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일 만에 발견된 '제주 실종' 장미란씨 시신, 경찰 “추정 사망원인은…”

작성일

제주에서 실종된지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씨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37)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실종 104일 만인 지난 24일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검안 결과, 아직까지 타살 의심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극단적 선택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서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씨. 시신 발견 현장에서 수습 중인 경찰 관계자들 / 연합뉴스
제주서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씨. 시신 발견 현장에서 수습 중인 경찰 관계자들 / 연합뉴스

야자수농장서 발견된 시신, 유류품은 일치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10시46분께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합동 수색을 벌이던 경찰이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육안으로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태였지만, 실종 당시 장씨가 착용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의류와 금팔찌, 휴대전화 등 유류품이 함께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장씨가 장기 투숙하던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으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장씨는 지난 5월12일 오후 10시15분께 이 숙소를 나선 뒤 인근 CCTV에 포착된 것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끊겼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시신 상태로 미뤄 범죄 피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부패가 심해 외상 흔적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범죄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식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신원과 사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의 실종신고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인근에 25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의 실종신고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인근에 25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연락 닿았다" 거짓말한 경찰관, 사건 종결하고 기록까지 삭제

장씨가 실종되자 함께 지내던 연인은 같은 달 15일 오후 6시43분께 제주서부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러나 신고를 접수한 A 경장은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장씨와 연락이 닿았고 무사하다"며 "다만 장씨가 연인 등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 경장은 신고 접수 약 2시간30분 만인 그날 오후 9시16분께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실종자 관리를 위한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돼 있던 장씨 관련 자료까지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삭제 행위가 장씨의 사망을 뜻하는 '변사'로 입력했을 가능성까지 두고 수사하고 있다. A 경장의 사건 종결로 당시 112 신고를 받고 한림항 일대에 출동해 수색하던 인력도 모두 철수하면서 수색은 전면 중단됐다.

장씨 연인은 이후에도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달 17일 다시 신고를 시도했지만, A 경장이 남겨둔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라'는 기록 때문에 접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장씨 가족이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재신고를 하면서 수색이 재개됐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근거로 장씨가 마지막으로 한림항 일대 기지국 통신 범위 안에 있었던 것으로 보고 이달 초부터 해당 구역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여왔다.

제주시 한림읍 모 초등학교 인근 야자수밭에서 실종된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감식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제주시 한림읍 모 초등학교 인근 야자수밭에서 실종된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감식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밝힌 장미란씨 추정 사인…"아직까지 타살 의심 흔적 없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장씨의 신원 확인 여부를 묻는 질의에 "현재까지는 추정"이라며 "옷과 슬리퍼, 휴대전화가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공식 부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야 하는데 최대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범죄 피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근거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제주경찰청장에게 보고받은 바로는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타살을 의심할 만한 흔적이 없다는 뜻인지 묻자 "아직까지는 그렇다"고 답했다.

유 직무대행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제주 실종사건 수사와 관련해 우려를 끼쳐드린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 전반을 살피고 제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 경찰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프로파일러 표창원 "목맴사로 추정…초동 대응만 제대로 됐어도"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은 25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뚜렷한 타살 정황이나 제3자의 개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표 소장은 "프로파일링이나 과학수사 원칙상 현 단계에서는 어떤 추정이나 단정도 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장 정황을 근거로 "실무 현장 관점에서 볼 때 누군가와 몸싸움을 벌인 흔적이 전혀 없고 제3자가 드나든 흔적이나 시신의 변동·이동·유기 흔적도 없다"며 "현장에서의 시신 검안상 목맴사로 추정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목맴사는 중력에 의한 경부 압박 질식을 뜻하며 상당수가 스스로 행한 행동에 따른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무상으로는 자살의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만들어낼 수 있는 다른 요인들도 배제할 수 없어 아직 단정하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경찰의 철저한 과학수사를 통해 명확한 사망 원인과 제3자 개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밝혀 유가족과 국민께 한 점 의혹 없이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 소장은 초기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실종 당시 복장, 소지품, CCTV 영상 등을 고려하면 가장 우선적으로 도보 이동 가능성을 봤어야 했다"며 "경찰이 애초 연락이 닿았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수색을 이어갔다면 생존 여부는 알 수 없더라도 조기 발견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위 종결한 담당 경찰관에 대해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자 경찰의 직위와 권한, 시스템을 악용한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현재 드러난 두 분 외에 다른 분들도 그러리라고 짐작해선 안 되는 것이고 생사 여부와 위치가 확인될 때까지 전수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시신이 발견된 수원리의 야자수 농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경찰이 시신이 발견된 수원리의 야자수 농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60대 남성도 같은 수법으로 허위종결…추가 피해 잇따라

A 경장의 허위 종결은 장씨 사건에 그치지 않았다. A 경장은 지난 2일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 신고 사건에서도 신고자인 가족에게 "60대 남성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실종자가 경찰관을 만나기를 원하지 않으며 위치도 가족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똑같은 수법으로 거짓말을 한 뒤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남성의 가족은 장씨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자 지난 21일 경찰에 재신고했고, 경찰은 이튿날인 22일 숨진 채 있는 60대 남성을 발견했다. 경찰은 A 경장을 긴급체포한 뒤 구체적인 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A 경장이 담당했던 다른 사건에서도 유사한 허위 종결이 있었는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