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 세계 비자 심사 일시 중단…유학생·취업자 당장 비상
작성일
트럼프 행정부 '공적 부담' 심사 강화, 미국 이민 비자 면접 일정 조정
영주권 신청자 상반된 결정, 미국 이민 비자 심사 언제까지 미뤄질까
미국이 전 세계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진행하던 이민 비자 면접 일정을 일시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미국 국무부는 영사 담당자에 대한 ‘심층 교육’을 이유로 들었지만, 교육 내용에 미국 정부의 복지 지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 신청자를 가려내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규제가 한층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9월 새 학기와 입학 시즌을 앞둔 가운데 미국 영주권을 신청한 가족이나 취업을 통해 미국 정착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정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조치는 미국 비자 전체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이민 비자’ 면접 일정에 해당한다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유학·관광·출장 등 비이민 목적의 비자까지 모두 발급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갑자기 미뤄진 미국 비자 면접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25일(현지시각) 전 세계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비자 심사 강화와 관련한 교육을 시작하면서 비자 면접 일정이 조정된다고 밝혔다. 기존에 면접 일정이 잡혀 있던 신청자들도 일정 변경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가 밝힌 교육의 핵심은 영사 담당자들이 비자 신청자를 보다 종합적이고 일관된 기준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복지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은 신청자를 가려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쉽게 말하면 미국에 입국한 뒤 정부의 복지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외국인을 비자 단계에서부터 더 꼼꼼하게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다만 미국 국무부는 이번 교육이 정확히 언제까지 진행되는지, 각 국가의 면접 일정이 언제 정상화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기존 면접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신청자들은 새로운 일정이 정해지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민 비자’가 대체 뭐길래
이번 소식을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 비자의 종류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국 비자는 크게 이민 비자와 비이민 비자로 나뉜다.
‘이민 비자(immigrant visa)’는 미국에 영구적으로 거주하기 위해 받는 비자다. 이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뒤 영주권자로 정착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가족을 초청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며, 취업이나 투자 등을 통해 영주권을 받는 경우도 이민 비자에 해당한다.
반면 ‘비이민 비자(nonimmigrant visa)’는 미국에 영구적으로 정착하지 않고 일정 기간 머물기 위해 받는 비자다. 관광이나 출장에 이용하는 B1·B2 비자, 유학을 위한 학생비자,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취업비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따라서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이 전 세계 유학생과 관광객의 비자 발급을 모두 중단했다”고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다. 현재 확인된 조치는 이민 비자 면접 일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이 따지는 ‘공적 부담’이란
이번 조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이 ‘공적 부담(public charge)’이다.
공적 부담은 미국 이민법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외국인이 미국에 들어온 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복지나 지원에 의존해 생활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가리킨다. 미국 국무부는 비자 신청자가 미국 법과 규정에 따라 공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이민법상 공적 부담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단순히 현재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다. 나이와 건강 상태, 가족관계, 자산과 재정 상태, 교육과 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돼 있다.
최근 미국 국무부는 이민 비자 신청자에게 공적 부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별도의 보증 제도도 활용하고 있다. 국무부는 지난 5일 일부 이민 비자 신청자에게 ‘공적 부담 보증금(Public Charge Bond)’을 신청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시범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영사 담당자 교육은 단순한 행정교육을 넘어 앞으로 이민 비자 심사가 더욱 엄격해지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입국 전 차단’으로 확대되나
이번 조치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이민 관련 심사를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초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7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이민 비자 발급을 중단했던 기존 정책을 둘러싸고 법원과 충돌했다.
미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의 지넷 바르가스 판사는 지난 21일 국무부가 75개국 국민에 대한 이민 비자 발급을 일괄적으로 중단한 정책을 무효화했다. 법원은 국적만을 기준으로 이민 비자 발급을 막은 해당 정책이 국무장관에게 부여된 법적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해당 국가 출신 신청자들이 미국에서 공공복지에 의존해 미국 납세자에게 재정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국적을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비자 발급을 막는 방식이 미국 이민법의 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전 세계적인 면접 일정 조정은 이 같은 상황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이번 조치가 법원이 무효화한 75개국 비자 중단 정책을 그대로 되살린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존 정책은 특정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이민 비자 발급을 일괄 중단한 것이지만, 이번 조치는 전 세계 영사 담당자에 대한 교육을 이유로 면접 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유학생에게 당장 어떤 영향이 있나
한국에서 미국 유학이나 출장 등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소식에서 가장 먼저 자신의 비자 종류를 확인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번 조치는 현재 확인된 범위에서는 이민 비자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미국 대학이나 대학원 입학을 위해 학생비자를 신청하는 사람, 관광이나 단기 출장을 위해 비이민 비자를 신청하는 사람에게 이번 조치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미국 정부가 전반적인 비자 심사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비이민 비자 심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현재 국무부가 밝힌 공식적인 조치 범위를 넘어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되지만, 미국 입국 심사가 전반적으로 더욱 엄격해지는 흐름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에 영구적으로 정착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일정 지연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미 항공권이나 이사 비용, 변호사 비용 등을 지출한 상황에서 비자 면접 일정이 갑자기 바뀌면 미국 입국과 이주 계획 전체를 다시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돈 쓴 신청자들 “언제 다시 할지 몰라”
이번 조치에 대해 이민 관련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이민법률회사 프래고먼의 브라이언 시먼스 변호사는 많은 신청자가 비자 면접을 위해 이미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받았는데, 면접이 마지막 순간에 취소되고 재개 시점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을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이민 절차는 단순히 대사관에서 면접 한 번을 보는 것으로 끝나는 과정이 아니다. 신청자는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신청 수수료를 내며, 경우에 따라 신체검사나 추가 서류 제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 입국을 전제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거주지를 정리하는 경우에는 비자 일정이 며칠 또는 몇 주만 밀려도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이민 문턱, 더 높아질까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뿐 아니라 합법적인 이민 절차에서도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정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관광·상용 비자로 미국에 들어온 뒤 망명을 신청했거나 신청을 준비 중인 외국인의 비자를 대규모로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또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를 둘러싼 비용 부담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H-1B는 미국 기업이 외국인 전문인력을 고용할 때 활용하는 대표적인 취업비자다. 따라서 이 제도와 관련한 비용 상승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취업을 준비하는 외국인에게도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은 미국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를 단속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미국에 들어오기 전 비자 심사 단계에서부터 대상자를 선별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
이번 전 세계 이민 비자 면접 일정 조정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국무부가 밝힌 공식 이유는 영사 담당자에 대한 심층 교육이며, 현재로서는 교육 종료 시점과 면접 일정 정상화 시점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