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이러다 먹거리까지 사라진다…폭염이 바꾼 대한민국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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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갈치 어획량 3년 새 절반 가까이 감소…사과·배 재배지도 축소
폭염·아열대화에 고령화까지 겹쳐…대한민국 식량 생산 기반 흔들

사상 최고 수준의 폭염이 이어진 올여름에도 농어촌에서는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한 노동이 계속됐다. 그러나 뜨거워진 바다에서는 기존 어종이 줄고 육지에서는 사과와 배, 여름 배추 등 익숙한 작물의 재배지가 축소되고 있다. 여기에 농어촌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까지 겹치면서 기후변화가 단순한 날씨 문제를 넘어 식량 생산 기반을 흔드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25일 방송되는 KBS 1TV ‘시사기획 창’ 560회 ‘땡볕 아래’에서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국내 농어촌의 현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기상청은 21세기 말 강원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제작진은 지난 7~8월 전국 농어촌 현장을 찾아 기후변화로 달라진 어장과 농지, 고령화로 사람이 사라지고 있는 생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제주 갈치 어획량 절반 가까이 감소…바닷속에는 열대어 급증

제주 연안에서 채낚기로 갈치를 잡는 어민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어획량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방송에서 만난 한 갈치 어선의 어획량은 3년 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잡히는 갈치는 감소했지만 배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기름값과 외국인 선원 인건비 등 비용은 오르면서 조업을 해도 적자를 보는 날이 늘고 있다.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더 큰 변화는 바닷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제주 연안에서는 과거 흔하지 않았던 열대 산호와 열대성 물고기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새롭게 등장한 어종이 기존 어민들의 소득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갈치와 오징어 등 기존 어종을 중심으로 형성된 어업 구조에서 바다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는 오히려 생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측되는 아열대 지점도 제주에서 남해를 지나 울진과 강릉까지 점차 북상하고 있다.

제주 노지에 올리브…내륙 하우스에도 아열대 과일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변화는 바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주에서는 노지에서 올리브 나무를 재배하는 농가가 등장했고 내륙 시설하우스에서는 망고를 비롯한 아열대 과일을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는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했던 작물 재배가 기온 상승으로 점차 북쪽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오랫동안 국내 대표 농산물로 자리 잡아 온 사과와 배, 복숭아, 포도, 여름 배추 등은 상황이 정반대다. 기온과 강수 패턴 변화로 기존 주산지의 재배 여건이 나빠지면서 재배 가능 지역이 줄거나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작물 지도를 바꾸는 동시에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농산물 가격 변동성까지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민에게는 수확량 감소가, 소비자에게는 가격 상승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다.

사과·배·복숭아 재배지도 북상…흔들리는 ‘신토불이’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우리 땅에서 오랫동안 재배돼 온 작물이 기후 때문에 자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은 농업 생산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사과는 비교적 서늘한 기후가 필요한 작물로 꼽히는데 기온이 계속 상승할 경우 기존 주산지에서 안정적인 생산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배와 복숭아, 포도 등도 고온과 이상기후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고 여름철 대표 채소인 배추 역시 고랭지 재배 환경이 변하면서 생산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

방송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새로운 품종을 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짚는다. 농민들은 기존 시설과 재배 경험을 바꿔야 하고 소비자는 생산량 감소와 가격 급등을 반복적으로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에 맞춰 품종과 재배지를 바꾸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 농가 입장에서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되고 있다.

구룡포 어선 961척→406척…바다 떠나는 사람들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기후변화와 함께 농어촌이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사람이다. 포항 구룡포수협 관내 어선은 2000년 961척에서 2026년 406척으로 줄었다. 26년 사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다. 어획량 감소와 비용 상승으로 어업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배를 계속 운영하기 어려워진 어민들이 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남아 있는 어선의 뒤를 이어 운항과 조업 기술을 배울 젊은 인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젊은 선장이나 기관장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랜 경험이 필요한 어업 특성상 기존 종사자들이 은퇴한 뒤 기술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다면 어선이 있어도 조업 자체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농촌 40대 이하 경영인 5.5%…먹거리 생산할 사람이 없다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농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농업 현장은 70~80대 고령층이 상당 부분을 떠받치고 있지만 고령 농민들이 생산 현장에서 물러날 시기는 가까워지고 있는 반면 그 자리를 채울 젊은 농업인은 충분하지 않다. 40대 이하 젊은 농업 경영인은 전체의 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이 농촌을 떠나면서 노동력 부족은 이미 현실이 됐다. 일부 농가는 외국인 노동자나 농기계, 스마트팜 등으로 부족한 일손을 보완하고 있지만 모든 농어업 분야에 같은 방식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숙련이 필요한 농업과 어업에서는 사람의 경험과 기술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기후변화에 고령화까지…커지는 ‘식량 안보’ 우려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농어촌의 변화는 특정 지역의 생존 문제만은 아니다.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와 전쟁, 공급망 불안이 반복되면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필요한 식량을 언제든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다는 전제가 흔들릴 경우 국내 생산 기반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경지면적 감소와 농어촌 인구 고령화, 후계자 부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바다 수온과 기온 상승으로 기존 어종과 작물의 생산 환경까지 바뀌면서 국민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송은 기후변화에 맞춘 품종 개량과 재배지역 변화, 스마트팜과 무인화 등 대응책도 살펴보는 한편 기술만으로 농어촌의 인력 부족과 지역 소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도 짚는다.

“앞으로 누가 생산하나”…농어촌이 던진 질문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예고편. / KBS 제공

기후변화로 생산 환경이 달라지고 농어민까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결국 남는 질문은 누가 앞으로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할 것인가이다. 어민들은 잡히는 어종이 바뀌는 바다에 적응해야 하고 농민들은 익숙했던 작물 대신 새로운 품종과 재배 방식을 고민해야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사람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시사기획 창’은 기록적인 폭염 속 농어촌 현장을 따라가며 기후변화와 지역 소멸,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농어업이 지속 가능한 생산 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KBS 1TV ‘시사기획 창-땡볕 아래’ 편은 25일 오후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