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넷플릭스에?”…초호화 캐스팅 뭉친 이창동 감독 신작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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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귀환, 이창동이 던지는 사랑의 질문
계층이 충돌할 때, 두 부부에게 일어나는 일
영화 ‘버닝’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잡았다. 전도연과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라는 좀처럼 한 작품에서 보기 어려운 배우들까지 뭉치면서 공개 전부터 세계 영화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작품의 정체는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이다.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촬영을 계기로 만나 감춰왔던 욕망과 관계의 균열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버닝’ 이후 8년…영화제부터 반응한 이창동 신작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이 2018년 ‘버닝’ 이후 8년 만에 내놓는 장편 영화다. 신작을 기다려온 시간만큼 세계 유수 영화제도 일찌감치 작품을 주목했다.
영화는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쟁한다.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도 이름을 올리며 공개 전부터 작품성을 향한 기대를 높였다.
이 감독은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가능한 사랑’은 제목 그대로 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남녀 사이의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이 살아가며 경험하는 여러 형태의 사랑을 다룬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지, 또 그 사랑을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사랑을 낭만적인 감정으로만 그리는 대신 위기에 놓인 삶을 버티게 만드는 힘으로 바라본 셈이다.
해고 노동자 부부와 부유한 부부의 위험한 만남
영화의 중심에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두 부부가 있다.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는 미옥은 해고된 남편 호석, 열 살 난 아들과 함께 살아간다. 호석은 파업 진압 과정에서 겪은 일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전도연이 미옥을, 설경구가 호석을 연기한다.
두 사람은 호석의 옛 직장 동료 장례식장에서 해고 노동자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와 그의 부유한 남편 상우를 만난다. 예지는 조여정, 상우는 조인성이 맡았다.

예지는 미옥 부부에게 인터뷰를 제안한다. 호석은 과거의 상처를 다시 꺼내는 일을 꺼리지만 미옥은 촬영에 응한다. 다큐멘터리 작업이 계속될수록 예지는 미옥과 가까워지려 하고, 미옥은 그런 예지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을 느낀다. 예지는 굳게 닫힌 호석의 마음을 열기 위해 두 가족이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자고 제안한다. 네 사람은 서해안에 있는 상우의 별장으로 향하고,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감춰왔던 감정과 욕망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겉으로는 사랑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지만 두 부부의 계층 차이와 삶의 방식,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이 충돌하면서 관계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출연 이유는 ‘이창동’

‘가능한 사랑’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캐스팅이다. 전도연은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밀양’ 이후 19년 만에 이창동 감독과 다시 만났다. 그는 출연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로 이 감독의 연출을 꼽으며 시나리오를 읽은 뒤 강렬한 여운이 남았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박하사탕’과 ‘오아시스’에 이어 세 번째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다. 이 감독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꼽히는 그는 경력이 쌓인 지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도연과 설경구가 부부를 연기하는 것도 이번이 세 번째다. 오랜 시간 서로를 지켜본 두 배우는 그동안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실제 부부처럼 자연스러운 호흡을 완성했다.
조인성과 조여정은 처음으로 이창동 감독의 작품에 합류했다. 조인성은 이 감독의 영화를 오랫동안 좋아했다며 작업 자체가 배움이자 영광이었다고 돌아봤다. 조여정은 시나리오를 읽은 뒤 여운이 길게 남았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3일 정도 여운을 담고 있었다”며 “당연히 이창동 감독님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창동 감독은 물론 전도연·설경구·조인성과 함께할 기회라는 점도 선택에 힘을 보탰다.
투자 난항 끝 넷플릭스로…극장에서 먼저 만난다

‘가능한 사랑’의 시작은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감독은 한 대기업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를 계기로 해고 노동자의 삶을 다룬 시나리오를 집필했지만 영화화 직전 제작을 중단했다.
이후 여러 방식으로 작품을 되살리려 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2022년에는 전도연이 출연한 단편 ‘심장소리’를 통해 이야기의 일부를 먼저 선보였다. 장편 영화로 다시 태어난 결정적인 변화는 또 다른 부부의 등장이다. 해고 노동자 부부와 전혀 다른 조건에서 살아가는 부부를 한 공간에 불러들이면서 노동과 계층, 욕망과 사랑이 충돌하는 현재의 이야기가 완성됐다.
이 감독은 특정 기업의 정리해고 사건을 재현한 영화로만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규모 해고는 경제적인 피해에 그치지 않고 평범한 사람의 삶과 정체성까지 바꾸며, 기술 발전으로 노동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이 문제를 이야기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당초 극장용 영화로 기획된 ‘가능한 사랑’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표류하다 넷플릭스를 만나 제작될 수 있었다. 이 감독은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작품을 신뢰했으며 제작 과정에서도 별도의 간섭이나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영화지만 관객과는 극장에서 먼저 만난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9월 23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