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려도 괜찮아” 복지 사각지대 뚫는 광주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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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 명 전문가 총출동… 단순 학습 넘어선 정서·사회성 통합 돌봄 네트워크 구축 박차

그동안 법적 장애인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온 이 아이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단순한 성적 향상이 아닌,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전인적 성장’을 돕기 위해 광주 지역의 각계각층이 촘촘한 안전망 짜기에 돌입했다.
◆ 사각지대에 방치된 '경계선 지능', 지역사회가 응답하다
지난 28일, 남부대학교 산학관 세미나실은 150여 명이 넘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역아동센터 광주지원단과 남부대학교 앵커사업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경계선 지능아동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토론회’ 현장이었다.
이날 자리가 유독 특별했던 이유는 참석자들의 면면 때문이다. 일선 현장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물론, 지방의회 의원, 학계 석학, 시민사회단체(NGO) 활동가, 심리 상담 전문가 등 전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오직 ‘느린학습자 보호’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 단순한 공부? NO… 전인적 성장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
이날 학술적 뼈대를 세운 전주대 사회복지학과 김광혁 교수는 기조 발제를 통해 기존 지원 방식의 대대적인 궤도 수정을 요구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의 정책이 아이들의 떨어진 인지 능력을 끌어올리는 ‘보충 수업’의 개념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다층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학습 부진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 그 이면에 자리 잡은 교우 관계의 단절, 의사소통의 두려움, 정서적 불안감을 어루만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쏟아졌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고경애 부위원장은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명문화와 예산 확보의 당위성을 역설했으며, 최선숙 통합지원센터 사무총장은 분절된 복지 자원들을 하나로 꿰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어, 수학 점수를 올리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자립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 현장의 땀방울이 만든 기적,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거대 담론에 이어, 실제 돌봄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 전문가들의 생생한 증언은 장내에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포도나무지역아동센터에서 활동 중인 남미숙 파견전문가는 굳게 닫혀 있던 아이의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의 눈물겨운 과정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털어놓았다. 남 전문가는 맞춤형 개입을 통해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아이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게 된 실제 변화 사례를 공유하며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또한 큰꿈지역아동센터의 이다영 시설장은 일선 복지 현장이 마주한 척박한 현실을 가감 없이 폭로했다. 인력 부족과 열악한 처우 속에서도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는 종사자들의 고충을 토로하며,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 사회가 삼위일체가 되어 아이를 돌보는 유기적인 협력 시스템 구축이 생존의 문제임을 호소했다.
◆ 대학과 지자체, NGO의 거미줄 연대… 촘촘한 안전망 짠다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광주 지역의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 사업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행사를 공동 주관한 남부대학교 앵커사업단의 황민구 단장은 “대학이 보유한 풍부한 인적, 물적 인프라를 지역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개방하겠다”며 학계의 든든한 후방 지원을 약속했다.
토론회의 좌장으로서 행사를 진두지휘한 최강님 광주지원단장 역시 “각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도출해 낸 귀중한 통찰을 실제 현장의 메뉴얼로 즉각 녹여내겠다”며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예고했다.
현재 지역아동센터 광주지원단은 복권위원회와 사랑의열매의 지원을 받아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담 전문가 1명이 단 4명의 아동만을 밀착 마크하여 정서와 학습을 동시에 케어하는 이 혁신적인 프로그램은 이미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라며 아이들을 다그치기보다, 아이들 각자의 고유한 속도와 보폭을 존중하며 기다려주는 광주의 따뜻한 실험이 대한민국 아동 복지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