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가서 시차 적응하려고 '이 행동' 했다간 오히려 밤잠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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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적응을 방해하는 습관은?
장거리 비행 뒤 현지에 도착하면 피곤한데도 밤에 잠이 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현지 시간에 맞추려고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몸이 아직 잠들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수면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다.

시차증은 생체 시계와 현지 시간이 맞지 않아 생긴다
미국 건강·식생활 매체 이팅웰에 따르면, 수면 전문가들은 시차를 겪을 때 가장 피해야 할 습관으로 '졸리지 않은데 억지로 잠을 청하는 행동'을 꼽았다. 현지 시각이 밤이라는 이유만으로 몸 상태와 관계없이 무작정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다.
시차증은 여러 시간대를 빠르게 이동한 뒤 몸속 생체 시계와 현지 시간이 맞지 않으면서 나타난다. 수면 전문가 멜리사 리는 시차증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체내 생체 시계와 새로운 시간대가 일시적으로 어긋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때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기분이 가라앉고, 속이 불편하거나 배변 습관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은 약 24시간을 주기로 움직인다. 언제 졸음이 오는지, 언제 정신이 또렷한지뿐만 아니라 허기를 느끼는 시점에도 영향을 준다. 장거리 비행으로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시간대를 건너더라도 몸의 리듬이 비행기와 같은 속도로 바뀌지는 않는다.
생체 시계는 빛과 식사 시간, 수면 시간 등 외부 환경에서 들어오는 신호에 맞춰 서서히 새로운 시간대에 적응한다. 현지 시각이 밤 10시라고 해도 몸은 여전히 출발지의 낮이나 오후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시계상 취침 시간이 됐다고 해서 몸이 곧바로 잠들 준비를 마치는 것은 아니다.
몸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청하면 수면이 더 꼬인다
잠이 들기 전에는 멜라토닌 분비가 늘고 중심 체온이 내려가는 등 몸이 수면을 준비하는 변화가 나타난다. 하지만 시차로 생체 리듬이 어긋나 있으면 현지의 취침 시간과 이런 체내 변화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수면 전문가 톰 헨슨은 몸이 여전히 오후 시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 침대에서 몇 시간씩 깨어 있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기보다 답답함만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몸이 잠들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누워 있으면 좀처럼 잠이 오지 않고 계속 뒤척이게 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침대에 눕는 행동 자체가 긴장이나 각성과 연결될 수 있다. 수면 전문가들은 침대에 누워 깨어 있는 상태와 불안이 반복적으로 연결되는 현상을 '조건화된 각성'이라고 부른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오랫동안 깨어 있는 일이 계속되면 잠자리에 드는 순간부터 긴장하거나 쉽게 각성할 수 있다.
이는 시차증이 사라진 뒤에도 잠자리에 들었을 때 쉽게 잠들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지 시간에 빨리 맞추겠다는 생각으로 취침 시간을 무리하게 앞당기는 행동이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이유다.
잠드는 시점 자체도 불규칙해질 수 있다. 몸이 준비되기 전에 잠을 청하면 몇 시간 동안 뒤척이다 늦게 잠들거나, 지나치게 일찍 잠들었다가 예상치 못한 시간에 깰 수 있다. 현지 시간에 맞추려던 행동이 오히려 잠드는 시간과 깨는 시간을 더 불규칙하게 만들 수 있다.
낮잠을 오래 자면 시차 적응이 늦어질 수 있다
도착한 뒤 피곤하다고 낮잠을 길게 자는 것도 피해야 한다.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 낮 동안 강한 졸음이 찾아올 수 있지만, 이때 오래 자면 밤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면 전문가 라우라 보야르스카이테는 시차증이 단순한 수면 부족이 아니라 생체 시계와 새로운 시간대가 어긋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낮에 장시간 자는 등 불규칙한 시간에 수면을 취하면 적응 과정이 늦어지고, 몸이 이전 시간대의 리듬을 계속 따를 수 있다.
낮 동안 오래 자면 밤에 자연스럽게 찾아와야 할 졸음도 줄어든다. 낮잠으로 피로가 어느 정도 풀리면 밤이 돼도 잠자리에 들어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일 수 있다.
시차에 적응하려면 피곤할 때마다 수면 시간을 늘리기보다 도착한 곳의 시간에 맞춰 깨어 있는 시간과 잠드는 시간을 조절하는 편이 좋다. 밤에는 졸리지 않는데 억지로 잠을 청하고, 낮에는 피곤하다고 오래 자는 생활이 반복되면 새로운 생활 리듬에 적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아침 자연광과 현지 식사 시간이 생체 시계 조절을 돕는다
수면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간대에 적응하는 데 빛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난 뒤 가능한 한 빨리 밖으로 나가 자연광을 쬐는 편이 좋다.
톰 헨슨은 아침에 20~30분 정도 자연광을 받는 것만으로도 실내 조명보다 뇌에 더 뚜렷한 시간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빛은 생체 시계가 낮과 밤을 구분하는 데 쓰이는 핵심 신호다.

식사 시간도 도착지에 맞춘다. 이팅웰은 아침과 점심, 저녁을 현지 시간에 맞춰 먹는 방식을 권장했다. 소화 기관에도 자체적인 생체 리듬이 있어 식사 시간 역시 새로운 시간대에 적응하는 데 영향을 준다.

이른 저녁잠은 피하고 현지 밤 9~10시까지 깨어 있기
현지에서 저녁 일찍부터 졸음이 쏟아진다고 곧바로 잠드는 것도 피하는 편이 좋다. 여행 첫날에는 출발지 시간에 따라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각부터 졸릴 수 있다.
이팅웰은 한밤중에 깨는 것을 막기 위해 현지 시간으로 최소 밤 9~10시까지 깨어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잠드는 대신 일정 시간까지 깨어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졸음이 쌓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정보다 훨씬 일찍 잠들면 한밤중이나 새벽에 잠에서 깨 다시 잠들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현지 저녁 시간까지 깨어 있다가 졸음이 충분히 쌓인 뒤 잠자리에 들면 새로운 취침 시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핵심은 현지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졸리지 않은데도 억지로 침대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너무 이른 저녁잠은 피하되, 실제로 몸에 졸음이 찾아오는 흐름을 함께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밤에는 화면 밝기와 조명을 낮춰 몸에 취침 시간을 알린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가까워지면 주변 환경도 낮과 다르게 바뀐다. 밝은 화면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할 수 있다.
이팅웰은 취침 전 한 시간 동안 주변 조명을 낮추고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권했다. 낮에는 자연광을 받아 깨어 있을 시간이라는 신호를 주고, 밤에는 밝은 빛을 줄여 잠들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시차 적응에는 수면 시간뿐 아니라 빛과 식사, 취침 시간도 영향을 준다. 아침에는 자연광을 받고 식사는 도착지 시간에 맞추며, 너무 이른 시간에 잠들지 않도록 수면 시간을 조절하는 편이 좋다. 밤에는 밝은 조명과 화면 노출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