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한국은 사형 집행 없는 나라... 그러니 중국으로 데려와 사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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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중국인 유학생 살해 후 시신 유기한 그 사람 송환하라”

경북 경산에서 중국인 여성 유학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중국인 대학 강사를 두고 중국에서 본국 송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사실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나라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범인을 중국으로 데려와 사형해야 한다는 여론이 중국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28일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정모(31)씨는 지난 20일 새벽 경산시 하양읍 자신의 주거지에서 중국인 여성 유학생 A(25)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시신을 여러 차례 훼손해 경산과 대구, 경기 등 전국 곳곳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지법 황인준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중국 웨이보에서는 관련 검색어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신화통신과 중국신문사(중신사), 펑파이, 리즈신문, 양쯔완바오, 지무신문 등 관영·상업 매체가 잇따라 사건을 전했고, 신랑(시나)과 왕이(넷이즈) 같은 포털에도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중국 매체들은 A씨를 '원원(文文)'이라는 가명으로 부르며 그가 대구에 있는 한 대학교의 대학원을 마친 유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A씨는 학위 관련 증서를 받으려고 지난 14일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이미 중국에서 취업이 확정된 상태였고, 귀국 항공권까지 예매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가족과 마지막으로 연락한 시점은 지난 19일 저녁으로 파악됐다.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셈이다.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피의자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현지에서는 여성이 홀로 타국에서 생활하다 범죄에 노출된 것이라는 우려가 주로 나왔다. 그러나 범인이 피해자와 같은 중국 국적의 대학 강사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부 현지 매체가 초기에 정씨의 국적을 한국인으로 잘못 전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적이 중국인으로 정정된 뒤 현지 누리꾼들의 분노는 오히려 더 커졌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정씨를 중국으로 송환해 재판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번졌다. 한국이 1997년을 끝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한국에서 재판을 받으면 극형을 피할 수 있으니 사형이 유지되는 중국으로 데려와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다. 세계 각국의 최고 형량을 비교하며 송환을 요구하는 게시물도 확산했다.

피해자 유족도 강력한 처벌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A씨 언니는 가해자를 죽여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세 차례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같은 수업을 들었다는 황모씨는 지무신문 인터뷰에서 정씨가 학교 강사였다고 확인하며 범인을 중국으로 송환해 재판받게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송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현지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리즈신문과 지무신문 등이 인용한 변호사들은 한·중 양국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어 송환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범행이 한국 영토에서 벌어졌고 한국 수사·사법기관이 우선 관할권을 갖는다는 점, 사형폐지국이 사형 집행국으로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는 이른바 '사형 불인도' 원칙 등을 들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인도 절차 개시 여부는 유족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외교·사법 판단에 달렸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정씨가 한국에서 형을 마치고 귀국할 경우 중국 형법상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중국 사법기관이 별도로 형사책임을 물을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중국 외교당국도 공식 대응에 나섰다. 신화통신 보도를 보면 주부산 중국총영사관은 A씨 사망이 확인된 직후 입장을 내고 한국 경찰에 사건 전반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범인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총영사관은 유가족의 사후 처리 과정에도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일 오후 A씨와 함께 자신의 주거지에 들어갔다.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께 정씨는 혼자 집을 나섰다. 당시 그는 긴 원피스 등 여성 옷을 입고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 이 모습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정씨는 A씨의 휴대전화를 지닌 채 동대구역까지 이동한 뒤 특정 시점에 전원을 껐다. 이어 인근에서 남성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20일 오후 10시 30분쯤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피의자 A 씨가 경북 경산시 하양읍 주거지에서 여장 차림으로 나오는 모습이 인근 건물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 뉴스1(독자 제공)
지난 20일 오후 10시 30분쯤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피의자 A 씨가 경북 경산시 하양읍 주거지에서 여장 차림으로 나오는 모습이 인근 건물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 뉴스1(독자 제공)

정씨는 이튿날인 지난 21일 오후 7시쯤 경찰에 A씨가 연락되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를 직접 했다. 당시 그는 자신을 A씨 남자친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가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실종 신고자였다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고, 경찰은 지난 25일 오후 하양읍에서 그를 붙잡았다. 정씨의 주거지에서는 A씨 시신의 일부만 발견됐다. 나머지 시신은 이미 정씨가 전국 각지로 옮겨 유기한 뒤였다.

경찰은 정씨의 진술과 CCTV 등을 토대로 경기 군포와 경주 안강·불국사 일대 등에서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정씨가 시신을 훼손해 유기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경찰은 인근 쓰레기 소각장 등 유기 추정 장소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경찰은 시신을 최대한 수습해 부검을 실시한 뒤 사망 원인과 시점을 확인하고, 사체 손괴·유기 등 추가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범행 동기를 두고는 정씨의 주장과 주변 진술이 엇갈린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와 비밀리에 교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A씨가 결혼을 거부하며 관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목 졸라 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의 중국인 지인들은 A씨에게 중국에 있는 남자친구가 따로 있었다며 두 사람이 연인 사이였다는 정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경찰은 정씨의 진술만으로는 범행 전말과 동기를 규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프로파일러를 투입했다.

정씨는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거부한 상태다. 경찰은 전날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검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정씨가 응하지 않았다. 정씨는 당초 검사에 동의했다가 입장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대상자 면담을 거쳐야 해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로 진행하기 어렵다. 경찰은 검사 결과가 재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정씨가 검사를 거부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범행의 잔인성 등을 고려해 신상정보공개위원회 개최 등 신상 공개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