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장 고개 숙였다…‘실종 허위 종결’ 경찰관 입건 13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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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을 겪고 계실 유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고 장미란 씨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경찰관이 입건된 지 13일 만에 대국민 사과했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27일 청사에서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 장미란 씨 등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 대도민 메시지를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 뉴스1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27일 청사에서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 장미란 씨 등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 대도민 메시지를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 뉴스1

경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최근 3년 동안 종결된 실종사건 약 31만건을 전수점검하고, 전화 통화만으로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는 ‘비대면 종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경찰이 책무 저버려”…입건 13일 만에 사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 청장은 27일 오전 제주경찰청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고인 두 분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을 겪고 계실 유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그 책무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가족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며 “제주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 청장은 도민과 국민에게도 사과하며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결과 역시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고 청장은 "큰 실망과 불안을 느꼈을 도민과 국민 여러분께도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도 어떠한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씨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A 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돼 구속됐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27일 청사에서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 장미란 씨 등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 대도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27일 청사에서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 장미란 씨 등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 대도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종결된 실종사건 31만건 다시 들여다본다

경찰은 최근 3년간 종결된 전국 실종사건 약 31만건에 대한 전수점검에 착수했다. 오는 11월까지 점검을 마치는 것이 목표다.

경찰은 이 가운데 허위 종결 가능성이 큰 비대면 종결 사건 등을 분류해 실종자의 실제 안전 여부와 사건 처리 과정의 적정성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부실하거나 부적정하게 처리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되면 즉시 재수사에 착수하고 시도경찰청에 보고하도록 했다. 시도경찰청도 매주 관할 경찰서의 종결 사건을 점검해 필요한 경우 재수사를 지시한다.

고 청장 역시 제주에서 처리된 모든 실종사건을 전면 재조사해 추가 과오가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전화 확인만으로 종결 금지…관리자 승인도 도입

지난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지난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경찰은 장 씨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해 수색이 중단된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실종사건 종결 절차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전화 통화 등으로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한 뒤 사건을 끝내는 비대면 종결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실종자가 멀리 있어 담당 경찰관이 직접 만나기 어렵다면 현재 소재지나 추정 소재지를 관할하는 경찰서가 대신 대면해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실종자가 경찰관과의 대면을 거부할 경우 행정복지센터나 소방 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직접 안전 여부를 확인한다.

형사과장 등 관리자의 종결 승인 절차도 새로 도입된다. 형사과장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대면 여부와 신원 확인 경위, 안전이 확보됐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 등을 검토한 뒤 사건 종결을 승인하게 된다.

경찰은 다음 달 중 시스템에 관리자 결재 기능을 추가한다. 기능 개발이 끝나기 전까지는 수기 대장으로 종결 사건을 관리한다. 사건 접수와 진행, 종결 단계별로 신고인에게 문자 등을 자동 발송하는 기능도 검토하고 있다.

종결률 매년 99% 이상…야간 1인 근무도 손본다

제주시 애월읍 제주서부경찰서 / 뉴스1
제주시 애월읍 제주서부경찰서 / 뉴스1

경찰은 기존 실종사건 처리 과정에 전화 통화만으로 안전을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하는 관행이 남아 있었다고 진단했다. 높은 종결률 탓에 일부 사건을 단순 가출이나 미귀가로 판단한 사례도 있었다고 봤다.

실제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접수된 사건의 종결률은 매년 99%를 넘었다.

전국 148개 실종전담팀 가운데 111개팀(75%)은 야간에 1명만 근무하고 있다. 경찰은 신고가 몰리면 부실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야간과 휴일에도 2명 이상 근무하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강력·형사팀 인력과 사무 분장도 조정한다. 매일 경찰서장 주관 점검회의를 열어 전날 접수된 실종신고 전체를 살피고, 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이 사건 종결의 적정성을 직접 점검할 방침이다.

경찰은 전수점검과 감찰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