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휠체어 시위 전면 중단” 전격 선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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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민주당과 타협

18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서울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의 '7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 앞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시위 중단 방송을 하고 있다. / 뉴스1
18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서울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의 '7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 앞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시위 중단 방송을 하고 있다. / 뉴스1

휠체어를 타고 서울역 등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여온 장애인 단체가 시위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서울시당은 24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부터 이날까지 4년 넘게 출근길 지하철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총 73차례 진행해왔다.

시의회 민주당은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과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을 25일 제339회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당론 1호·2호로 통과시키겠다고 최종 결정했다. 전장연은 이 같은 정치적 책임을 신뢰한다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멈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서울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의 '7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 앞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시위 중단 방송을 하고 있다. / 뉴스1
18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서울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의 '7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 앞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시위 중단 방송을 하고 있다. / 뉴스1


시의회 민주당은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의 명칭을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에 관한 조례'로 바꾸고 전면 개정했다. 전장연은 이를 두고 장애인의 이동이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마땅히 보장돼야 할 기본적 '권리'임을 분명히 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국가 법률인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여전히 '이동편의 증진'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과 달리 서울시가 한발 앞서 장애인의 이동을 '권리'로 선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전장연은 설명했다.

당론 2호 조례 제2조에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권리중심공공일자리) 개념이 규정됐다. 제7조에는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을 알리고 협약에 명시된 장애인 권리의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며 시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노동으로 수행하는 일자리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2014년과 2022년 두 차례 한국 정부에 권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전장연은 해당 일자리는 2020년 서울시에서 전국 처음으로 시작됐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폐지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을 제외한 13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최중증장애인 1686명이 주 15시간 또는 20시간씩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전장연은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제정된 지 36년이 지났지만 중증장애인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75%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된 중증장애인도 1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전장연은 오 시장에게 이번 조례 개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이 권리중심공공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 시내 저상버스를 2025년까지 100% 도입하기로 한 조례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행을 위한 예산 보장도 촉구했다.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의 재제정도 요청했다. 이 조례는 2022년 7월 11일 제정·공포됐다가 2024년 7월 15일 폐지됐다.

전장연은 오 시장이 서울교통공사를 통해 9억 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전장연 활동가 수십 명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전장연은 소속 활동가 수십 명에게 현재 47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장연은 정부 지원 없이 회원 회비와 시민 후원으로 운영되는 단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지난 19일 면담한 뒤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잠정 중단했다. 당시 전장연은 "매일 예정했던 서울역 '출근길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이후 이날 회견을 통해 시위 전면 중단을 공식화했다.

전장연은 박 장관에게 4년 동안 제출해온 장애인권리예산이 2027년 정부 예산에 반영되기를 촉구했다. 기획예산처의 재정 원칙과 기준이 장애인을 배제한 비장애인 중심의 능력주의에 기반해왔다며 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견 참여 주체들은 결의문에서 "장애의 유무가 장벽이 되지 않는 평등 사회, 생존을 넘어 존엄을 누리는 서울시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로 장애인이 숨진 이후 25년 동안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 보장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전장연이 2021년 12월 3일 시위를 시작한 이후 이날까지 1726일이 지났다. 한국은 2008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이다.

전장연은 "장애인에게도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며 "그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곧 민주주의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성명서 전문>

시민 여러분, 전장연은 73번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오늘부터 멈춥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집단수용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시민의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라(장애인권리예산)”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부터 오늘까지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출근길 지하철에서 총 73차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를 멈춥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과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을 내일(25일) 제339회 서울특별시의회(임시회)에서 1호·2호 당론으로 통과시키겠다고 최종 결정했습니다. 전장연은 이러한 정치적 책임을 신뢰하며, 오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기로 했습니다. 이제 정치와 행정이 예산으로 답을 해야할 때입니다.

시민 여러분, 장애인도 비장애인 시민과 함께 평등하고 차별 없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싶습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의 명칭을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에 관한 조례」로 바꾸고 전면 개정했습니다. 이는 장애인의 이동이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임을 분명히 하기 위함입니다. 국가 법률인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여전히 ‘이동편의 증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서울시가 한발 앞서 장애인의 이동을 ‘편의’가 아닌 ‘권리’로 선언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모두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장애인도 함께 이동할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서울이 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십시오.

시민 여러분, ‘이것도 노동입니다.’ 중증장애인도 일할 권리를 보장해 주십시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이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아십니까?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기존의 시장 중심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2014년과 2022년 두 차례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을 알리고 협약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모니터링하며, 장애인에 대한 시민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활동을 ‘노동’으로 수행하는 일자리입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비경제활동인구로 여겨져 온 최중증장애인과 탈시설장애인을 우선적으로 고용해 장애인 권리의 주체이자 노동자로서 지역사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입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이것도 노동이다!”를 외치며 경쟁과 생산성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노동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제정된 뒤 36년이 지난 지금도 중증장애인의 비경제활동인구는 75%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또한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된 중증장애인이 1만 명에 이릅니다. 지금까지의 장애인고용 정책은 기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갇힌 채 경쟁·시장 중심, 능력주의에 기반해 왔고, 중증장애인에게는 ‘희망고문’에 불과한 실패한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 서울시에서 전국 최초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은 이 일자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동료들과 교류하며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권리중심노동자들이 세금으로 불법 시위에 동원된다고 주장하며 기본적 사실마저 왜곡하고 낙인찍었고, 2024년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폐기했습니다. 그 결과 400명의 최중증장애인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을 제외한 13개 지자체에서는 1,686명의 최중증장애인이 주 15시간 또는 20시간씩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는 당론 2호 조례인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제2조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이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개념을 규정하고, 제7조에 지원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제도화되어, 서울시장의 개인적 감정에 따라 폐지되는 일이 없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께 요청드립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님, 이번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직장을 잃은 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이 권리중심공공일자리로 돌아와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반영해 주십시오. 2025년까지 서울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을 조례로 명시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약속이 이행될 수 있도록 예산으로 보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2022년 7월 11일 제정·공포되었다가 2024년 7월 15일 폐지된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가 다시 제정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권고한 ‘탈시설가이드라인’을 ‘권고’라며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춥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특정 장애인 단체로 낙인찍고 탄압하며 갈라치기하는 정치를 즉각 멈추어 주시기 바랍니다. 장애인들이 시민으로 살아갈 기본적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께 요청드립니다.

박홍근 장관님, <장애인의 권리도, 시민의 일상도 함께 지켜야 합니다>—그 책임은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전장연이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 리프트 사고로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한 이후 25년 동안 외쳐 왔음에도, 어느 정부도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보편적으로 설계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에 필요한 국가 자원은 기본적인 수준조차 투자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유기되고 고립되고 분리되어 왔습니다. 장애인의 삶은 가족의 부담으로 남았고, 삶의 전 영역에서 개인의 선택과 통제의 권리 또한 부정당해 왔습니다.

박홍근 장관님. “필요한 장애인 정책과 예산은 장애인의 삶과 정책적 필요성, 사업의 타당성과 재정원칙에 따라 책임 있게 검토하겠다” 했습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시민의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는 것보다 정책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어디 있습니까.

기획예산처의 재정원칙과 기준은 장애인을 배제한 비장애중심의 능력주의 원칙이 아니었습니까. 그 원칙과 기준을 이제 바꾸기를 촉구합니다. 전장연이 4년동안 제출하고 있는 장애인권리예산이 2027년 정부예산에 반영될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시민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하루는 출근길에 지하철을 탔습니다. 탑승하자마자 몇몇 시민들이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며 저희를 끌어내리려 했고, 순식간에 혼란이 벌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자리에 앉아 있던 한 고등학생이 휴대전화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습니다. 화면에는 ‘지지합니다’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어른들 사이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가운데 마주한 짧은 응원의 메시지는 저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많은 분들이 눈빛으로, 캔커피를 건네며 함께해 주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전장연 활동가 수십 명의 재판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장연의 정당하고 공익적인 문제 제기 행동을 위축시키고 입을 막기 위해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서울교통공사를 통해 9억 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매일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으로부터 폭력적으로 봉쇄당하고 강제 퇴거당하며 불법 강제 연행까지 당하면서 견뎌왔습니다. 전장연이 2021년 12월 3일 시작한 뒤 지금까지 1,726일의 시간을 견디며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해 준 시민 여러분과 연대단체 덕분입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전장연은 정부로부터 1원도 받지 않는 단체입니다. 오직 회원들의 회비와 시민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오늘도 수백만 원의 벌금을 내지 못해 검찰의 지명수배 통지를 받고, 은행 압류를 견디며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습니다. 수십 명의 동지들에게 현재 4,7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를 향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시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을 믿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우리 모두의 ‘미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함께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전장연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욕설을 보내주신 시민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전장연이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면서까지 외쳐 온 ‘장애인권리예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정부의 책임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배워 왔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건국 이후 지금까지도 중증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배제·분리하는 방식으로 집단수용시설을 유지하며 차별해 왔습니다. 그 차별의 뿌리는 일제 식민지 시절 우생학에 기반한 식민주의가 남긴 유산에 있습니다. 이 유산은 오늘날에도 다수 시민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중증장애인을 ‘보호’와 ‘돌봄’이라는 명목으로 집단수용시설에 가두는 일을 정당화하는 데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1939년 독일에서 히틀러는 우생학을 내세워 다수 국민의 방치와 무관심, 그리고 묵인 속에서 장애인을 “살 가치가 없는 생명”으로 규정하고 30만 명을 집단 학살했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능력주의와 과학을 내세운 우생학의 망령이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로마 시대 원형 경기장에 갇혀 서로를 죽이고, 그 광경에 열광하던 사회가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는 것 역시 다수 시민의 동의 속에서 가능한 일 아닐까요? 우리는 정말 그 원형경기장 안에서만 살아야 할까요? 원형경기장 밖의 세상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전장연은 지하철 현장에서, SNS 댓글에서, 언론 보도에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백만 번 욕설을 들어도 감당하겠습니다. 그러나 장애인 차별을 역사적·구조적으로 지속·반복해 온 정부와 정치에, 단 한 번만이라도 책임을 물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2008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입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서 ‘시설 수용은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참여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히며, 당사국이 시설 수용을 장애인 폭력의 한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대한민국이 당사국으로서 집단시설 수용을 지속하지 않도록,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참여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갑시다. 누구도 집단수용시설에 남겨두지 맙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이웃으로, 동료 노동자로 함께 살아가는 민주주의를 만들어 갑시다. 장애인에게도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곧 민주주의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8월 2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