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하나 가격이 이 정도? 차라리 "치킨 먹겠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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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값 1만5000원 시대, 소비자 분노의 배경은?
제분업체 담합과 인건비…빵값 폭등의 진짜 이유

빵 하나 가격이 1만5000~1만6000원에 달하는 사진이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몇 개를 골라도 큰 부담 없이 계산하던 빵이 이제는 한 개 가격부터 만만치 않아지면서 ‘빵값이 왜 이렇게 비싸졌느냐’를 둘러싼 관심도 커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에서 시작됐다. 작성자는 ‘빵집 가격 이게 맞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1만5000원과 1만6000원이 표시된 빵 가격표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작성자는 해당 가격을 두고 “저걸 누가 사 먹느냐”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

게시물은 빠르게 퍼졌다. 하루 만에 조회수 약 7만5000회를 기록했고 댓글도 100개 넘게 달렸다. 소비자들은 빵 한 개에 지불하기에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반응을 잇달아 내놨다.

“조금만 더 보태면 치킨을 먹겠다”, “두 개 가격이면 홀케이크를 살 수 있겠다”, “앞에 1자를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대표적이었다. 빵을 간식이나 간단한 식사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1만원을 넘어 1만5000원 이상을 지불하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최근 제과점에서 판매되는 빵 가격 자체가 전반적으로 올라 예전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개의 빵을 구매하면 계산 금액이 몇만원에 이르는 경우가 흔해진 만큼, 특정 제품의 가격만 놓고 유난히 비싸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이번 논란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특정 빵의 가격 자체뿐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평소 자주 구매하던 빵을 바라보는 가격 기준이 그만큼 달라졌다는 점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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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빵값,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

국내 베이커리 가격이 높아졌다는 소비자들의 체감은 관련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삼일PwC가 올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베이커리 가격지수는 138로 조사됐다.

같은 기준에서 일본과 미국은 각각 126, 프랑스는 120이었다. 비교 대상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베이커리 가격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국가마다 임금과 임대료, 유통 구조, 원재료 조달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지수만으로 어느 나라의 빵이 비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이 실제 매장에서 느끼는 ‘빵값 부담’이 단순한 심리적 착각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로 볼 수 있다.

실제 대형 베이커리 업체들도 올해 가격을 잇달아 조정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5일부터 빵 86종과 케이크·디저트 41종 등 총 127종의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미 높아진 가격에 다시 인상분이 더해지는 만큼 체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빵은 외식처럼 큰돈을 쓴다는 생각보다는 간식이나 아침 식사 대용으로 가볍게 구매하는 품목이라는 인식이 강해 가격 상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밀가루 가격 74% 오른 기간…제분업체 담합도 적발

빵값 상승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밀가루 가격이다. 빵의 기본 원료 가운데 하나인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제빵업체의 제조원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제분업체들의 장기간 담합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밀가루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공정위는 지난 5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제분업체 7곳이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 동안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을 담합했다고 발표했다.

담합은 여러 사업자가 서로 경쟁하는 대신 가격이나 공급량 등을 사전에 협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불리한 가격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엄격하게 규제된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에 총 67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관련 거래 규모는 약 6조원으로, 담합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담합이 이뤄진 기간 밀가루 가격은 최대 74%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밀가루는 빵뿐 아니라 라면과 과자 등 다양한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만큼 밀가루 가격의 변화는 여러 가공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제분업체들의 출고가격이 최대 8.2% 내려간 것으로 나타나면서 담합이 실제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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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원했는데도 가격 인상 논의

당시 정부 역시 밀가루 가격 상승에 따른 식품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원책을 시행했다. 정부는 2022년 하반기 물가 안정을 위해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80%를 지원했고, 관련 지원금으로 약 471억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는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기 전에 가격 인상 합의를 실행하는 방안까지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원한 상황에서도 업체들의 가격 인상 논의가 있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재 판매되는 빵 가격이 모두 제분업체 담합 때문에 높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빵의 최종 판매가격에는 밀가루 외에도 수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밀가루만의 문제가 아니다…버터·계란부터 인건비까지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는 밀가루 하나가 아니다. 버터와 설탕, 계란, 우유, 크림, 치즈, 견과류, 과일 등 제품에 따라 다양한 원재료가 들어간다.

특히 버터와 크림 등을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일반적인 식빵이나 단순한 빵보다 원재료비가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제품을 만들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직원들의 인건비도 포함된다.

매장 임대료 역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나 대형 상업시설에 입점한 매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비용, 제품을 포장하는 비용, 물류비까지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베이커리는 특히 인건비의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빵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 포장하는 제품도 있지만, 매장에서 반죽하고 굽고 장식하는 제품의 경우 사람의 작업이 상당 부분 필요하다.

따라서 밀가루 가격이 안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빵 가격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빵값에는 이미 다양한 비용 구조가 함께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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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올랐으니 어쩔 수 없다”로 끝나지 않는 이유

그렇다고 모든 가격 인상을 소비자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이 상승하면 제품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뿐 아니라 실제로 어떤 비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그 비용 상승분이 판매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빵 하나가 1만5000원 또는 1만6000원에 판매되는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빵집에서 여러 제품을 골라 담은 뒤 계산해도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제품 하나의 가격이 식사 한 끼와 비교되는 수준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이 돈이면 치킨을 먹겠다”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런 소비자들의 가격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소비자는 빵의 원가 구조를 일일이 계산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돈으로 다른 음식을 구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만족도와 비교해 가격을 판단한다.

빵 한 개에 1만6000원을 지불하는 대신 치킨이나 다른 외식을 선택할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는 자연스럽게 ‘이 빵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가 보는 것은 ‘계산대 가격’

이번 논란은 단순히 비싼 빵 하나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사건으로만 보기 어렵다. 밀가루 담합이라는 공급 단계의 문제부터 각종 원재료와 인건비, 임대료 등 판매 단계의 비용까지 빵 가격을 둘러싼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례이기 때문이다.

제분업체 담합이 확인됐다고 해서 모든 빵 가격의 상승 원인을 담합으로 돌릴 수는 없다. 반대로 원재료와 인건비 등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부담을 가볍게 볼 수도 없다.

소비자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보이는 것은 결국 가격표다. 1만5000원, 1만6000원이라는 숫자가 붙은 빵을 보고 ‘차라리 다른 음식을 먹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빵이 더 이상 모든 소비자에게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저렴한 간식으로만 인식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 빵 가격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원재료 가격뿐 아니라 유통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시장 경쟁 구조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살펴져야 한다. 소비자들 역시 가격이 오른 제품을 무조건 구매하기보다 제품의 크기와 재료, 가격을 비교해 선택하는 방식을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