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 장미란 씨 사건 담당했던 경찰, 다른 실종자 발견했다고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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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받은 경찰관에게 왜 계속 표창을 줬나

장미란씨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로 구속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이 사건 발생 불과 두 달 전 ‘실종자 발견’ 공로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 과거 가정폭력과 관련해 감찰조사를 받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이력까지 드러나면서, 개인의 비위뿐 아니라 경찰의 포상과 인사관리, 내부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26일 파이낸셜뉴스 단독보도다.

이날 제주경찰청이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A경장은 지난 6월 26일 ‘실종 치매 노인 발견 유공’으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장미란씨가 실종된 것은 5월 12일이고, 가족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은 5월 15일이다. 경찰이 현재 A경장에게 적용한 혐의에 따르면 그는 장씨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거짓말하고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표창을 받은 시점은 장씨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뒤 약 한 달 반이 지난 때였다.

지난 25일 구속된  A 경장 / 뉴스1
지난 25일 구속된 A 경장 / 뉴스1

실종자 발견 공로로 잇달아 받은 표창

A경장이 실종자나 자살기도자 발견을 이유로 표창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해 9월 ‘자살기도자 신속 발견 유공’으로 제주서부경찰서장 표창을 받았다. 또 2024년에는 특수절도 피의자 검거 유공으로 제주경찰청장 표창을 받았고, 2021년에는 경찰행정발전 유공으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2020년에는 지역 맞춤형 치안활동을 통한 범죄예방 유공과 치안성과 실적 우수 등을 이유로 각각 표창을 받은 기록이 있다.

최근 10년간 상훈 내역만 모두 10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말 정기표창과 경찰의 날 기념 표창 등도 포함됐다. 즉, A경장은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실종자 발견과 범죄 예방, 피의자 검거 등에서 여러 차례 성과를 인정받은 경찰관이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담당한 장씨 실종사건에서는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과거 감찰 및 징계 관련 이력이다.

제주경찰청이 제출한 최근 10년간 징계 관련 조사·처리 내역에는 A경장이 지난해 3월 가정폭력과 관련해 감찰조사를 받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사실이 기재돼 있다. 현재는 장씨 실종사건 허위 종결 의혹뿐 아니라 여자화장실 출입과 관련한 별도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과거 감찰조사나 징계위원회 회부 사실만으로 이후 발생한 사건의 책임을 판단할 수는 없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과거 이력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관리 정보가 경찰관의 업무 배치와 포상 과정에서 어떻게 검토됐는지에 있다.

장미란 씨 시신이 발견된 야자숲 인근 / 뉴스1
장미란 씨 시신이 발견된 야자숲 인근 / 뉴스1

장미란 씨 사건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나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15분께 제주에 머물던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의 휴대전화는 이후 전원이 꺼졌고, 전원이 꺼질 때까지 별도의 추가 통화나 위치 변화도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인된 휴대전화 기록 등을 토대로 장씨가 숙소를 나선 당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 사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장씨의 가족이 5월 15일 실종 신고를 했을 당시 사건을 담당한 A경장은 신고자에게 장씨와 연락이 닿았으며 장씨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뒤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경찰이 장씨와 A경장 사이의 통화나 대면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A경장은 수사 과정에서도 장씨와 연락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유지하며 허위 종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두 사람의 통화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고, 경찰은 장씨가 A경장과 연락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를 찾지 못한 상태다.

A경장은 장씨의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상 자료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시스템에서 장씨의 사건을 해제하면서 ‘교통사고 사상자’에 해당하는 코드를 입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실종자의 인적 사항과 신고 내용 등을 관리하고 경찰의 수색 및 발견 업무에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단순히 종이 서류 하나를 잘못 작성한 것과 달리, 실제 실종자를 관리하는 전산 기록을 허위로 입력하거나 삭제했다면 이후 다른 경찰관이 사건을 확인하거나 수색을 이어가는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다른 실종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종결

A경장의 문제가 장씨 사건 하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달 2일 접수된 60대 남성 B씨 실종 사건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경장은 B씨의 가족에게 실종자가 가족에게 자신의 소재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안내하고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A경장이 사건 종결 과정에서 ‘해당 실종자와 직접 통화했다’는 취지로 입력한 전화번호가 실제 B씨가 사용하던 전화번호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후 B씨에 대한 수색을 진행했고, B씨는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 역시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104일 만인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장씨가 머물던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시신의 신원과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유서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장씨가 숙소를 떠난 이후 휴대전화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이튿날 새벽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것이 A경장의 허위 종결 행위와 장씨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수사기관이 확인해야 할 핵심은 A경장이 왜 허위로 사건을 종결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수색과 확인 절차가 생략됐는지, 다른 사람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는지 등이다.

경찰이 전수조사에 나선 이유

이번 사건의 파장은 A경장 개인에 대한 수사에서 경찰 조직 전체의 실종사건 관리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A경장이 그동안 담당해 처리하고 종결한 실종 신고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장씨와 B씨 사건 외에 추가 허위 종결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다른 사건에 문제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전수조사가 중요한 이유는 실종사건의 특성 때문이다.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신고자의 진술과 실종자의 평소 생활관계, 휴대전화 위치정보, CCTV, 금융·교통 관련 자료 등을 종합해 소재를 확인한다. 특히 실종자가 위험에 처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초기 수색과 정보 확인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CCTV 영상이 삭제되거나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되는 등 추적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종 사건의 ‘종결’은 단순히 담당 경찰관이 더 이상 사건을 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실제로 실종자가 발견됐거나 신고 내용상 실종 상태가 해소됐다는 객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서는 담당 경찰관이 실제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를 놓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고개 숙인 경찰 지휘부 / 뉴스1
고개 숙인 경찰 지휘부 / 뉴스1

‘표창을 어떻게 줬나’도 핵심 쟁점

A경장의 표창 이력이 공개되면서 경찰의 포상 체계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찰 표창은 단순한 격려에 그치지 않고 인사와 조직 내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때문에 표창 대상자를 선정할 때 해당 경찰관의 업무 성과뿐 아니라 징계·감찰 관련 사항 등을 어느 범위까지 확인하고 반영하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A경장이 지난해 가정폭력 관련 감찰조사를 받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이력이 있었음에도 이후 여러 차례 표창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만큼, 포상 대상자 검증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반영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감찰이나 징계위원회 회부가 곧바로 모든 표창을 제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구체적인 징계 처분 내용과 표창 당시 적용된 기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박수민 의원은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방치한 경찰관이 불과 두 달 전 실종자 발견 경찰청장 유공표창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경찰의 포상과 관리감독, 비위 검증 체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A경장은 지난 22일 긴급체포된 뒤 체포적부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24일 석방됐다. 그러나 제주지법은 25일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를 영장 발부 사유로 들었다. A경장은 현재도 장씨와 연락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유지하며 허위 종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