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으로 신분 바뀌어도 괜찮다” 검사 100명 이상 중수청 지원... 예상 밖 흥행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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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뒤집고 검사 100명 지원... 저연차는 외면 '실무진 공백' 우려
검찰 안팎에서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특례 임용에 현직 검사가 100명 넘게 신청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검사 이탈을 걱정하던 정부 입장에선 예상을 웃돈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작 수사 실무를 떠맡을 저연차 평검사의 지원이 저조한 까닭에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중대범죄수사청 개청준비단은 지난 7~20일 검찰청 소속 검사와 수사관을 대상으로 특례 임용 희망 신청을 받았다. 접수 결과 검사와 수사관을 합쳐 모두 2375명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중수청 직제상 총정원 2874명의 82.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현직 검사는 1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검사 현원(지난 10일 기준 )이 2063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검사의 5%가량이 지원한 셈이다. 지난해 말 대검찰청 자체 조사에서 중수청 근무를 희망한 검사가 1%에도 못 미쳤던 점, 임용 설명회에 참석한 검사가 많지 않았던 점과 견주면 신청 규모가 당초 전망을 넘어섰다는 반응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지난 5~11일 전국 고검·지검을 돌며 열린 설명회엔 검사 260여명을 포함해 모두 3070여명이 참석했는데 검사 참석 비율이 8%대에 그쳤다.
접수 막판에 검사 지원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마감 당일 오후 3시쯤만 해도 30~40명 수준이던 검사 지원자가 마감 시각인 오후 6시 무렵 급증하면서 최종적으로 100명 선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접수 마감 직전 관사와 비상대기소 지원, 통근버스 운영, 국외 훈련 기회, 석사과정 교육 지원, 포상금 등을 담은 예산안이 확정된 점이 막판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원자 구성은 부장검사급과 10년차 안팎의 중견 검사에 쏠렸다. 검찰 내 대표적 개혁론자로 꼽혀온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검사장)도 중수청 수사관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 성향으로 분류돼 온 일부 간부급 검사가 함께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앞으로 수사팀을 이끌어야 할 경력 10년 미만 평검사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특례 임용에 따른 직급 구조와 맞물려 있다. 검사가 중수청으로 옮기면 지검장급은 1급, 차장·부장검사급은 2급, 법조 경력 10년 이상은 3급, 10년 미만은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임용된다. 검사는 임관 때부터 3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기 때문에 10년 미만 검사가 중수청에 가면 사실상 직급이 한 단계 내려가는 결과가 된다. 게다가 팀장을 맡아 수사 실무를 이끌 자리임에도 승진 경로가 좁아 장기 비전을 그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저연차 검사들 사이에서 나온다. 법조 경력 5년 이상을 쌓아 법관 임용에 도전하는 선택지가 열려 있는 점도 이들이 지원을 미루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 특례는 개청일인 10월 2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한시 적용돼, 당장 옮기기보다 지휘부 구성과 조직 안착 여부를 지켜본 뒤 결정하려는 관망 심리도 뚜렷하다.
간부급 지원이 몰리면서 일부는 원하는 직급의 보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생겼다. 지원 검사 가운데 60명 이상이 10년차 이상으로 알려졌는데, 중수청 수사관 정원 가운데 1~3급 자리는 모두 53명뿐이다. 4급 이상은 221명으로 정원이 크게 늘어난다. 준비단은 앞서 지원자가 정원을 넘으면 해당 급수보다 낮은 보직을 배당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이직 유인을 높이기 위해 중대범죄수사수당을 새로 만들었다. 8급 이하는 월 10만원, 5~7급은 월 15만원, 4급 이상은 월 20만원을 받는다. 마약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관에게는 월 8만원의 위험근무수당이 추가된다. 관사 지원과 통근버스, 국외 훈련 기회 등은 현재 검찰 수준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검찰 내부에선 중수청이 반부패수사부와 증권범죄수사부 등 이른바 격무 부서 기능을 넘겨받는 구조인 까닭에 업무 강도에 견줘 처우가 충분치 않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수사관들의 신청 배경에는 다른 사정도 깔려 있다. 기소를 전담할 공소청의 직제와 정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검찰청 감축 규모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발적 지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원 철회 기간이 남은 만큼 경쟁률과 지휘부 윤곽이 드러난 뒤 최종 결정을 미루려는 지원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에선 중수청의 초기 성패가 결국 수사 실무를 맡을 평검사의 역량과 규모에 달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변호사 개업을 앞두고 경력을 쌓으려는 고참 검사 위주로 채워질 경우 실제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충원 인력을 경찰 출신이나 외부 전문가로 메울 경우 경찰의 전문 수사인력이 빠져나가고 국가수사본부와 기능이 겹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연차 검사 지원이 부진했지만 시험 면제와 경력별 상당 계급 부여 특례가 내년 4월 말까지 유지되는 만큼 추가 지원 여지는 남아 있다.
정부는 초대 중수청장 인선 절차에도 착수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부터 오는 26일 오후 6시까지 국민에게서 청장 후보를 직접 천거받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법인이나 단체도 방문이나 등기우편을 통한 비공개 서면으로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수사·법률 관련 업무나 판사·검사·변호사, 법학 교수 등으로 15년 이상 재직한 인물이 대상이다. 후보추천위원회는 당연직 6명과 위촉직 3명 등 9명으로 꾸려졌고, 위원장은 이주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추천위가 9월 초 심사를 거쳐 적격자 3명 이상을 추리면 행안부 장관이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임명 시점은 9월 하순으로 예상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개편을 형사사법 체계의 큰 전환으로 규정하며 수사 공백 없이 출범 준비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범죄와 사이버범죄, 법왜곡죄 등 7대 중대범죄를 전담한다. 본청과 6개 지방청(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에 수사관 2567명, 일반직 공무원 307명 등 모두 2874명 규모로 오는 10월 2일 문을 연다. 같은 날 기소와 공소 유지를 맡는 공소청이 별도로 출범해 검찰이 쥐고 있던 수사권과 기소권이 두 기관으로 나뉘게 된다. 특례 임용으로 채우지 못한 자리는 향후 공소청 소속 인력을 상대로 한 추가 특례 임용과 경찰·변호사·회계사·사이버기술·금융분석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한 경력경쟁채용으로 보완할 계획이다.