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유니버설·워너뮤직, 경쟁사엔 소송 걸고 스태빌리티AI엔 1050억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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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빌리티AI, 소니·유니버설·워너뮤직서 1050억원 시리즈B 유치
3대 메이저 음반사, 경쟁 스타트업엔 소송 걸고 이 회사엔 나란히 투자

스태빌리티AI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스태빌리티AI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이미지 생성 AI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으로 알려진 스태빌리티AI(Stability AI)가 시리즈B 투자로 7,600만달러(약 1,050억원, 1달러 1,382원 기준)를 유치했다. 새 투자자 명단에는 소니뮤직그룹(Sony Music Group), 유니버설뮤직그룹(Universal Music Group), 워너뮤직그룹(Warner Music Group) 등 3대 메이저 음반사가 이름을 올렸다. 게임업체 일렉트로닉아츠(EA), AMD벤처스(AMD Ventures), 퍼시픽얼라이언스벤처스(Pacific Alliance Ventures)도 새로 참여했다. 최고경영자 프렘 아카라주(Prem Akkaraju) 취임 이후 두 차례 지분투자와 전환사채를 합친 누적 조달액은 2억3,200만달러(약 3,206억원)에 달한다고 회사는 밝혔다.

눈에 띄는 대목은 투자자 구성이다. 소니뮤직·유니버설뮤직·워너뮤직은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2024년 AI 음악 스타트업 수노(Suno)와 유디오(Udio)를 상대로 무단 학습을 이유로 저작권 소송을 낼 때 그 뒤에 있던 회사들이다. 경쟁 관계였던 AI 음악 스타트업엔 소송을 걸었던 이들이, 스태빌리티AI에는 나란히 지분을 투자했다.

소송 대신 라이선스, 무엇이 달라졌나

스태빌리티AI는 2022년 스테이블 디퓨전의 가중치를 공개하며 거대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문화적 영향력은 컸지만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회사가 바뀐 것은 모델이 아니라 고객이다. 스테이블 디퓨전은 여전히 핵심 제품군으로 남아 있고 오디오·비디오·3D 부문이 새로 합류했다. 달라진 건 판매 대상이다. 무료로 내려받는 오픈소스 커뮤니티 대신, 음악·게임·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전문 창작자와 기업으로 옮겨갔다. 이번 라운드 자금 사용 목적에 “전문 서비스 부문 확장”이 포함된 것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런 사업모델 전환이 메이저 음반사들의 투자를 가능케 한 배경으로 꼽힌다.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는 모델은 저작권자 입장에서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지만, 라이선스와 계약으로 묶인 전문 도구는 협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발표는 라이선스 데이터로만 학습한 음악 모델군 스테이블 오디오 3.0(Stable Audio 3.0) 출시 이후에 나왔다. 아티스트는 새로 나온 DAW(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 플러그인이나 스테이블오디오닷컴(StableAudio.com)을 통해 이 모델에 접근할 수 있다. 수노와 유디오는 각각 RIAA와 별도로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했다. 수노는 워너뮤직과 합의한 뒤 지난 6월 4억달러(약 5,528억원) 규모 시리즈D를 기업가치 54억달러(약 7조 4,600억원)에 유치했다. 유디오는 유니버설뮤직과 합의하고 공동 라이선싱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소송에서 합의로, 합의에서 협업으로 나아간 두 회사의 경로와 달리 스태빌리티AI는 처음부터 라이선스 데이터를 앞세워 소송 단계를 건너뛴 것에 가깝다.

스태빌리티AI도 저작권 분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게티이미지(Getty Images)가 낸 영국 소송에서는 대체로 승소했지만, 미국에서 진행 중인 별도 소송은 아직 법원에 계류돼 있다.

프렘 아카라주 최고경영자는 “이 비할 데 없는 투자자 그룹은 생성형AI가 모든 프로듀서, 뮤지션, 이야기꾼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우리 비전을 확인해준다”며 “스태빌리티는 창작자를 위한 도구를 만드는 창작자들이라는 점에서 AI 업계에서 독특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자본뿐 아니라 전문성, 신뢰, 아티스트와의 직접적인 연결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장기적 성공의 토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2년 전 1,380억원 빚더미, 지금은 누적 3,206억원 / AI 생성 이미지
2년 전 1,380억원 빚더미, 지금은 누적 3,206억원 / AI 생성 이미지

2년 전 1,380억원 빚더미, 지금은 누적 3,206억원

스태빌리티AI는 2022년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 3,820억원)로 평가받았다. 2023년 10월 기준 월 800만달러(약 111억원)를 지출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기업가치 40억달러(약 5조 5,280억원)로 투자를 유치하려던 시도는 성사되지 못했다. 2024년 3월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에마드 모스타크(Emad Mostaque)는 사퇴했다. 그는 AI 분야의 권력 집중이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적었다.

웨타 디지털(Weta Digital) 최고경영자를 지낸 아카라주가 2024년 6월 회사를 맡았을 때, 회사는 약 1억달러(약 1,380억원)의 부채와 약 3억달러(약 4,150억원) 규모의 향후 클라우드 이용 약정을 안고 있었다. 전 페이스북 대표 숀 파커(Sean Parker)와 그레이크로프트(Greycroft)가 주도한 8,000만달러(약 1,106억원) 투자가 회사를 지탱했다. 아카라주는 그해 12월 부채를 모두 정리했고 사업이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아카라주 취임 이후 누적 조달액은 2억3,200만달러(약 3,206억원)다. 취임 전 조달한 자본은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으며, 이번 라운드의 기업가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엔터업계 인사들로 짜인 주주명단

기존 투자자 명단에는 코튜(Coatue), 그레이크로프트, 카드모스캐피털(Kadmos Capital), 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 맨티스캐피털(Mantis Capital), 사운드벤처스(Sound Ventures), 광고그룹 WPP가 있다. WPP는 현 경영진 체제에서 전략적 파트너와 투자자 역할을 동시에 해왔다.

개인 투자자로는 숀 파커, 전 구글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James Cameron), 전 디즈니 임원 케빈 메이어(Kevin Mayer), TV 프로듀서 마크 버넷(Mark Burnett), 패트릭 화이트셀(Patrick Whitesell), 로버트 넬슨(Robert Nelsen), 비비 네보(Vivi Nevo)가 이름을 올렸다. 코튜, 그레이크로프트, 카드모스캐피털, 파커, 슈미트는 현 경영진 체제에서 두 번째로 연속 투자에 참여했다.

코튜 공동창업자 토머스 라폰트(Thomas Laffont)는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는 “다른 이들이 범용 AI를 만드는 동안 스태빌리티AI는 창작 도구를 만들고, 이 분야를 정의하는 아티스트·스튜디오·저작권자들과 함께 그 일을 하고 있다”며 “프렘과 팀에 합류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사회에는 제임스 캐머런, 숀 파커, 그레이크로프트 공동창업자 겸 매니징파트너 데이나 세틀(Dana Settle), 아카라주가 참여한다.

스태빌리티AI는 지난해 10월 유니버설뮤직·EA와, 11월 워너뮤직과 각각 파트너십을 맺었다. 세 회사는 완성된 결과물을 라이선스만 받는 게 아니라 AI 도구 개발 과정에 함께 참여했다. 소니뮤직은 이번 라운드에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같은 수준의 기존 전략적 파트너십은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소비자용 AI 음악 시장과는 다른 승부

수노는 소비자용 AI 음악 생성 시장에서 앞서 있다. 유료 구독자 200만 명, 올해 2월 기준 연간반복매출(ARR) 3억달러(약 4,146억원) 규모다. AI 음성 플랫폼 일레븐랩스(ElevenLabs)는 ARR 5억달러(약 6,910억원)를 넘긴 뒤 올해 4월 전용 음악 앱을 내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디오는 유니버설뮤직과 공동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스태빌리티AI는 다른 자리를 잡았다. 누구나 노래를 만드는 소비자 서비스로 경쟁하는 대신, DAW 플러그인과 오픈웨이츠 모델, 전문 서비스 조직을 통해 전문 창작자의 작업 흐름에 맞는 도구를 만드는 쪽이다.

다만 공개된 자료에서 스태빌리티AI 제품의 실제 채택 규모를 보여주는 고객 수나 매출 지표는 나오지 않는다. 소니뮤직·유니버설뮤직·워너뮤직·EA의 참여가 상업적 방향에 대한 공감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의 투자가 곧 제품의 광범위한 채택을 뜻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