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높은' 사람이 이자를 더 낸다…대출금리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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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역전 현상, 고신용자 부담 늘고 저신용자 금리 내려
시장금리 상승 속 신용점수별 대출금리 격차 줄어드는 이유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는 상승한 반면 저신용자의 금리는 오히려 낮아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7일 한국경제 단독보도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6월 신용점수 900점 초과 고객의 신규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4.89%였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신용점수 700점 이하 고객의 평균금리는 연 7.84%로 1년 전보다 0.45%포인트 하락했다. 절대적인 금리 수준만 보면 저신용자의 금리가 여전히 높지만, 고신용자의 금리는 올라가고 저신용자의 금리는 내려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고신용자는 금리 오르고 저신용자는 내려가
2금융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금리를 보면 신용점수 900점 초과 고객의 평균금리는 지난해 7월 연 10.99%에서 올해 7월 연 12.29%로 1.3%포인트 올랐다.
반면 신용점수 700점 이하 고객의 평균금리는 같은 기간 연 17.49%에서 17.45%로 0.04%포인트 낮아졌다.
카드론은 카드사가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이다.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아 주로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소비자가 이용한다.
통상적으로 대출금리는 신용도가 낮을수록 높아진다.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은 상환 능력이 높다고 평가돼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그런데 최근 일부 구간에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를 보면 신용점수 600점 이하 고객의 평균금리는 연 7.28%였다. 601~650점 고객의 평균금리인 7.45%보다 오히려 낮았다.
우리은행에서는 600점 이하 고객의 평균금리가 연 5.87%로 651~700점 고객과 같았고, 601~650점 고객의 6.33%보다 낮았다. 국민은행에서도 600점 이하 고객의 평균금리가 연 5.59%로 601~650점의 6.12%, 651~700점의 5.69%보다 낮았다.
다만 이런 현상이 모든 금융기관과 모든 대출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대출금리는 신용점수뿐 아니라 대출 상품, 우대금리, 대출 기간, 금융회사의 자금 조달 여건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나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과 중·저신용자 지원 정책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가계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별 대출 총량을 관리해왔다. 대출 총량 관리는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 동안 취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금융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제한된 대출 공급 여력을 중·저신용자에게 우선 배분하면서 신용점수에 따른 금리 차이가 좁아지거나 일부 구간에서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확대된 대출 가운데 상당 부분이 중금리대출이나 집단대출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금리대출은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대출을 말한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분양이나 입주처럼 같은 조건의 대출 수요가 발생할 때 여러 차주에게 한꺼번에 실행되는 대출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2금융권 관계자들을 불러 이달부터 취급하는 중금리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전부 제외해 별도로 관리하도록 했다. 은행권 역시 민간중금리대출의 총량 제외 비율을 기존 30%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 "고신용자 부담 늘려서, 저신용자 이자 줄여주자"
이재명 대통령은 저신용자의 높은 대출금리 문제를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9일 국무회의에서 서민금융 지원 방안을 보고받던 중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최저신용자 보증부 대출의 금리를 물었다. 구 부총리가 15.9%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어려운 사람의 대출이 더 비싸다”고 지적했다.
최저신용자 보증부 대출은 신용도가 매우 낮아 일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에게 보증기관 등이 보증을 제공해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이다. 금융회사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보증기관 등이 일부 부담하는 구조다.
이 대통령은 고신용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장기간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저신용자는 높은 금리로 단기간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 상환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신용자가 500만원이나 1000만원 같은 소액을 높은 금리로 빌리면 이자 부담 때문에 원금을 갚기 어려워지고, 결국 연체와 신용점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성장률이 1% 수준인 상황에서 15%가 넘는 금리를 부담하며 서민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가 고신용자에게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대신 일부 부담을 더 지고, 금융 이용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고신용자 부담으로 저신용자 지원’ 가능할까
이 대통령이 제시했던 방침은 금융회사의 전체 수익 구조 안에서 일부 재원을 서민금융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금융기관이 우량 고객에게 초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일부 부담을 더 지우고 금융 접근성이 낮은 사람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회사 출연을 통해 서민금융 특별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금융회사 출연은 금융회사가 일정한 재원을 자체적으로 내놓아 공공 목적의 기금 등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이익 가운데 일정 부분을 출연하고 정부 재정과 민간 금융의 출연을 함께 활용해 서민금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금리 수준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