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였다”...‘실종사건 허위 종결’ 경찰관, 혐의 부인하며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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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와 실제 연락했다는 기존 주장 유지…통신 내역은 확인 안 돼
경찰, 프로파일러 투입해 진술 신빙성·사건 처리 동기 분석 예정

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부 모 경장이 2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 가운데 경찰은 사건 처리 동기와 진술 신빙성을 분석하기 위해 프로파일러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 씨(37)의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부 모 경장이 2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체포적부심 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 뉴스1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 씨(37)의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부 모 경장이 2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체포적부심 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 뉴스1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부 경장은 이날 제주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부 경장은 장 씨와 또 다른 60대 남성의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부 경장은 경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단독 보도에 따르면 부 경장은 장 씨 등 실종자들과 실제로 연락했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이 전산상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입력된 경위를 추궁하자 이에 대해서는 “실수였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뉴스1에 “부 경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사건 처리 동기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락했다” 주장했지만 통신 기록은 없어

부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신고자에게 알린 뒤 신고 접수 약 2시간 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장 씨의 연인은 장 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부 경장은 장 씨와 연락이 됐고 장 씨가 가족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이 확보한 통신 자료에서는 부 경장과 장 씨 사이에 실제 통화가 이뤄진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두 사건 모두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관련 자료가 삭제되거나 해제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이 같은 전산 처리 과정과 부 경장의 진술이 실제 상황과 맞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장 씨 사건뿐만 아니라 지난 7월 접수된 60대 남성의 실종 사건도 비슷한 방식으로 종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남성은 이후 가족이 다시 신고하면서 수색이 재개됐고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서로 다른 두 사건이 유사한 방식으로 종결된 이유와 고의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반복된 사건 처리…프로파일러 투입

24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모 초등학교 인근 야자수밭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24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모 초등학교 인근 야자수밭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경찰은 부 경장이 유사한 방식으로 두 실종 사건을 처리한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자 프로파일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뉴스1에 따르면 경찰은 부 경장의 진술과 사건 처리 과정을 분석해 범행 동기와 고의성 여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히 부 경장이 실종자들과 실제로 연락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통신 기록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내역이 확인되지 않은 점도 주요 분석 대상이다. 일부 전산 입력에 대해서는 “실수였다”는 취지로 해명한 만큼 경찰은 단순 착오인지 의도적인 허위 처리였는지도 함께 확인할 예정이다.

장 씨 추정 시신 숙소서 도보 5분 거리서 발견

24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모 초등학교 인근 야자수밭에서 실종된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24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모 초등학교 인근 야자수밭에서 실종된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지난 24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숲에서 발견됐다. 장 씨가 실종된 지 104일 만이다. 발견 장소는 장 씨가 장기간 머물렀던 숙소에서 직선거리 약 400m 떨어진 곳으로 도보로 약 5분 거리였다.

현장에서는 장 씨가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와 장신구 등이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발견 당시 상태 등을 토대로 타살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부검도 진행할 예정이다.

장 씨 실종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지난 5월 15일이다. 당시 신고를 접수한 부 경장이 사건을 약 2시간 30분 만에 종결하면서 초기 수색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현장에 나가 장 씨를 찾던 경찰관들도 연락이 됐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뒤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CCTV·휴대전화 추적 골든타임도 놓쳐

초기 사건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 씨의 행적을 확인할 수 있었던 CCTV 확보 시점도 지나갔다.

장 씨가 숙소를 나선 당시 한림읍 일대에는 방범용 CCTV 111대와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7대 등 모두 118대의 CCTV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공공 CCTV 영상 보존 기간이 약 30일에 불과해 경찰이 본격적인 확인에 나섰을 당시에는 관련 영상이 대부분 삭제된 뒤였다.

장 씨 휴대전화 역시 실종 신고 이후 일정 시간 전원이 켜져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 씨의 휴대전화는 지난 5월 16일 오전 9시 44분께 전원이 꺼진 것으로 추정됐다. 최초 신고 시점을 기준으로 최소 14시간가량 위치 추적이 가능한 상태였지만 경찰은 이 기간 GPS 등을 이용한 위치 조회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대규모 수색이 시작됐을 때 경찰은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를 토대로 한림항 일대를 수색 시작점으로 삼았다. 하지만 장 씨 추정 시신이 발견된 곳과 한림항은 직선거리 약 1.6㎞ 떨어져 있었다.

298건 전수조사…경찰청 감찰도 착수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8회 국회(임시회) 행정안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8회 국회(임시회) 행정안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수사 범위는 부 경장이 그동안 처리한 실종 사건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부 경장이 약 1년 4개월 동안 처리한 실종 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장 씨나 60대 남성 사례처럼 실종자의 실제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종결했거나 전산상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입력된 사례가 더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경찰청도 별도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 대상에는 장 씨 사건과 60대 남성 사건뿐 아니라 부 경장이 처리한 실종 사건 전반이 포함된다. 경찰청은 사건 처리 과정과 당시 지휘·보고가 적절했는지 관리·감독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주 실종 사건 수사와 관련해 국민에게 우려를 끼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 전반을 살피고 담당 경찰관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체포적부심 인용으로 석방…오늘 다시 구속심사

부 경장은 지난 23일 긴급체포됐지만 24일 법원의 체포적부심 인용으로 석방됐다. 법원은 부 경장의 소재가 계속 파악되고 있었던 만큼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긴급체포의 긴급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부 경장은 긴급체포 하루 만에 풀려났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체포적부심과 별도로 심사된다. 부 경장은 25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며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결정될 전망이다.

제주지검도 이번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경찰과 검찰은 부 경장의 사건 처리 경위와 고의성 여부를 규명하는 한편 추가로 부적절하게 종결된 실종 사건이 있는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장 씨와 60대 남성을 포함해 최근 사흘 사이 제주에서 실종자 4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다른 실종자들의 사망과 부 경장 사건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튜브, 연합뉴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