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한국 포함 외국 지원은 거절” 외치더니…오늘 내놓은 '공식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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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외국 전문가 제한적 수용...한국 포함 4개국만 허가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사망·실종자가 속출한 네팔이 외국 수색·구조 인력을 받지 않겠다던 기존 방침을 일부 바꿨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와 중국, 호주 등 4개국에 한해 수력발전소 터널 구조와 DNA 검사, 법의학 조사 분야의 전문가 파견을 허용하기로 했다.

네팔 대홍수 사흘째인 28일(현지 시각)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네팔 군용 헬기가 수해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 뉴스1
네팔 대홍수 사흘째인 28일(현지 시각)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네팔 군용 헬기가 수해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 뉴스1

29일(현지 시각) 네팔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 등에 따르면 네팔 정부는 국가재난관리센터의 상황 평가를 거쳐 해외 전문가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세 가지로 정했다. 일반적인 수색·구조 활동 전체를 개방하는 방식은 아니며 기술적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에 제한적으로 외국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부 장관은 "지원이 필요한 3개 분야를 선정했다"며 "이에 따라 국제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팔 정부 고위 관계자도 "홍수로 자국민이 실종된 국가들로부터 적어도 수색·구조팀과 일부 전문가의 (사고 현장) 진입을 허용해 달라는 막대한 압력을 받았다"며 "특정 분야에 한해 제한된 전문가의 진입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네팔 정부가 외국 구조대의 전면적인 참여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는 과거 재난 대응 경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 각국의 수색·구조 인력이 대거 몰리면서 현장 지휘와 지원 인력 조율에 혼선이 발생한 전례가 있었다.

이에 네팔은 이번 재난 초기에는 자국 군과 구조기관을 중심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네팔이 입장을 바꾼 배경에는 자국민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여러 나라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영국, 일본,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도 자국민 수색과 구조를 위한 지원 의사를 전달했지만, 현재까지 전문가 파견이 승인된 국가는 한국과 인도, 중국, 호주로 알려졌다.

특히 수력발전소 터널처럼 전문 장비와 기술이 필요한 구조 현장과 신원 확인 작업에서는 국제사회의 지원 필요성이 커졌다.
네팔 대홍수 나흘째인 29일 오전(현지 시각)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대학병원 앞에서 시민들이 피해지역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희생자 사진을 보며 실종자를 찾고 있다.  / 뉴스1
네팔 대홍수 나흘째인 29일 오전(현지 시각)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대학병원 앞에서 시민들이 피해지역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희생자 사진을 보며 실종자를 찾고 있다. / 뉴스1

한국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현지에서 실종된 우리 국민 9명에 대한 수색·구조에 보다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실종자 수색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고 현장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유실돼 육로 접근이 어렵고 홍수와 산사태로 지형 자체가 크게 변한 상태다. 여기에 추가 붕괴 가능성과 악천후까지 겹치면서 헬기 운항에도 제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측은 카트만두에서 헬기 6대를 확보했지만 실제 수색에 활용할 수 있는 항공기는 제한적이었다. 한국남동발전이 임차한 헬기 1대가 28일 처음으로 수해 지역을 수색했고 두산에너빌리티 측도 현지 대응팀을 통해 헬기와 드론을 활용한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현지 대응 인력도 추가로 늘렸다. 외교부 1명과 소방청 8명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추가 파견하면서 기존 11명 규모의 대응팀과 함께 수색·구조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고 현장 인근 고지대를 우선 살피고 트리슐리강 상·하류까지 수색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도 네팔 대홍수로 연락이 끊긴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의 수색과 현장 대응을 위해 네팔로 향했다.

임상우 정부합동 신속대응팀 단장은 현지에서 실종자 수색 상황을 점검했다. 그는 "내일 이들에 대한 수색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모든 노력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락두절자 9명에 대한 수색은 네팔 군 자산 등이 동원돼 이뤄졌지만 안타깝게도 계속 수색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 대홍수 이후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이들과 함께 현장에 있던 한국인 가운데 10명은 안전이 확인돼 카트만두로 이동했다.
네팔 대홍수 나흘째인 29일 오전(현지 시각)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대학병원 외벽에 실종자를 찾는 전단이 붙어 있다.  / 뉴스1
네팔 대홍수 나흘째인 29일 오전(현지 시각)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대학병원 외벽에 실종자를 찾는 전단이 붙어 있다. / 뉴스1

이번 대홍수는 네팔 북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했다. 중국 티베트와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폭우와 급격한 수량 증가가 이어졌고 강물이 범람하면서 주택과 도로, 교량, 수력발전 시설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토석류와 산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피해 범위가 넓어졌다.

네팔 당국이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28일 밤 기준 네팔에서만 579명이 숨지고 1924명이 실종됐다.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도 이번 홍수와 연계된 토석류로 7명이 사망하고 554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양국을 합치면 사망자는 586명, 실종자는 2478명에 이른다.

외국인 피해도 상당한 규모다. 네팔 당국이 파악한 실종자 가운데 외국인은 517명으로 알려졌다. 인도 국적자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으며 미국과 중국 등도 자국민의 소재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