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 지고 애프터눈 티 뜬다… 특급호텔 라운지로 모여드는 2030의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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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으로 갈린 요즘 외식 지형도
한쪽에서는 2000원짜리 저가 커피가 불티나게 팔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2인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호텔 애프터눈 티가 매출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리고 있다. 언뜻 모순돼 보이는 이 두 흐름이 같은 시기 한국 외식 시장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호텔가 애프터눈 티 매출 껑충
23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요 특급호텔의 애프터눈 티 매출은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의 '티 살롱'은 올해 1~7월 애프터눈 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1% 늘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롯데호텔 월드의 '더 라운지 앤 바' 역시 같은 기간 관련 매출이 55% 증가했고,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선보이는 '로열 하이티'도 전년 대비 약 10% 매출이 늘었다. 다른 호텔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조선 팰리스의 '1914 라운지앤바'는 지난 6월 애프터눈 티 세트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30% 급증했고, 같은 달 시그니엘 서울의 '더 라운지'도 매출이 5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에서 '애프터눈티' 관련 게시물이 26만 9000건을 넘어설 만큼, SNS를 통한 인증 열기도 뜨겁다.
2인에 11만원 훌쩍… "부담스러워도 한 번쯤은"
호텔 애프터눈 티의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다. 2인 기준 통상 11만~12만 원 선에 형성돼 있어 1인당 5만~6만 원가량을 지불해야 하고, 주말이나 시즌 한정 상품은 2인 기준 10만 원 중반대까지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웬만한 한 끼 식사 두어 번 값을 커피와 디저트에 쓰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고가 소비가 최근 외식 시장의 큰 흐름과는 정반대라는 점이다. 고물가로 지갑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외식 수요는 빠르게 '가성비' 쪽으로 쏠리고 있다. 한 끼에 여러 메뉴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뷔페가 다시 주목받고, 커피 시장에서도 4000~5000원대 대형 프랜차이즈 대신 2000원 안팎의 저가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때 고가 외식의 대명사로 불리던 오마카세의 인기도 눈에 띄게 식었다. 네이버 데이터랩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오마카세' 검색량은 14를 기록했는데, 파인다이닝(고급 식당) 수요가 절정이던 2023년 1월(100)과 비교하면 검색량이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수치다.
"일상은 짠테크, 특별한 경험엔 지갑 활짝"…스몰 럭셔리가 답
그런데도 애프터눈 티만 유독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이를 '스몰 럭셔리' 소비로 설명한다.

평소 식비나 커피값 같은 일상적 지출은 최대한 아끼면서도, 특별한 경험이라 여겨지는 소비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성향이다. 호텔 라운지에서 차와 커피를 디저트와 함께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객실 투숙이나 파인다이닝보다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짧은 시간에 '호캉스'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소비 성향과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신의 만족을 우선하는 취향 소비가 확산하면서 일상에서는 지출을 줄이더라도 특별한 경험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호텔을 찾는 고객에게는 애프터눈 티가 호텔 서비스를 접하는 진입점 역할을 하면서 신규 고객 유입 효과까지 낸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쁜 디저트라면 줄 서도 좋아"…2030세대가 이끄는 경험 소비
이런 소비 패턴은 특히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26 디저트 취식 경험 조사'를 보면, 20대의 31.0%가 유명한 디저트 맛집이라면 시간을 내서라도 꼭 찾아가 먹어본다고 답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비싸더라도 인기 있는 디저트는 한 번쯤 먹어보고 싶다'는 응답 역시 20대가 6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가격 자체보다 원하는 디저트를 직접 맛보는 경험 그 자체에 가치를 두는 성향이 다른 세대보다 두드러진다는 뜻이다. 결국 호텔 애프터눈 티의 인기는 단순한 사치 소비가 아니라, 아낄 곳은 확실히 아끼되 원하는 경험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선택적 지출'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