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만평] 경찰의 복사기, 검찰의 눈가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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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 실적 위해 사건 쪼개고 죄명 왜곡...경찰 신뢰 추락
성과평가 연동 구조가 부른 통계 조작...경찰개혁 시급

위키트리 유튜브 '위키만평'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에 이어 일선 경찰서에서 검거 실적을 높이기 위해 사건 숫자나 죄명을 왜곡했다는 의혹까지 잇따르면서 경찰의 사건 처리와 범죄통계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경북 구미경찰서의 이른바 ‘사건 쪼개기’가 논란이 됐다. 한 마트 직원이 1월부터 3월까지 같은 사업장에서 51차례에 걸쳐 약 75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사건을 경찰이 51개의 사건번호로 각각 처리해 검찰에 송치한 것이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이를 그대로 접수할 경우 사건 건수를 부풀린 처리를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접수를 취소했다. 경찰은 이후 사건을 2건으로 다시 정리해 재송치했다. 다만 실제 목적이 검거 실적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경북경찰청이 처리 관행을 점검할 예정이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서는 더 구체적인 통계 변화가 확인됐다. 지난 4월 지역경찰 교육에서 택배 절도 사건을 경우에 따라 점유이탈물횡령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 뒤, 교육 전 110일 동안 1건에 불과했던 택배 점유이탈물횡령 사건이 이후 104일간 20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택배 절도는 44건에서 13건으로 감소했다. 이 가운데 최종적으로 점유이탈물횡령이 인정된 사례는 1건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실적을 염두에 둔 지시였는지 감찰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에서는 실종자의 생사나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이 구속됐다. 해당 경찰관은 장미란씨와 연락했다고 신고자에게 허위 설명하고 관리 시스템의 자료까지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서장 등 지휘라인 4명을 대기발령하고 감찰에 착수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재명 대통령도 경찰 조직의 구조적 개혁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경찰의 기강 해이와 치안 현장의 무책임이 심각하다며, 향후 경찰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무총리실에 별도의 경찰개혁기구 구상을 지시했다.

개별 사건의 위법 여부와 동기는 추가 조사로 가려야 한다. 그러나 사건 건수와 죄명 분류가 조직 성과평가와 연결되는 구조에서 통계가 왜곡될 여지가 있는지, 수사권 확대를 앞둔 경찰에 외부 통제와 내부 감사 장치가 충분한지는 경찰개혁 논의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