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씨 실종 사건' 허위로 종결해 구속된 부 경장, 심경에 뭔가 변화 생겼나

작성일

경찰 “각종 증거 제시하자 일부 혐의 시인”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의혹을 받는 30대 부 모 경장이 자신의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하는 등 부 경장의 범행 동기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된 부 경장이 최근 경찰 조사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앞을 여행객들이 지나고 있다. / 뉴스1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앞을 여행객들이 지나고 있다. / 뉴스1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제주경찰청은 28일 언론 공지를 통해 "혐의를 지속적으로 부인해 오던 부 경장이 통화 내역 등 각종 증거자료가 제시되자 혐의를 일부 시인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부 경장이 처음으로 일부 혐의를 시인한 건 전날 밤 조사에서다. 다만 부 경장이 어떤 혐의를 인정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뉴스1에 부 경장이 혐의를 일부 시인했으나 향후 진술을 번복할 우려가 있어 구체적인 진술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동기가 밝혀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부 경장은 그동안 진술을 거부하거나 혐의를 부인해 왔다. 그는 조사 초기 "실종자와 연락이 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연락이 닿았다던 장미란씨의 기록에 '교통사고 사망'으로 전산이 입력된 사실 등 모순이 드러나자 "실수였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 경장은 지난 22일 긴급체포됐다가 체포적부심사 청구가 인용되면서 24일 석방됐다. 당시 제주지법은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곧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석방 하루 만인 25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길범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도주 우려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부 경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옮겨졌다.

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 2건을 허위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 2건을 허위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부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장미란씨(37)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약 2시간 30분 만에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장씨는 실종 이틀 전인 5월 12일 밤에서 13일 새벽 사이 제주시 한림읍 자택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신고는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5월 15일 오후 6시 43분쯤 제주서부경찰서에 접수했다. 부 경장은 신고 접수 두 시간 반 만에 신고자에게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고 거짓으로 알린 뒤 사건을 자체 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관리 목록에서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종결 사유를 '교통사고 사상자'로 분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실종 104일 만인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장씨의 숙소에서 40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부 경장의 허위 종결로 초기 수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찰은 부검 결과 특이 골절 등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타살 혐의점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브리핑에서 "현장 상태와 부검의 구두 소견 등을 종합했을 때 범죄 피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으며 자살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단정할 수 없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장씨가 실종 다음 날 새벽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타살 가능성은 51.1%"라고 주장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장씨가 야자수 농장이라는 낯선 공간에 스스로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장씨 아버지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딸이 남자친구에게 야자수 농장은 무섭고 가기 싫은 곳이라고 해왔다"고 말했다.

제주시 애월읍 제주서부경찰서. / 뉴스1
제주시 애월읍 제주서부경찰서. / 뉴스1

범죄심리학자이자 프로파일러인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은 전날 MBC라디오 '조승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경구압박에 의한 질식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면서도 "스스로 목을 맨 '목맴사'냐, 아니면 타인이 목을 졸라서 질식을 시키는 '액살' 또는 '교살'이냐 하는 부분은 법의학적으로 규명하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시신 부패가 심한 까닭이다.

부 경장은 지난달 2일 접수된 60대 남성의 실종 사건도 비슷한 방식으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신고 접수 약 5시간 뒤인 오후 11시 38분쯤 가족들에게 "실종자가 경찰관 만나기를 거부했고, 가족에게 알리지 말 것을 요청했다"는 허위 내용을 전달한 뒤 당일 사건을 종결했다. 이 남성은 가족이 다시 신고한 뒤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건 모두 부 경장이 야간 근무 중 신고를 접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은 부 경장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종 사건은 실종자의 신변이 확인되더라도 담당자의 실적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종결되지 않은 사건이 남더라도 업무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 허위 종결로 얻을 실익이 뚜렷하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부 경장은 숨진 장씨와 일면식이 없고, 두 사람 사이의 연락 기록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태운 제주경찰청 수사과장은 프로파일러 지원을 받아 부 경장의 진술과 심리를 분석하고, 포렌식 자료를 정밀 분석해 동기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경찰은 부 경장이 처리·종결한 실종 신고 298건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건수는 부 경장이 약 1년 5개월간 혼자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관련 건수가 총 298건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애초 200여 건으로 봤으나 조사 과정에서 규모가 늘었다. 이 가운데 10건가량은 허위 종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종자와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최소 3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야간 당직 근무 체계의 허점도 드러냈다. 야간에 실종 신고가 들어오면 담당자는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과 별도로 당직 일지를 작성해 다음 날 상부에 보고한다. 당직자 한 명이 사건을 임의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한 장치다. 그러나 근무자가 일지를 허위로 작성하면 이를 걸러낼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에서 접수된 만 18세 이상 성인 실종 신고는 2023년 944건, 2024년 814건, 2025년 786건이었다. 올해도 지난달 말까지 370건이 접수됐다.

경찰은 재발 방지를 위해 부 경장이 담당한 298건뿐 아니라 전국 경찰관서의 장기 실종 사건도 점검하기로 했다. 사건 배당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하는 제도도 도입한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투입과 포렌식 분석을 통해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규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부 경장에 대한 지휘·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감찰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 우울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