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드로·두바이 다 제쳤다… 인천공항, 개항 25년 만에 '세계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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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이 바꾼 항공 지도, 인천공항 25년 만에 정상 탈환

인천국제공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선 여객을 실어 나른 공항에 올랐다. 그동안 이 자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공항과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의 몫이었다. 2001년 3월 개항한 지 25년 만에 인천공항이 이들을 제치고 정상에 섰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휴가철을 맞아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휴가철을 맞아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국제공항협의회(ACI) 잠정 통계 기준 올해 상반기 인천공항의 국제선 여객 실적은 3839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612만 명과 비교하면 6.3% 늘어난 수치로, 전 세계 1234개 공항 가운데 가장 많은 국제선 여객을 처리한 것이다. 2위는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3779만 명), 3위는 싱가포르 창이공항(3453만 명)이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3268만 명)과 홍콩공항(3261만 명)이 4,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천공항은 개항 이듬해인 2002년만 해도 세계 10위에 머물렀지만, 2018년 5위, 2024년 3위로 순위를 끌어올린 끝에 올해 상반기 처음 정상에 섰다.

두바이·히스로 흔든 미·이란 전쟁…환승객 18% 급증

이번 1위 등극의 결정적 배경으로는 지정학적 변수가 꼽힌다. 지난 3월 발발한 미·이란 전쟁의 여파로 두바이 등 중동 주요 공항의 환승 기능이 위축되면서, 두바이를 경유하던 유럽행 항공 수요 상당 부분이 인천공항의 직항·환승 수요로 옮겨온 것이다. 유럽 노선 중심인 히스로공항과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중동 거점 두바이공항의 국제노선이 동시에 위축된 반사이익을 인천공항이 흡수한 셈이다. 실제로 상반기 인천공항 환승객은 424만 4992명으로 전년 동기(359만 5660명) 대비 18.1% 늘었고, 유럽 노선 환승객만 놓고 보면 21만 3542명으로 63.2%나 폭증했다. 이에 힘입어 유럽 노선 전체 여객 역시 250만 1813명으로 전년보다 11.2% 증가했다.

지정학적 반사이익 외에 외국인 방한 관광객 증가도 순위 상승을 뒷받침했다. 올해 2분기 인천공항 전체 여객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4.4%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상반기 기준으로도 39.3%에 달했다. 이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2분기 기준 37~39%대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높아진 수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인바운드 여객 증가세가 여객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과 일본 지방 도시를 잇는 노선이 31개로, 나리타공항(17개)이나 간사이공항(12개)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158개 도시 취항…4단계 건설로 연 1억 600만 명 수용

이 같은 성과 뒤에는 꾸준한 인프라 투자와 노선 확장 전략이 자리한다. 인천공항은 현재 101개 항공사가 취항해 53개국 183개 도시를 여객·화물 노선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여객 노선만 따지면 158개 도시에 이른다. 지난 2024년 11월 마무리된 4단계 건설사업으로 연간 수용 능력을 1억 600만 명까지 늘려, 세계 3위 규모의 공항 인프라를 갖춘 상태다. 인천공항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전국 단위 생산유발효과는 약 123조 원, 취업유발효과는 약 6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인천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만 약 5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사업비 6조 9000억 원 규모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신공항 개발·운영 사업을 수주하는 등 해외로도 경제 영토를 넓히고 있다.

"1위 지위 유지하려면 5단계 사업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이번 1위 달성이 반짝 성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나인기 한국항공대 교수는 공항의 24시간 운영과 대륙 간 이동을 위한 초대형 여객기 취항, 항공 네트워크 확대 등 인천공항의 강점을 계속 유지하면서 5단계 건설사업을 제때 시작해야 세계 1위 지위를 지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앞으로 인공지능 전환(AX)과 도심항공교통(UAM)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 지방 도시와의 연결성도 함께 넓혀 정부가 목표로 내건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달성'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범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세계 1위 공항 달성은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성원, 상주직원의 노고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공항 운영의 기본에 충실하고 지방 연계 등 서비스 혁신에 박차를 가해 진정한 국민의 공항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