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 재정으로 대대적 빚 탕감 발표... 성실 상환자들 분노에 재경부가 밝힌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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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연체채권 소각, 자영업자 연체율 12.7% 위기 대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ndrzej Rostek-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ndrzej Rostek-shutterstock.com

기준금리가 3%대로 진입하며 금융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가 대대적인 부실 채권 정리 작업에 나섰다.

정부는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금융공공기관의 20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을 일괄 소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 당시 발생한 대출금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소상공인 채무 6조 원에서 7조 원 규모에 대해서도 과감한 채무조정을 추진한다.

금리 상승기 취약대출자 구제... 장기 연체채권 및 코로나 빚 정리 착수

28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금리 상승기 대비 취약대출자 지원방안'이 안건으로 상정돼 확정 발표됐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회수 불가능한 장기 악성 채무의 과감한 탕감이다.

정부는 우선 하반기 중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채권 가운데 연체 기간이 20년을 초과해 사실상 징수가 불가능한 채권들을 일괄 소각해 대출자들의 상환 족쇄를 풀어줄 계획이다.

세부 이행 방안으로 수출입은행이 가장 먼저 총대출 잔액 중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162억 원 규모의 장기 미상환 특수채권을 소각 처리한다.

이때 기업 대표이사 등에게 적용됐던 연대보증인 채무 역시 일괄 면제된다.

여타 금융공공기관의 추가적인 채권 정리 계획은 금융위원회가 하반기 내로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새도약기금을 활용해 민간 유동화회사나 대부업체가 쥐고 있는 5000만 원 이하, 연체 기간 7년 이상의 장기 연체채권 매입 후 소각 절차도 본격화한다.

지난 6월 진행된 전수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매입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채권 규모는 유동화회사 보유분 1조 1000억 원, 대부업체 보유분 최대 4조 5000억 원으로 각각 파악됐다.

코로나19 대출 후유증 심각... 자영업자 연체율 12.7% 육박

이번 정부 대책의 또 다른 축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누적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출 부실의 연착륙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은행권과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개인사업자에게 공급된 대출 총액은 358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아직 회수되지 않은 미상환 잔액은 154조 7000억 원으로 전체 공급액의 43.1%를 차지한다.

문제는 장기 연체 비율이다. 미상환 잔액 중 3개월 이상 장기 연체 상태인 비율은 4.1%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향후 채무조정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장기 연체 대출 규모를 약 6조 원에서 7조 원 규모로 추산했다.

자영업자들의 빚 상환 능력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금융 지표를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시중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1년 평균 0.2%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해 6월 기준 0.7%로 상승했다.

더욱 심각한 지점은 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의 취약 자영업자 대출자 연체율 지표다.

2021년 평균 5.3% 수준이던 전 금융권 취약대출자 연체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2.7%까지 치솟았다.

현재 대출금리 수준이 2023년과 2024년 기록했던 최고 금리 구간보다는 다소 낮아졌으나 대출자들의 체감 이자 부담은 여전히 가중되고 있다.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큰 폭으로 뛰어오른 탓이다.

지표금리와 조달금리의 가파른 상승분은 개별 대출의 금리 변경 주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향후 취약대출자들의 이자 상환액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덕적 해이 논란 차단 및 성실상환자 인센티브 강화

대규모 빚 탕감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불거지는 도덕적 해이 논란에 대해 정부는 철저한 사전 심사와 제도적 균형을 약속했다.

고의로 빚을 갚지 않고 정책 지원을 노리는 악의적 대출자들을 걸러내고 상환 능력을 잃은 대출자에게만 구제책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코로나 빚 채무조정 대상과 탕감 규모는 올해 4분기 중 금융위 주도로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악의를 가지고 일부러 빚을 갚지 않다가 탕감받는 사례는 생각보다 거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며 "새출발기금과 새도약기금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도덕적 해이가 사회적인 쟁점이 될 정도로 확산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환 능력을 완전히 잃은 대출자의 채무까지 계속 유지하고 추심하는 것이 맞는지도 균형 있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빚을 성실히 갚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파격적인 금리 우대와 금융 지원책도 함께 내놨다.

기업은행은 성실상환 경영애로 소상공인에게 최대 1.8%포인트(p)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소상공인 희망Dream 대출' 공급액을 올해 3조 원으로 2배 확대한다.

신용보증기금은 성장성 있는 소상공인 대상 스텝업 특례보증 보증료율 우대 폭을 0.3%p에서 0.4%p로 늘리고 수출입은행은 성실상환 기업에 대한 이자 감면 제도를 신설한다.

고금리 늪에 빠진 소상공인을 위한 저금리 대환대출 문턱도 낮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연 7% 이상 금리의 금융권 대출을 4.5%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환대출 적용 대상을 기존 지난해 6월 30일 이전 승인분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이전 승인분까지 확대 적용한다.

서민금융 지원의 핵심인 햇살론 공급액은 내년 6조 2000억 원으로 3000억 원 증액된다. 청년층 미소금융 대출한도는 1000만 원으로 두 배 상향되며 지원 대상 요건도 대폭 완화된다.

또 주택담보대출 대출자의 금리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은행권의 10년 이상 순수 장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를 유도하고 산업은행 안심금리전환 지원자금 한도를 내년 1조 500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은행 역시 내년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를 개편해 지방 중소기업을 위한 5조 9000억 원 규모의 저리 자금 공급 한도를 상향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