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하게 '수박향'이 난다... 시골에 널려 있지만 맛도 효능도 끝내준다는 이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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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차로 끓여 마시는 풀... 알고 보면 항암효과까지
여름이 끝나갈 무렵 시골 길가나 메마른 빈터엔 콩꽃을 닮은 자잘한 노란 꽃이 무리 지어 핀다. 잎줄기를 꺾어 손바닥에 가볍게 여러 번 내리치면 은은한 수박 향이 올라온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이 향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밤이 되면 마주 보던 작은 잎들이 서로 포개져 잠을 자듯 접힌다. 도시 사람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잡초지만, 옛사람들은 이 풀을 말려 차로 끓여 마셨다. 그래서 이름도 차풀이다. 최근 유튜브 채널 '텃밭친구'를 비롯해 여러 자연 건강 콘텐츠가 차풀의 숨은 쓰임새와 가치를 조명하고 나섰다.

차풀은 콩과의 한해살이풀이다. 키는 30~60㎝ 정도로 자라며 조건이 맞으면 80cm까지도 곧게 서서 자란다. 줄기에는 안으로 굽은 짧은 잔털이 빽빽하게 난다. 잎은 새의 깃털처럼 작은 잎 30~70장이 잎맥을 중심으로 조밀하게 마주 붙는다. 이런 잎 모양을 전문 용어로 짝수깃꼴겹잎(우수우상복엽)이라고 한다. 잎이 예술작품처럼 정교하고 대칭이 완벽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꽃은 7~8월 잎겨드랑이에서 한두 송이씩 노랗게 핀다. 꽃받침은 5개로 피침형이고 꽃잎도 5개, 수술 4개에 암술 1개다. 꽃이 지면 납작하고 긴 꼬투리가 열리는데 겉에 털이 많고 씨는 네모지고 검다. 냇가 근처 습지나 양지바른 빈터, 밭두렁 등지에서 무리 지어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름의 유래는 소박하다. 예전에는 차(茶)가 귀해 차풀 말린 것을 차 대용으로 마셨고, 여기서 차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말린 것을 검게 변할 정도로 가마솥에 볶으면 고소한 풍미와 함께 커피 못지않은 향과 맛이 난다고 한다. 밤이면 잎이 포개지는 모습이 사랑하는 남녀가 부둥켜안은 듯하다고 해서 꽃말은 '연인'이다. 지역에 따라 '며느리감나물', '며느리감나무', 혹은 '자귀풀'과 혼용되어 '지구풀'로도 불린다.
닮은 식물로 자귀풀이 있어 곧잘 혼동된다. 생김새와 자생지, 꽃 피는 시기, 쓰임새가 모두 비슷해 이름을 바꿔 부르는 일도 잦다. 둘 다 습한 곳을 좋아하고 노란 꽃이 피는 시기도 겹친다. 다만 자귀풀은 습지나 논둑에서 주로 자라고 줄기가 녹색이며 속이 비어 있고 마디가 분명하다. 반면 차풀은 상대적으로 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줄기가 붉은빛을 띠며 속이 차 딴딴하다. 잔털도 자귀풀에는 없지만 차풀은 줄기와 열매에 잔털이 빽빽하다. 꽃 모양은 자귀풀이 전형적인 나비 모양이고, 꽃술 수도 자귀풀은 10개, 차풀은 4개로 다르다. 씨앗 역시 차풀은 네모진 반면 자귀풀은 계란처럼 둥글다. 남미에서 들어온 관상용 미모사도 자극에 잎을 접는 특성이 있어 차풀과 닮은 점이 많다.
차풀은 농가에서 잡초로 여겨져 제거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동물사료나 녹비작물로도 쓰이는 소중한 자원 식물이다. 콩과식물답게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뿌리에 붙은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 질소를 붙잡아 질소화합물로 바꾸는 질소동화작용을 한다. 질소는 인, 칼륨과 함께 식물의 3대 영양소로 꼽힌다. 차풀 스스로 질소비료를 만들어 내는 셈. 덕분에 콩처럼 별도의 질소비료 없이도 메마른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릴 수 있다.

한방에서는 말린 줄기와 잎을 산편두(山扁豆) 또는 산다엽, 뿌리를 산편두근, 씨앗을 산편두자라고 부른다. 속명 카시아(Cassia)는 그리스어로 콩과식물을 뜻한다. 씨앗인 산편두자는 눈을 밝게 한다 하여 결명자 대용으로 널리 쓰였다. 맛은 달고 약간 쓸쓸하며 성질은 평하고 독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통 약초로서 차풀에는 청간이습(淸肝利濕)과 산어화적(散瘀化積)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간의 열을 내리고 습열을 거두는 작용, 어혈을 풀고 체한 음식과 담적을 내리는 작용을 가리킨다. 이 때문에 습열로 인한 황달, 여름철 식중독에 따른 토사곽란, 부종, 야맹증, 종기, 옻나무 독, 폐결핵 등에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증세나 야맹증에는 돼지고기, 국화와 함께 고아 먹었다고 전한다.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이뇨 작용도 탁월해 천연 이뇨제로 사용됐다. 몸의 열을 내리는 해열 작용과 만성 변비에도 효과를 보였다.
씨앗은 위장을 튼튼히 하고 구토와 설사를 다스리는 데 쓰였다. 위와 비장의 기능을 돕는다 하여 소화불량이나 식체에 자주 활용됐고, 만성 변비와 신장 염증, 전립선 질환, 배뇨 장애에도 도움이 된다고 소개된다. 한방에서는 원기를 보충하고 기력을 회복하는 자양강장에 좋은 민간 약초로도 오랫동안 전해져왔다.

현대에 들어서는 성분 분석과 약리 연구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차풀에는 에모딘, 안트라퀴논 유도체, 플라보노이드, 루테올린, 그리고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차풀 추출물에서 루테올린을 분리해 피부 항산화·항노화·항주름 효과를 살핀 특허, 에너지 대사를 촉진하고 체지방 축적을 막는 항비만 효과를 다룬 특허 등이 출원되어 있다. 서양에서는 지방분해효소인 리파아제 억제 작용에 주목해 체중 감량용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활발히 연구·활용하기도 한다. 섭취한 지방이 분해되지 않아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변으로 빠져나간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들 연구 상당수는 세포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예비 단계이므로, 사람에게서 완벽히 동일한 치료 효과가 확립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먹는 법은 매우 간단하다. 채취한 차풀을 잘게 썰어 검게 변할 정도로 달달 볶은 뒤 물에 달여 차처럼 마신다. 떫고 쓴맛이 줄어들고 구수한 향이 배어 나온다. 봄철 나오는 어린 순은 쓴맛이 거의 없어 데쳐서 무침, 튀김, 국거리 등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약재로 쓸 때는 말린 지상부나 씨앗을 하루 10~15g가량 물에 달여 복용한다. 흔히 쓰이는 방법은 말린 차풀 30g에 물 1L를 붓고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30분가량 더 달인 뒤 하루 두세 번에 나눠 마시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 '농사로'는 8, 9월에 채취해 볕에 말려 쓰라고 안내한다. 여름철 차로 끓여 마시면 이뇨 작용을 돕고 더위를 잊게 한다는 설명도 덧붙는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몸이 부을 때는 차풀 15g에 댑싸리 씨(지부자) 5g을 더해 물 500㎖가 절반으로 줄 때까지 달여 식전에 나눠 마시는 민간요법도 전해진다. 다만 차도가 있으면 복용량을 줄이고 과다 복용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의할 대목도 분명히 존재한다. 차풀의 효능을 두고 '말기 암 환자가 완치됐다', '천연 정력제다', '지방을 모두 태워 살이 저절로 빠진다'는 식의 자극적인 표현을 쓰는 이들도 있다. 임상 검증을 거친 정식 치료법이라기보다 민간에 전해지는 경험담이나 입소문에 가깝기에 차풀의 효능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약초 효능을 소개하는 민간 정보는 다소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으니 건강 보조 차원으로 참고하는 것이 좋다. 차풀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식물성 원재료다. 부작용 위험이 적어 전체 부위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