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순손실 낸 채굴기업 MARA 주식에 20배 레버리지 무기한 선물 열었다
작성일
바이낸스, MARA 등 5개 기업 주식 선물 20배 레버리지로 상장
채굴사 MARA는 순손실 6억 달러대, 비트코인 팔아 AI 인프라 투자

바이낸스 선물(Binance Futures)이 비트코인 채굴 기업 MARA홀딩스(MARA Holdings)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 5곳의 주식과 연동된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 거래를 열었다. 최대 20배 레버리지가 적용되며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이번 상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MARA홀딩스로, 함께 이름을 올린 곳은 의료 인공지능 기업 Tempus AI, 양자컴퓨팅 기업 IonQ, 유통기업 PDD홀딩스(PDD Holdings), 제약사 머크(Merck)다. 공교롭게도 MARA는 최근 사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하는 중이었다. 최신 실적 발표에 따르면 MARA는 매출이 27% 감소하는 가운데 순손실 6억 1,100만 달러(약 8,441억 원, 1달러 1,382원 기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선물 상장은 단순히 비트코인 가격에 베팅하는 상품이 아니라 MARA의 AI 전환 자체에 돈을 거는 상품으로 해석된다.
MARA, 비트코인 팔아 AI 인프라로 돌아섰다
MARA는 올해 상반기에 보유 중인 비트코인 자산의 약 3분의 1을 매각해 약 16억 달러(약 2조 2,112억 원, 1달러 1,382원 기준)를 확보했다. 이 자금은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고 있다. 채굴로 벌어들인 비트코인을 그대로 쌓아두던 전형적인 마이너 모델에서 벗어나, 보유 자산을 팔아 AI 인프라 사업에 재투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셈이다.
이 흐름 속에서 바이낸스가 내놓은 MARA 무기한 선물은 의미가 달라진다. 단순히 비트코인 현물을 사는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대체 상품이 아니라, MARA가 채굴업체에서 AI·데이터센터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 자체에 대한 투자 수단이 된 것이다. 매출이 27% 줄고 대규모 손실을 낸 시점에 이런 상품이 상장됐다는 점은, 트레이더들이 회사의 단기 실적보다는 전환 성공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바이낸스 이용자들, 넓은 시장 대신 좁고 강한 베팅으로
이번 상장은 바이낸스 이용자들의 투자 행태 변화와 맞물려 있다. RWA.xyz 데이터에 따르면 바이낸스에서 토큰화된 주식(tokenized stocks)의 총가치는 약 5억 8,100만 달러(약 8,029억 원, 1달러 1,382원 기준)에 달한다. 그런데 주간 신규 자금 유입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금의 시장 하락을 사들이려는 수요 자체가 거의 사라졌다는 뜻이다.
대신 투자자들은 QQQ 같은 기술주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상대적으로 안전한 분산형 상품에서 자금을 빼내 개별 종목으로 옮기고 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반도체 섹터에서 나왔다. 트레이더들은 샌디스크(SanDisk)와 마이크론(Micron) 포지션을 완전히 정리한 뒤, 그 자금 전액인 8,700만 달러(약 1,202억 원, 1달러 1,382원 기준)를 한국 기업 SK하이닉스 한 곳에 쏟아부었다. 넓게 분산된 포지션을 걷어내고 특정 종목에 자금을 몰아넣는 이런 패턴이 MARA를 포함한 이번 선물 상장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왜 지금 주식 선물을 여는가
바이낸스가 MARA·Tempus AI·IonQ·PDD홀딩스·머크 등 5개 전통금융(TradFi) 자산의 선물을 한꺼번에 연 것은 이런 극단적인 포트폴리오 편중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바이낸스 이용자들이 더는 시장 전반의 회복을 믿지 않고, 변동성이 큰 특정 종목에서 승부를 보려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는 것이다. 이번 선물 상품들은 트레이더가 거래소를 벗어나지 않고도 수백만 달러 단위의 자금을 특정 하이테크 자산으로 직접 옮길 수 있게 해준다.
특히 MARA는 이 흐름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꼽힌다. 순손실 6억 1,100만 달러를 기록한 회사의 주식에 20배 레버리지를 걸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전통 주식시장의 리스크 관리 기준과는 결이 다른 크립토 트레이더 특유의 고위험·고변동성 선호를 보여준다.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전통 증시 개장 시간에 묶이지 않고 언제든 포지션을 조정할 수 있다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토큰화 주식과 크립토 파생상품의 결합
이번 상장은 암호화폐 파생상품과 토큰화 주식, 전통 주식 거래가 한 플랫폼 안에서 점점 더 밀접하게 얽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Tempus AI와 IonQ는 각각 의료 AI와 양자컴퓨팅이라는 신기술 분야 기업이고, PDD홀딩스는 유통업, 머크는 제약업이다. 업종이 전혀 다른 기업들이 하나의 크립토 거래소 선물 상품으로 묶인 셈이다.
바이낸스로서는 이런 상품 확장을 통해 크립토 시장 안에서 전통금융 자산에 대한 수요를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MARA 사례처럼 실적이 부진한 기업의 주식에 고레버리지가 걸리는 구조는, 회사의 AI 전환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트레이더들의 손실 폭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위험을 동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