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손봉기 대법관 후보 임명동의안 제출 않기로…재제청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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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완결성 충분히 갖추지 못해”
재제청 요구, 87년 현행 헌법 체제 이후 처음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제청이 이뤄진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재제청 요구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재제청 요청 배경을 두고 "손 후보자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청와대와의) 실질적인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했다"며 "그동안의 협의 관행은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한쪽의 의사만으로 최고법원이 구성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사법부의 독립을 지탱한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재제청 요구가 헌법 테두리 안에서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부 법률 검토를 통해 내렸다고 설명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헌법 104조 2항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해져 있다.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고,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청권과 임명권이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나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청과 임명은 삼권분립의 원칙하에 서로 다른 헌법 기관에 배분된 것"이라며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그 자체로 완결적인 권한이 아니다. 헌법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부여한 실질적 임명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사돼야 하는 권한"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춰볼 때 재제청 요청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이 아닌,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강 수석대변인은 "손 후보자 제청 직전 법원행정처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타진한 점도 국회에서 확인됐다"며 "정당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타진한 것 자체가 인사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문제도 거론됐다. 그는 "국민주권정부의 첫 대법관 인선은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 등 대법원 본연의 역할을 고려해도 손 후보자 제청이 대법원 구성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재제청 요구는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조치다. 1987년 현행 헌법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유사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자 가운데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절차를 그대로 밟기로 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김 후보자를 두고 "협의를 거쳐 의견이 모인 만큼 오늘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재제청 요청을 공식화하면서 다시 조 대법원장에게 이목이 쏠린다. 강 수석대변인은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한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 부장판사를, 이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 부장판사를 각각 임명해 달라고 서면으로 제청했다. 통상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나 제청하던 관례와 달리 실질적 조율 없이 서면 통보 방식으로 제청이 이뤄져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이 가운데 야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글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대법원장 제청권을 부정하고 침해한 것"이라며 "명백한 헌법위반으로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의 검증 권한 침해도 문제 삼았다. 그는 "청와대가 손봉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이송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인사검증과 동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기도 하다"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수도 있는데, 인사청문회의 기회를 원천 봉쇄한 것은 국회와 국민의 검증 권리를 부정한 것"이라고 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지금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이 아니라, 헌법에 따른 제청을 거부하는 청와대의 행태"라며 "헌법이 정한 절차를 청와대 스스로 걷어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들고 사법부를 정권의 입맛대로 길들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절차의 정당성을 말하려면 청와대부터 헌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