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상용 검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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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뒤 잇단 의혹·고발…이번엔 국회 증인선서 거부로 경찰 조사
-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 핵심 부분은 징계 대상서 제외…고발 법리 적정성도 논란
- “의혹은 증거가 아니다”…검사에게도 똑같은 법치와 절차의 원칙 적용돼야

위키트리 전국총괄본부장 최학봉 기자. / 사진=위키트리DB
위키트리 전국총괄본부장 최학봉 기자. / 사진=위키트리DB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검사는 사람을 의심하는 직업이다. 증거를 찾고, 진술의 모순을 따지고, 법정에서 책임을 묻는다.

그런 검사가 어느 날부터 끊임없이 의심받는 사람이 됐다.

박상용 검사 이야기다.

그는 2022~2023년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다. 이후 그의 이름 앞에는 수사의 내용보다 각종 논란과 의혹이 먼저 따라붙기 시작했다.

가장 거셌던 것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이었다. 수원지검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에게 술과 연어 등을 제공하고 진술을 회유했다는 의혹이었다.

의혹은 컸다. 제목은 자극적이었고 ‘연어 술파티’라는 표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았다.

그러나 이후 대검 감찰위원회 심의를 거쳐 나온 결과는 처음 제기됐던 의혹과는 결이 달랐다.

검사실에 외부 음식과 술이 반입된 사실 등 관리상 문제는 확인됐지만, 박 검사가 이를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고 해당 부분은 징계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 검사가 피의자들을 불러 술과 음식을 제공하며 진술을 회유했다는 당초의 강한 의혹이 그대로 인정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다른 수사 절차와 편의 제공 문제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징계가 청구됐다.

여기서 묻고 싶다.

의혹을 제기했던 목소리만큼, 의혹이 확인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는 크게 이야기했는가.

사람의 명예는 이상하다.

의혹을 제기하는 데는 한 줄이면 충분하지만 그 한 줄을 지우는 데는 수십 장의 조사 기록이 필요하다. 모든 조사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의 기억에는 처음 제기된 의혹만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 검사에게는 그 뒤에도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4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그는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국회 특위는 이를 문제 삼아 박 검사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그는 지난 27일 서울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약 3시간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박 검사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선서 거부에는 법적 근거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를 고발한 고발장의 법적 근거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됐다.

특위가 박 검사의 선서 거부가 위법하다는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대법원 2009도10645 판결이 정작 증인의 선서 거부 사건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이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기존 판단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재는 2015년 국회증언감정법 관련 사건에서 형사소송법과 달리 국회증언감정법에는 선서거부권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물론 이 결정만으로 박 검사의 이번 선서 거부가 적법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거부 사유와 당시 상황, 적용 법리를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최소한 이러한 법적 판단이 존재한다면 한 검사를 형사 고발하고 경찰 조사까지 받게 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리를 더욱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나는 박상용 검사의 모든 판단이 옳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검사도 잘못하면 조사받아야 한다. 규정을 어겼다면 징계받아야 하고 범죄를 저질렀다면 처벌받아야 한다.

그 원칙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반대의 원칙도 똑같이 지켜져야 한다.

검사라는 이유로 의혹을 먼저 유죄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논쟁적인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에게 보장된 절차적 권리가 가벼워져서도 안 된다.

그가 수사했던 사건이 누군가에게 불편했다는 것과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박상용 검사를 응원한다.

그가 검사라서가 아니다.

그가 쌍방울 사건을 수사했기 때문만도 아니다.

한 사람을 향해 의혹과 고발과 조사가 거듭될수록 그 사람에게도 우리가 다른 시민에게 요구하는 것과 똑같은 법치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의혹은 증거가 아니다.

고발은 유죄 판결이 아니다.

조사는 처벌이 아니다.

이 당연한 원칙이 정치적 논쟁 속에서는 너무 쉽게 잊힌다.

27일 박 검사는 경찰청 앞에서 “수사권을 남용하고 수사력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어디까지나 피의자 신분인 박 검사의 주장이다. 수사기관은 그 주장까지 포함해 증거와 법률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그러나 그 장면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한때 다른 사람들에게 혐의를 묻던 검사가 이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설명하기 위해 경찰 조사실에 앉아 있다.

법치국가에서 이상한 일은 아니다.

누구든 혐의가 있다면 조사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치국가의 진짜 모습은 ‘누구를 조사하느냐’보다 ‘어떤 근거로, 어떤 절차를 지켜 조사하느냐’에서 드러난다.

박상용 검사가 잘못했다면 법에 따라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러나 잘못하지 않은 것까지 책임지게 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법을 끌어오는 사회가 아니라, 법이 사실을 확인한 뒤 결론을 내리는 사회여야 한다.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박 검사가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설명하기를 바란다.

수사기관에도 바란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누구의 편도 들지 말고 오직 기록과 증거와 법률만 보기를.

그 결과 박 검사의 주장이 틀렸다면 책임을 물으면 된다.

반대로 혐의가 없다면 정치적 해석을 덧붙일 것도 없이 사건을 끝내면 된다.

검사는 법 앞에서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검사에게도 법은 끝까지 공정해야 한다.

박상용 검사.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가장 강한 답은 정치적 구호도, 언론의 자극적인 제목도 아니다.

사실이다.

사실이 그의 편이라면 끝까지 버텨주기를 바란다.

나는 그것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