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9개월 남기고 청와대와 갈등 고조된 조희대... 이때부터 이 대통령과 꾸준히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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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건 적체 심화 및 재판 지연 관련 법조계 내부 우려 증대

이재명 대통령(좌)과     조희대 대법원장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좌)과 조희대 대법원장 /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 없이 대법관 후보를 서면 제청하면서 대통령실과 사법부 간의 갈등이 다시 분출됐다.

정년 퇴임을 9개월여 앞둔 조 대법원장은 여권의 사퇴 압박과 탄핵론, 법원행정처 폐지 요구라는 파고에 직면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부터 사법개혁 법안 마찰까지 이어진 양측의 대립 속에 대법관 임명 절차가 차질을 빚으면서 대법원 사건 적체 심화와 재판 지연에 대한 법조계 내부의 우려도 증대하고 있다.

대법관 서면 제청과 청와대 갈등 재점화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각각 임명 제청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 없이 서면 제청을 단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확산했다.

김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양측의 의견 조율이 이뤄졌으나 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통령이 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고 제청을 반려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대법관 후임 절차가 차질을 빚으면서 조 대법원장의 향후 제청권 행사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정년 퇴임 전까지 임기 종료를 앞둔 천대엽 대법관의 후임도 제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1957년 6월 6일생인 조 대법원장은 내년 6월 5일 정년 70세 퇴임을 앞두고 있다. 2021년 5월 8일 임기를 시작한 천 대법관의 임기는 내년 5월 7일 종료된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대립 경과와 여권의 공격

조 대법원장과 이 대통령의 갈등은 현 정부 출범 전부터 지속됐다.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여당과의 마찰이 가시화했다.

이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론이 처음 제기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3법을 둘러싸고 대립이 이어졌다.

조 대법원장은 해당 개혁안에 대해 "제도가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그 결과는 우리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최근에는 법원행정처 폐지론까지 재부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가 불합리, 불법을 행했다고 보고 대법원도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려야 한다"며 법원행정처 폐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을 위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집행 업무만 담당하는 사법원사무처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법관 공석 우려 및 법원 내부 반응

대법원장의 일방 제청을 둘러싼 잡음으로 대법관 인선 지연이 불가피해지자 법원 내부에서는 사건 적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2명이 비면 상고심 사건 처리가 더 늦어져 큰 타격"이라며 "재판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순한 사건 하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부장판사 역시 "대법원장이 굳이 협의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면 처음 절차 때부터 임명 제청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두 자리를 비우면 대법원 사건 적체 문제가 심각해진다"라고 언급했다.

대법원 및 대법관 관련 법적 기준과 현황

대한민국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의 정원은 대법원장 1명을 포함해 총 14명으로 구성된다.

대법관의 임기는 헌법 제105조 제2항에 따라 6년으로 규정돼 있으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연임할 수 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정년은 법원조직법 제45조 제1항에 의거해 70세로 명시돼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 및 사법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심 사건 수는 매년 수만 건에 달한다.

대법관 1인당 연간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가 수천 건에 이르는 구조적 특성상 대법관 공석이 발생할 경우 상고심 심리 지연 및 미제 사건 누적이 가속화되는 통계적 경향이 집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