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8박9일 일정 몽골 방문'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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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회담과 맞물려 관심 집중
문재인 전 대통령이 8박 9일 일정으로 몽골을 방문하기 위해 김해국제공항에서 출국했다. 2022년 퇴임 이후 두 번째 공식 해외 방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국제 환경 협약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잇달아 띄우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문 전 대통령의 몽골행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전날 김해국제공항 국제선에서 출국 수속을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몽골로 향했다. 이번 방문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과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문 전 대통령은 24일 UNCCD 제17차 당사국총회 개막식에서 귀빈 연설을 하고, 후렐수흐 대통령이 주최하는 오찬 등에 참석한다. 이어 26일에는 2019년 한국 정부가 제안해 UNCCD와 공동으로 발족한 국제협력 플랫폼 평화산림이니셔티브(PFI) 고위급 라운드테이블에서 기조연설에 나선다.
일정에는 전직 국가수반들과의 면담도 포함됐다. 핀란드 첫 여성 대통령을 지낸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 카를로스 알바라도 케사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 등과 만난다. 문 전 대통령은 또 2003년부터 유한킴벌리 등 국내 민간 단체·기업이 산림 복원 사업을 이어온 몽골 북부 토진나르스를 찾아 기념식수를 할 예정이다.
공식 일정만 놓고 보면 이번 방문은 사막화 방지와 산림 복원이라는 환경 의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방문 시점과 장소가 한반도 정세와 겹치면서 또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경제는 지난 20일 문 전 대통령의 몽골 방문 계획을 단독으로 전하며 이번 방문이 북미 대화 재개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남북·북미 정상외교를 모두 경험한 문 전 대통령이 몽골을 찾는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몽골은 2018년 북미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거론된 바 있다. 남북한과 모두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북한과는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매체는 몽골이 2014년부터 북핵 문제와 동북아 안보 현안을 다루는 울란바타르 대화를 개최하며 스스로를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이자 대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됐을 때도 당시 한국을 방문한 엘벡도르지 몽골 전 대통령이 회담이 열린다면 울란바타르가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특히 2018~2019년 북미 정상외교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를 오가며 양측의 입장을 조율한 경험이 있다.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북미 대화의 물꼬를 텄던 것처럼 문 전 데통령이 외교적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이 운신의 폭이 넓은 제3국 몽골을 통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확인하고 이를 미국 측에 전달하는 비공식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식 외교 채널이 움직이기 전 전직 정상이나 제3국을 통해 상대의 의중을 탐색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식이 향후 대화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은 한 달여 전 이재명 대통령의 몽골 방문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몽골을 국빈 방문해 후렐수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에서 몽골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해온 만큼, 북한과 전통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과도 협력을 넓혀온 몽골이 향후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당시에도 제기됐다고 서울경제는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의 방몽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연내에 만나겠다며 대화 재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규모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것도 대북 유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상당한 규모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규정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미국이 대북 유화 신호를 잇달아 보내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대화 국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서두르는 데는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 상황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전쟁 장기화로 부담을 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서두를 경우,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협상의 실질적 결과보다 정상 간 만남 자체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거론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손짓에 아직 별다른 화답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 데다 러시아와 밀착하고 중국의 지원까지 받고 있어, 북미 정상외교가 활발했던 2018~2019년과 비교하면 협상 테이블로 나올 유인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협상 목표로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대북 지렛대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1기에서 대북 협상을 견제했던 외교·안보 인사들 사이에서는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억지력을 약화시켜 동맹의 우려를 키운다는 경고음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이른바 한국 패싱 우려도 제기된다. 통일부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북핵 문제를 움직일 동력은 북미 대화 재개뿐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우선 북핵 능력의 증강을 멈추게 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여정에 북한이 함께해야 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번 몽골 방문의 구체적인 목적이나 면담 상대를 북미 대화와 연결해 공개한 바 없다. 방문 일정 자체가 UNCCD 총회 참석을 중심으로 짜인 만큼 이를 곧바로 이재명 정부의 대북 특사나 북미 간 중재 행보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북미 간 공식 대화가 끊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시점에 남북·북미 정상외교를 모두 경험한 문 전 대통령이 몽골을 찾는다는 점은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은 8박 9일 일정 동안 UNCCD 총회 연설과 PFI 기조연설, 전직 국가수반 면담, 토진나르스 기념식수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