무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영란은행의 최우선 임무는 여전히 금융 안정이지만, 이번 조치로 혁신 지원이 두 번째 법적 의무로 명시된다. 영란은행은 매년 의회에 혁신 지원 성과를 보고해야 한다. 그동안 스테이블코인에 제동을 걸어온 것으로 평가받던 영란은행이 법으로 혁신을 지원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번 개편은 금융서비스및시장법안(Financial Services and Markets Bill) 개정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며, 개정안은 9월 7일과 9일(현지시각) 상원(House of Lords)에 재상정된다.

왜 지금 법적 의무를 부여하나

영국은 이전에도 비슷한 방식을 쓴 적이 있다. 영란은행은 중앙거래상대방(CCP)과 중앙증권예탁기관(CSD)을 규제할 때는 이미 혁신을 지원해야 하는 이차적 의무를 지고 있다. 이 의무는 2023년 제정된 금융서비스및시장법(Financial Services and Markets Act 2023)을 통해 추가됐다. 이번 개편은 같은 논리를 디지털 정산 자산을 활용하는 시스템적 결제 시스템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배경에는 비판이 있다. 영국 의회 위원회는 앞서 영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 프레임워크 구축에서 미국과 EU에 “뒤처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코인뷰로(Coin Bureau)가 X에 공유한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3,100억 달러(약 428조 원, 1달러 1,382원 기준)에 달하지만 파운드화로 표시된 스테이블코인 비중은 0.5%에도 못 미친다.

보유한도 폐지, 발행량 상한으로 전환 / AI 생성 이미지
보유한도 폐지, 발행량 상한으로 전환 / AI 생성 이미지

보유한도 폐지, 발행량 상한으로 전환

영란은행의 태도 변화는 뚜렷하다. 2025년 컨설테이션 당시 영란은행은 개인의 스테이블코인 보유액을 2만 파운드로, 기업 보유액은 코인당 1,000만 파운드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업계는 이 방안이 운용하기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며, 오히려 자금이 파운드가 아닌 다른 통화 기반 코인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영란은행은 이 목소리를 받아들였다. 6월 22일(현지시각) 발표한 정책 성명에서 보유한도를 폐지하고, 그 대신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스테이블코인 상품마다 발행량을 400억 파운드로 제한하는 임시 가드레일을 도입했다. 개인의 보유량을 직접 제한하는 방식에서 전체 발행량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셈이다.

완전한 항복은 아니다…규정은 여전히 촘촘하다

영란은행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위한 실무 규범(Code of Practice) 초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의견 수렴 마감은 9월 22일(현지시각)이며, 최종안은 2026년 말 공개될 예정이다. 이후 시스템적으로 인정된 발행사에 규정이 적용된다. 규모가 작은 적격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금융행위감독청(FCA) 관할에 남아 있다가, 금융 안정에 영향을 줄 만큼 성장하면 영란은행 규제 대상으로 넘어간다.

구체적인 수치도 나왔다. 시스템적 발행사는 담보 자산의 최대 70%를 만기 6개월 이하의 영국 단기 국채로 보유할 수 있고, 최소 30%는 무이자로 영란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영란은행이 앞서 검토했던 방안은 국채 60%, 예치금 40%로 더 엄격했다. 단계적 적용(step-up) 방식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처음 인정된 스테이블코인은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최대 95%까지 파운드 국채로 보유할 수 있고, 이후 70% 수준으로 낮춰가면 된다.

발행사는 스테이블코인을 액면가로 상환해야 하는 의무도 진다. 영란은행 초안 규정은 상환 요청을 가능한 한 빨리, 늦어도 접수 다음 영업일까지 처리하도록 요구한다. 재무부는 새 혁신 의무가 영란은행의 금융 안정 의무보다 하위에 있다고 밝혔다. 혁신 지원이 금융 안정을 해칠 경우에는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400억 파운드 상한은 여전히 천장으로 남아 있고, 무이자로 예치해야 하는 30% 규정도 발행사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국제 경쟁 시계, 영국엔 시간이 많지 않다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2025년 7월(현지시각)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켜 예금, 단기 국채, 중앙은행 예치금 등 허용된 담보로 뒷받침되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EU의 미카(MiCA) 규정도 이미 시행 중이다. 파운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가 뉴욕의 달러 규정이나 프랑크푸르트의 유로 규정을 중심으로 먼저 구축되면, 영국이 나중에 더 완화된 컨설테이션 문서를 내놓는다고 해서 시장을 되찾기는 어렵다.

결제 인프라는 규칙을 미리 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는 경향이 있다. 은행과 거래소, 지갑 서비스 업체, 트레저리팀은 발표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자본 처리 방식과 담보 규정, 상환 시한, 규제당국의 허가 여부를 보고 움직인다. 전체 규제 체계는 2027년에 완성될 예정이며, 영란은행은 그 전까지 안정성 아래 혁신을 어떻게 담아낼지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