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리스 10년차 부부인데... 남편 가방에서 피임도구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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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살아온 세월이 후회스럽습니다"

남편의 회사 가방을 열었다가 콘돔과 마취 성분이 든 젤을 발견한 아내의 사연이 공개됐다. 부부관계가 사실상 끊긴 지 10년째라는 사실과 맞물려 가방에서 콘돔과 젤이 나온 게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결혼 15년 차 주부라고 밝힌 A씨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에 24일 올라왔다. A씨는 남편의 회사용 가방에서 지갑을 찾으려다 콘돔과 함께 마취 성분 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갑인 줄 알고 카드를 꺼내려 했더니 마취제와 콘돔이 나왔다”고 적었다. 그는 과거에도 남편 물건에서 비아그라를 발견한 적이 있다고 했다.

A씨는 부부가 성관계 없는 이른바 섹스리스 상태로 10년을 지냈다면서 그 원인이 남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참고 살아온 세월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A씨가 발견한 제품은 남성의 사정 시간을 늦추려고 주유 부위에 바르는 국소마취제 계열의 젤로 보인다. 글쓴이가 언급한 제품은 치과 치료나 간단한 시술에서 피부와 점막을 일시적으로 마취하는 데 널리 쓰이는 성분이다. 해당 성분을 넣은 일반의약품 도포제는 주유 부위 촉각 예민성을 떨어뜨려 조루 증상을 완화하는 용도로 쓰인다.

관심은 이런 정황이 실제 이혼 사유가 되는지에 모인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 여섯 가지를 정해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첫 번째가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다.

부정한 행위는 성관계를 전제로 하는 간통보다 넓은 개념이다. 대법원은 부부의 정조의무나 성적 순결의무를 저버린 일체의 행위를 부정한 행위로 본다. 반드시 성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성과 주고받은 애정 표현이 담긴 문자나 메신저 대화만으로도 부정행위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다만 콘돔이나 마취젤을 가방에서 발견한 사실 자체가 곧바로 부정한 행위의 증거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물건의 존재는 배우자가 아닌 상대와 성적 접촉이 있었다는 점을 직접 증명하지 못하는 정황에 그치기 때문이다. 법원은 실제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증거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배우자가 주장하는 정황만으로는 부정한 행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가 적지 않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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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부정한 행위가 있었더라도 청구에는 시한이 있다. 부정한 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그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이 사유로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

A씨 사연에서 더 무게가 실리는 쟁점은 부부관계가 10년째 끊겼다는 사실이다. 민법 제840조 제6호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 사유로 정한다.

법원은 성생활을 혼인의 본질적 요소로 본다. 대법원은 부부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성적 기능의 문제로 정상적인 성생활이 불가능하거나, 그 밖의 사정으로 성적 욕구의 정상적 충족이 가로막힌 상태가 이어진다면 이를 제6호가 정한 중대한 사유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결혼을 유지하는 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잠자리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혼인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다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단서도 있다. 부부가 함께 치료나 상담을 받으면 회복될 수 있는 일시적인 문제라면 중대한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다. 성관계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이혼이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은 그로 인해 혼인이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됐는지를 혼인 기간과 자녀, 파탄의 책임 소재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따진다. 결혼 내내 부부관계가 없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는 파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도, 장기간 관계 거부를 주장한 이혼 청구가 기각된 사례도 있다.

핵심은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우리 법원은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먼저 이혼을 청구하기 어렵다는 유책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성관계를 거부해 관계를 깨뜨린 쪽이 그것을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거부당한 쪽이 청구하는 구도가 일반적이다. A씨 주장대로 섹스리스의 원인이 남편에게 있다면 A씨가 제6호를 근거로 이혼과 위자료를 다툴 여지가 생긴다.

글에는 A씨를 두고 조언과 우려가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성급하게 움직이지 말고 조심스럽게 증거를 잡아야 한다. 휴대전화를 먼저 확인해 보라”며 신중한 대응을 권했다. 다른 이용자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아는 척하지 말고 평소대로 생활하라”고 조언했다.

건강을 걱정하는 반응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콘돔을 써도 감염될 수 있는 성병이 있으니 검사를 먼저 받아 보는 게 좋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