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4개 다 비껴갔다고 좋아했는데…한숨 절로 나오는 날씨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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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4개 동시 발생, 모두 한반도 피해갔지만...
폭염·열대야로 돌아온 무더위, 언제까지 계속될까?

서태평양에서 한꺼번에 발생했던 태풍 4개가 결국 모두 한반도를 피해 지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태풍 걱정을 덜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건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없는 늦더위였다. 25일 기상청 발표를 종합하면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태풍은 피했지만 이중 열돔에 갇혀 마냥 반가워할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25일 오후 기준, 제18호 태풍 사우델 위성 사진 / himawari8
25일 오후 기준, 제18호 태풍 사우델 위성 사진 / himawari8

태풍 4개, 결국 다 한반도를 비껴갔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오후 3시 기준 제18호 태풍 '사우델', 제19호 태풍 '나라', 제21호 태풍 '앗사니'가 동시에 이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앞서 발생했던 제20호 태풍 '개나리'까지 더해지면서 한때 태풍 4개가 서태평양 곳곳에서 동시에 세력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사우델의 세력이 가장 두드러진다. 25일 오후 3시 기준 중심기압 950hPa, 최대풍속 초속 43m, 강도 3의 규모로 일본 오키나와 동쪽 약 230km 부근 해상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강도 4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한 사우델의 예상 경로를 보면 27일 오후 3시에는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약 340km 부근 해상을 통과하고, 28일 오후 3시에는 중국 푸저우 인근 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사우델이 이르면 이번 주 금요일쯤 중국 남부에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다.

25일 오후 4시 기준 제18호 태풍 사우델 예상 경로 / 기상청 제공
25일 오후 4시 기준 제18호 태풍 사우델 예상 경로 / 기상청 제공

19호 태풍 나라는 이미 힘이 상당히 빠진 상태다. 25일 오후 3시 기준 중국 잔장 남서쪽 약 300km 해상에서 중심기압 994hPa, 최대풍속 초속 21m, 강도 1의 규모로 북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26일 오후 3시께는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것으로 예보됐다.

24일 오전 9시 발생한 21호 태풍 앗사니는 더 빨리 힘을 잃었다. 25일 오전 3시 기준 괌 북서쪽 약 890km 해상에서 중심기압 998hPa, 최대풍속 초속 18m, 강도 1의 규모로 북진하던 앗사니는 같은 날 오전 9시를 기해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20호 태풍 역시 비슷한 시기에 열대저압부로 세력이 꺾인 것으로 전해졌다.

태풍 4개가 잇따라 몸집을 키웠던 것과 달리, 결과적으로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준 태풍은 하나도 없었다. 세력이 약해져 소멸 수순을 밟았거나, 남은 태풍들도 한반도 남쪽에 자리 잡은 북태평양고기압에 막혀 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상청 예보분석관 최슬이는 이와 관련해 "북태평양고기압은 여름철 무더운 날씨의 원인으로 최근 우리나라는 이 고기압 영향 아래 더운 날이 이어졌다. 당분간 이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되는 뜨겁고 습한 공기로 인해 매우 무덥겠다"고 설명했다.

25일 오후 기상위성에 포착된 제18호 태풍 사우델, 제19호 태풍 나라, 제21호 태풍 앗사니 / 기상청
25일 오후 기상위성에 포착된 제18호 태풍 사우델, 제19호 태풍 나라, 제21호 태풍 앗사니 / 기상청

태풍 대신 찾아온 건 폭염과 열대야

태풍이 비껴간 자리를 채운 건 다름 아닌 무더위였다. 지난밤에도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 서울과 인천의 최저기온은 26.1도까지만 떨어졌고, 강원 속초도 27.2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영남과 호남권 역시 밤 최저기온이 27도를 웃도는 곳이 많았다.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자리 잡은 데다 남쪽에서 후텁지근한 바람까지 불어오면서, 낮은 물론 밤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고 있다.

폭염특보는 강원 산간을 제외하고 사실상 전국에 내려진 상태다. 서울 동쪽 지역과 오산·평택·양평 등 경기 일부, 경북 대부분 지역, 대구, 울산, 광주 등에는 한 단계 더 높은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충청과 남부지방에는 폭염경보, 중부 대부분 지방에는 폭염주의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기온도 평년치를 크게 웃돈다. 평년 최저기온은 19~23도, 최고기온은 26~30도 수준이지만, 25일 낮 최고기온은 31~36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주요 도시별 최고기온을 보면 서울과 수원이 32도, 인천이 31도, 강릉·대전·세종이 34도, 광주·대구·울산·부산이 35도, 제주가 34도로 예상됐다. 경북 포항과 경남 양산은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치솟아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지역으로 꼽혔다. 실제로 전날 부산과 합천에서는 자동기상관측장비 기준 36.9도가 관측되기도 했다.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2~3도가량 더 높게 느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에서는 지난밤에도 열대야가 이어진 가운데, 밤사이 식지 않은 열기에 낮 볕까지 더해지며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날씨 변수가 되는 안개와 해상 상황도 짚어볼 만하다. 25일 아침까지 전북 내륙에는 가시거리 200m 미만의 짙은 안개가 꼈고, 그 밖의 내륙과 서해안에도 가시거리 1km 미만의 안개가 낀 곳이 있었다. 해상에서는 남해동부바깥먼바다와 제주남쪽바깥먼바다에 이날 오전까지, 제주남쪽안쪽먼바다에는 밤부터 시속 30~70k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면서 물결이 2.0~4.0m로 높게 일어 풍랑특보가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미세먼지는 전 권역이 '좋음'에서 '보통'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25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시민들이 뙤약볕을 피해 쿨링포그(안개형 냉각 장치) 주변을 지나고 있는 모습 / 뉴스1
폭염특보가 발효된 25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시민들이 뙤약볕을 피해 쿨링포그(안개형 냉각 장치) 주변을 지나고 있는 모습 / 뉴스1

26일부터 비 소식…그래도 더위는 여전

이런 가운데 25일 수도권과 강원을 중심으로 소나기가 내려 습도까지 높아지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까지 수도권과 강원도 일부 지역에, 충청북부에는 오후 6시까지 소나기가 예보됐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북동부와 강원북부내륙·산지가 5~60mm, 서울·인천·경기와 강원중·남부내륙·산지가 5~40mm, 강원중·북부동해안이 5~20mm, 충남북부·충북북부가 5~30mm 수준이다.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하는 곳도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비나 소나기가 지나가는 동안에는 기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지지만, 비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다시 기온이 오르며 후덥지근한 날씨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수요일에는 비의 영향권이 좀 더 넓어질 전망이다. 기상청 날씨 예보에 따르면 26일 수요일 아침부터 오후 사이 기압골의 영향으로 수도권 북부와 강원 북부 내륙, 산지를 중심으로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5~20mm 수준으로 전해졌다. 다만 비가 내려도 더위가 크게 꺾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26일 전국 낮 기온도 33도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목요일부터는 기온이 조금씩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층의 열기가 점차 수축하면서 그 빈자리로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오고, 흐린 날씨 속에 비구름이 자주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흐름이 나타나더라도 평년보다 더운 날씨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이번 주 후반까지는 무더위와 열대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모습 / 뉴스1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모습 / 뉴스1

태풍이 비껴간 이유, 그리고 가을 태풍 경계령

올여름 태풍이 유독 자주 만들어지고도 한반도를 비껴간 데는 이유가 있다. 한여름 내내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이중 열돔'이 태풍의 북상 길목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태풍들은 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이나 일본 쪽으로 방향을 틀며 한반도를 피해 갔다.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이자 YTN 재난자문위원인 강남영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고기압 배치를 꼽았다. 그는 "주류 고기압들의 세력은 주로 동편으로, 동태평양 쪽으로 많이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태풍이 만들어지는 서태평양 지역에는 크게 막아설 것 없는 방해할 것 없는 그런 고기압들에 이제 간섭 없이 곳곳에서 태풍들이 많이 생겨난다"라고 말했다. 서태평양을 가로막는 세력이 마땅치 않다 보니 태풍이 잇따라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태풍 발생 빈도는 예년을 크게 웃돈다. 지금까지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모두 21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8개 많은 수치이자, 2023년과 2024년 같은 시점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평년 한 해 평균 태풍 발생 개수가 25.1개인 점을 감안하면, 8월 시점에 이미 평년치의 80%가 채워진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태풍이 많이 만들어졌음에도 지금까지는 한반도를 직접 겨냥한 태풍이 없었지만, 가을로 접어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점차 수축하면서 태풍이 지나는 길목 자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태풍의 에너지원인 바다 수온도 여전히 30도 안팎으로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바다는 육지보다 천천히 식는 특성이 있어, 가을철에도 태풍이 발달하기에 충분한 고수온 환경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평년 기준으로도 9월 이후에 발생하는 태풍이 11개를 넘는다. 태풍이 지나갈 수 있는 길목과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원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여름철 태풍을 무사히 넘겼다고 방심하기보다는 가을 태풍에 대한 경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