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지선언' 신대철에 '양아치가 양아치 지지' 악플…대법 “모욕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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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되지 않은 비판적 의견 표현에 불과…형벌권 행사 신중해야”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기사에 유명인을 향해 "양아치"라는 댓글을 단 것만으로는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모욕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제주지법에 돌려보냈다.
김 씨는 2022년 2월 록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씨가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는 뉴스 기사가 네이버에 올라오자 "양아치가 양아치 지지한다는 게 기삿거리가 된다고?"라는 댓글을 달아 신 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기사는 신 씨가 방송 3사 합동 2022 대선 후보 토론을 시청한 뒤 페이스북에 남긴 소감을 전한 것이었다. 신 씨는 같은 해 8월 이 댓글을 확인하고 김 씨를 고소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양아치’는 국어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로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고, (댓글을 단) 행위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양아치를 “‘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1심은 모욕죄 성립을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어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라도 상대방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길 수 있다”며 “표현하려는 의견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비하적 표현의 사용까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2심은 원심판결이 정당하다며 김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반면 대법원은 “이 사건 기사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그중에는 피해자의 입장 표명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다수 있었다”며 “이 사건 댓글은 피해자의 대선 후보 관련 입장 표명과 기사화에 대한 피고인의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기 위한 다소 정제되지 않은 표현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런 정도의 표현에까지 모욕죄의 잣대를 들이대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 기사 댓글 창이 갖는 정치적 공론장으로서의 성격도 감안됐다.
신 씨는 작년 대선에서도 "계엄령인지 계몽령인지 하는 터무니 없고 끔찍한 일을 저지른 자와 그와 뜻을 같이한 자들에게는 한 표가 아깝다"며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한 바 있다.
유명인을 향한 욕설, 일반인과 다르게 판단되나
대법원은 최근 유명인의 공적 활동이나 사회적 발언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나온 다소 정제되지 않은 표현에 대해 모욕죄 성립을 부정하는 판결을 이어가고 있다. 비판 대상이 연예인·정치인 등 공적 인물일 경우 표현의 자유를 더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공공연히 표시할 때 성립한다. 일반인을 향해 인격적 가치를 훼손하는 어휘를 쓸 경우 모욕죄가 비교적 쉽게 인정되는 반면, 유명인의 경우에는 표현이 쓰인 맥락과 공공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공적 인물이 대중의 관심과 영향을 받는 위치에 있는 만큼, 자신의 언행에 따른 비판이나 부정적 평가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인터넷 기사 댓글 창이 정치적·사회적 공론장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해, 공적 이슈에 관한 토론을 위축시킬 수 있는 형사 처벌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유명인에 대한 표현이라도 모든 욕설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공적 활동과 무관한 외모·신체·가족에 대한 비하, 패륜적 어휘, 극단적 비속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모욕죄가 적용된다. 비판의 범위를 벗어난 순수한 인격 모독 행위는 대상이 공인이라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공인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불법적인 인격 침해의 경계가 표현의 '맥락'과 '목적'에 따라 갈린다고 지적한다. 공적 사안에 대한 의견 표명 과정에서 나온 거친 어휘는 표현의 자유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만, 악의적인 인격 공격은 엄연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