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칼럼] 제주도 실종 사건은 왜 ‘찾지 않고 종결’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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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종결로 무너진 안전망, 경찰의 기본 책임은?
298건 실종 신고 처리의 진실, 시스템 전체 검증 필요

뉴스를 접하고 한동안 화면을 넘기지 못했다. 제주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소식은 들으면서도 눈을 의심할 만큼 서늘했다. 누군가의 가족이 사라져 도움을 청했지만, 경찰은 실제 안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본인과 연락이 닿았다”는 거짓 기록으로 사건을 종결해 버렸기 때문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해당 경찰관이 약 1년 5개월 동안 담당해 처리·종결한 실종 신고가 총 298건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298건 전체가 허위로 종결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며, 경찰은 추가 허위 종결 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제주도 실종 사건에서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그 숫자 뒤에 숨겨진 구체적인 삶들이었다. 37세 장미란 씨의 실종 신고 당시, 경찰은 접수 약 2시간 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자료까지 삭제했다. 가족이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경찰서를 찾아가 재신고하면서 뒤늦게 수색이 재개됐지만, 초기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었던 CCTV 영상 상당수는 이미 보존 기간이 지나 사라진 뒤였다. “연락이 닿았다”며 사건을 덮었던 60대 남성 역시 유족의 호소 끝에 수색이 재개됐으나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적어도 그가 실종된 뒤 안전을 확인하고 수색해야 했던 시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나 역시 늦은 밤 혼자 길을 걷거나 뜻밖의 위험을 마주할 때면, 최후에는 국가의 시스템이 나를 찾아줄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어왔다. 하지만 그 믿음이 누군가의 거짓 기록 한 줄로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허탈함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

논란이 터진 후 경찰은 그제야 담당자 단독 종결을 막고 ‘관리자 최종 승인’ 절차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를 변화의 시작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안도감보다 “이제야?”라는 허탈함이 먼저 밀려왔다. 사람의 생사가 걸린 실종 사건에서 최소한의 이중 검증 장치조차 지금까지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사라짐을 종결하는 데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것은 특별한 대책이 아니라 애초에 갖춰져 있어야 할 기본이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해당 경찰관 한 명의 일탈로만 끝낼 수 없다. 한 사람이 1년 넘게 298건의 실종 신고를 담당해 처리·종결하는 과정에서, 왜 아무도 이를 들여다보지 않았는지, 허위로 입력된 정보가 어떻게 시스템 안에서 반복적으로 통과할 수 있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물론 298건 모두가 허위 종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찰이 현재 전수조사에 나선 만큼, 이번 사건은 확인된 몇 건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의 처리 과정 전체를 다시 검증해야 하는 사안이 됐다. 한 사람의 잘못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종 신고를 받았다면 실제로 확인하고, 찾지 못했다면 아직 찾지 못했다고 기록하는 것. 누군가의 생사가 걸린 사건을 업무 편의에 따라 덮지 않는 것. 시민이 경찰에 기대하는 것은 대단한 활약이 아니라 이토록 당연하고 기본적인 책임이다.

나는 이번 사건 이후 ‘내가 사라졌을 때 정말 누군가는 나를 찾고 있을까’라는 훨씬 현실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됐다. 누군가가 사라졌을 때 전산상 ‘종결’이라는 글자가 남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실제로 무사한지 확인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당연한 순서가 뒤바뀌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실종자를 ‘찾았다’는 기록이 아니라, 실제로 그 사람이 무사한지 끝까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시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나는 그것이 무너진 안전망을 다시 세우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