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씨 추정 시신 발견] "경찰 절대 못 믿겠다" 네티즌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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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맞물려 네티즌들 분노
제주 한림읍 인근에서 실종 3개월여 만에 장미란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담당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맞물려 경찰 수사 시스템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24일 오전 10시 46분께 제주시 한림읍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합동 수색을 벌이다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 지점은 장 씨가 실종된 숙소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다. 경찰은 감식을 통해 신원과 사인을 확인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범죄 피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오전 1시 10분께 집을 나선 뒤 자취를 감췄다. 10년 전 제주로 옮겨 와 연인과 함께 한림읍에서 지내왔다. 남자친구가 5월 15일 오후 6시 43분쯤 실종 신고를 했다.
논란의 핵심은 담당 경찰관의 대응이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30대) 경장은 장 씨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남자친구에게 장 씨와 연락이 닿았으며 무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장 씨가 실종 이후 경찰과 통화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부 경장이 실제로는 연락하지 않았으면서 연락이 닿았다고 거짓으로 알린 뒤 사건을 종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장 씨 사건은 신고 접수 약 2시간 30분 만인 5월 15일 오후 9시 16분쯤 종결됐다. 부 경장은 같은 날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시스템에 등록된 장 씨 관련 자료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시스템에서 관리 자료를 지우려면 변사 등 특별한 사유를 입력해야 하는데, 경찰은 부 경장이 자료를 삭제하려고 장 씨가 숨졌다는 의미의 '변사'를 입력했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부 경장의 부실 처리는 한 건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달에도 60대 남성 B 씨의 실종 신고를 비슷한 방식으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B 씨 가족은 지난달 2일 실종 신고를 했으나 부 경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B 씨와 연락이 닿았다면서 B 씨가 위치를 알려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B 씨는 연락이 끊긴 실종 상태였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B 씨 가족이 장 씨 사건 보도를 접한 뒤 B 씨가 여전히 실종 상태라며 다시 신고하면서 허위 종결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21일 부 경장의 허위 종결을 확인하고 곧바로 수색에 나서 다음 날인 지난 22일 실종 51일 만에 B 씨 시신을 찾았다. B 씨 사망에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 경장은 별도의 성 비위 문제로 이미 대기발령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정빈 변호사는 이날 YTN '뉴스UP'에 나와 부 경장이 경찰서 내부 여자 화장실에 침입했다가 적발돼 감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서 변호사는 "본인의 업무 자체에 대해 사실상 고의로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며 부 경장이 관여한 사건 가운데 가족에게 거짓 정보를 알린 뒤 종결한 사건이 더 있는지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경찰청은 부 경장이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한 기간의 실종 사건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부 경장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다가 22일 오후 긴급체포됐다. 그는 전날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호송차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허위 종결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장 씨의 행방을 가늠할 단서가 될 CCTV 영상이 모두 사라진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장 씨가 자취를 감춘 한림읍 일대의 방범용 CCTV 111대와 제주도 자치경찰단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7대 등 모두 118대의 실종 당시 영상이 지워졌다. 실종 추정일인 5월 13일이 포함된 5월 12일부터 20일까지의 영상이 남아 있지 않았고, 삭제 시점은 6월 11일과 19일 사이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CCTV 영상 보존 기간이 30일이어서 시한이 지나 자동으로 지워졌다고 회신했다. 경찰이 제주도에 방범용 CCTV 열람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지난 19일로, 최초 신고일로부터 96일, 영상이 지워진 시점으로부터 61일이 지난 뒤였다. 한 의원은 최초 신고 당시에는 118대 영상이 전부 보존돼 있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상태였다며 경찰관의 종결 처리로 단서가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도 겨냥했다. 그는 형사사법 제도가 모든 수사관이 유능하고 성실하리라는 전제 위에 설계된 것이 아니라면서 그 한계 때문에 이중·삼중의 장치를 둔 것이고 그 핵심 중 하나가 보완수사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한 초동수사를 걸러낼 장치가 사라지면서 그 대가를 피해자와 가족이 떠안게 됐다고 비판했다.

장씨 시신 발견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선 비판과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겨냥한 반응이 두드러졌다.
한 네티즌은 "경찰도 부실·은폐·부패 가능성이 있는 권력기관이다. 외부에서 검증하고 견제할 장치가 없으면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본다"며 "독점 수사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적었다. "지금이라도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라", "국회의원을 잘 뽑아 검찰 수사권을 다시 살리는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사건이 언론에 오르내리자마자 시신이 발견됐다는 점을 두고 의구심을 나타내는 댓글도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3개월 넘게 행방이 묘연하다가 이슈가 되자 바로 발견됐다고 지적하고 “그래서 견제가 중요하다”고 적었다. 이렇게 며칠 만에 찾을 수 있었던 일을 그동안 방치했다는 성토, 경찰이 연락이 닿았다고 거짓말까지 한 마당에 무엇을 믿겠느냐는 불신도 이어졌다.
경찰 조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 네티즌은 실종 수사를 은폐한 뒤 시신이 발견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 정도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차원의 문제”라고 적었다.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 전국의 실종 신고를 전면 재수사하라거나, 경찰의 중대한 잘못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제주경찰청은 성인 실종 사건을 담당 경찰관 한 명이 사실상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현행 절차를 손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종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입력 내용을 확인한 뒤 최종 해제하도록 이중장치를 두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