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야자수 목맴사' 의혹에 재현 실험했다…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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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실종신고 후 100일 만에 발견된 30대 여성, 목맴사 vs 타살 의혹

실종신고가 허위로 종결된 뒤 100여 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장모 씨의 사망 경위를 둘러싼 의문이 이어지자 제주 경찰이 현장에서 재현 실험을 진행했다. 경찰은 실험 결과 장 씨가 발견된 야자수에서 목맴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에 가림막이 가려져 있는 모습. / 뉴스1
지난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에 가림막이 가려져 있는 모습. / 뉴스1

경찰, 야자수 농장서 목맴 가능 여부 재현 실험

29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7일 제주시 한림읍의 야자수 농장에서 장 씨의 사망 상황과 관련한 재현 실험을 실시했다. 장 씨가 발견된 장소에서 실제 목맴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경찰은 장 씨의 신체 조건을 고려해 야자수가 비슷한 수준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등을 살폈다. 이를 토대로 해당 야자수에서 목맴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장 씨가 야자수에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장 감식 과정에서도 야자수 줄기를 직접 당겨 강도를 확인했으며, 나무 윗부분이 사람의 체중을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가족·남자친구는 “평소 무서워했던 장소” 취지로 전해

지난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에 누군가 추모의 의미로 가져다놓은 국화꽃다발이 놓여 있다. / 뉴스1
지난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에 누군가 추모의 의미로 가져다놓은 국화꽃다발이 놓여 있다. / 뉴스1

그러나 장 씨의 사망 장소와 상황을 둘러싼 의문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장 씨가 발견된 야자수 농장은 밤에는 주변이 어둡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전해졌다. 야자수 줄기가 약하고 뾰족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들어 실제 목맴이 가능한 환경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 씨의 가족과 남자친구는 장 씨가 해당 야자수 농장을 무서워했으며 평소 자주 다니던 장소도 아니었다는 취지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창원 “골절만으로 목맴사 단정해선 안 돼”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도 지난 27일 MBC 라디오 ‘조승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장 씨의 목 부위에서 확인된 골절만으로 목맴사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표 소장은 “목뿔뼈 앞쪽에 있는 가느다란 쉽게 골절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목맴사’뿐만 아니라 ‘목조름사’에서도 골절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구압박에 의한 질식이라는 것은 추정 가능하지만, 과연 스스로 목을 매 사망한 ‘목맴사’냐 아니면 타인이 목을 졸라서 질식시킨 ‘액사’ 또는 ‘교사’냐는 부분들은 법의학적으로 규정하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장 씨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부 모 경장 구속까지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께 제주시 한림읍에서 장기 투숙하던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함께 지내던 남자친구는 사흘 뒤인 15일 오후 6시 43분께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장 씨 휴대전화의 마지막 위치 정보 등을 토대로 한림항 일대를 수색했다. 그러나 당시 실종 업무를 담당하던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은 신고 접수 약 2시간 30분 만인 같은 날 오후 9시 16분께 사건을 종결했다.

부 경장은 당시 신고자인 남자친구에게 장 씨와 연락이 닿았고 안전한 상태지만 본인이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종결 처리되면서 장 씨를 찾기 위한 현장 수색도 중단됐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부 경장이 실제 장 씨와 통화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장 씨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부 경장의 통화 기록에서도 두 사람이 연락을 주고받은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부 경장이 장 씨와 연락한 것처럼 내용을 꾸며 실종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부 경장은 사건을 종결한 뒤 경찰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 장 씨 관련 정보를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장 씨가 실제로 교통사고를 당한 사실이 없는데도 ‘교통사고 사상자’에 해당하는 코드를 입력한 정황을 확인했다.

장 씨에 대한 실종신고는 이후 다시 접수됐다. 경찰은 장 씨를 찾는 과정에서 지난 7일께 부 경장이 장 씨와 실제로 통화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파악했고 허위 종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부 경장은 입건 전 조사를 거쳐 지난 14일 정식 입건됐다.

재개된 수색 끝에 장 씨는 지난 24일 처음 머물던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숙소를 나간 지 104일 만이었다. 경찰은 장 씨가 숙소를 나온 5월 12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 사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 경장이 처리한 다른 실종 사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 7월 2일 접수된 60대 남성의 실종신고 역시 장 씨 사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종결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남성도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지법은 지난 25일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부 경장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 경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